글 편집부
스칸디나비아반도 동남부, 대서양을 바라보며 자리한 아름다운 나라. 노벨상으로도 유명한 스웨덴에 한국인 정신과 의사 현덕 김 스코글룬드(74) 박사가 살고 있습니다. 지난 30여 년간 한국 입양아들을 상담해온 그녀는 입양아의 대모라고도 불리지요.
스웨덴에는 약 4만5천여 명의 해외 입양아가 있는데, 그중 만여 명이 한국인입니다. 한국전쟁을 계기로 시작된 해외 입양은, 1970~80년대에는 1년에 800명 이상으로 늘었고, 당시 김현덕 박사는 1962년 스웨덴 의사와 결혼해 스웨덴에 정착한 유일한 한국인 정신과 의사였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소아정신과를 찾는 해외 입양아들이 보통 아이들의 4배에 달한다 합니다. 그만큼 많은 상처를 안고 있지요. 버려졌다는 공포, 또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외모가 다른 아이들로부터 느끼는 이질감. 이 모든 것들은 마음속 깊이 숨어 있다가 많은 문제를 일으킵니다. 이를 해결하고자 양부모들은 간절한 마음으로 김현덕 박사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1년이고, 2년이고, 마음속 매듭이 풀릴 때까지 상담해 주었습니다.
당시 스웨덴 언론은 한국을 헐벗고 굶주린 나라로 소개했답니다. 그러한 광고를 보며 입양아들은 부끄러워했습니다. 때문에 무엇보다 한국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한 김현덕 박사는 입양 가족들에게 한국의 역사와 문화, 한국인의 정서와 가치관을 가르칩니다.
“자부심을 가지거라. 너희는 열등하지 않단다. 너희는 세상에 단 한 명밖에 없는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특별한 아이들이야.”
1987년부터는 입양아들을 위한 한국 요리 강좌를 열어, 불고기, 김치, 잡채 등 한국 요리를 가르쳤습니다. 입양아들은 점차 자신감을 회복해갔습니다.
어느 날입니다. 뒤뜰에서 한국 입양아가 코가 납작하다는 놀림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소년은 오히려 되받아쳤습니다. “한국인은 원래 코가 납작해, 너희는 그것도 몰랐단 말이니?” 소년을 놀리려던 아이들은 그만 멍해져 버렸습니다. 자기 나라의 문화를 아느냐, 모르느냐에 따라 자신에 대한 생각은 달라집니다.
‘나는 한국인인가, 스웨덴인인가?’ 정체성에 대해 평생 고민하는 입양아들에게 김현덕 박사는 뿌리를 찾아볼 것을 권합니다. 설령 생부, 생모를 만나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을 거친 후 비로소 새로운 정체성을 찾는 것을 봐왔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퇴임했지만 김현덕 박사의 상담실은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내면 깊숙이 억압되어 있던 상처는 언제라도 튀어나올 수가 있으니까요. 김현덕 박사 역시 그들의 상처가 다 아물 때까지 함께해주는 것이 자기의 역할이라 믿습니다. 시집 장가 보낸 아들딸처럼 그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늘 걱정하고, 큰 품으로 안아주는 그녀를, 한국인 입양아들은 또 한 분의 어머니라 말합니다.
해외 입양의 상처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아직도 해마다 50여 명의 아이들이 스웨덴으로 입양되고 있다는군요. 다행히 스웨덴 부모들은 모든 인간은 하느님이 창조하신 유일한 존재며, 부모란 양부모건 친부모건 청지기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깔려 있습니다.
아이들의 상처가 아물 때까지 한없이 기다려주는 양부모들의 무조건적인 사랑과 희생처럼, 자신도 “기력을 다할 때까지 누군가를 위해서 힘이 되고 싶다”는 김현덕 박사. 그녀의 미소가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