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s by "월간마음수련"

최선을 다한다는 것

스승과 제자가 먼 길을 떠났습니다.
해 질 녘, 허기를 느낀 스승과 제자는 한 국밥 집에 들렀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인사를 하는 주인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했습니다.
수시로 한숨을 쉬는 주인을 유심히 보던 스승이 그를 불렀습니다.
“주인 양반, 이리 와서 술이나 한잔 하시겠소.”
스승은 약주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주인의 하소연을 들어주었습니다.
주인은 올해 쉰 살에 접어들었으며, 국밥 집만 20년이라고 했습니다.
“돈은 번다고 벌었는데도 돈 걱정에서 벗어날 수가 없네요.
언제 무슨 일이 날지 모르지 않습니까.
애들이 잘 크고 있는 건지, 시집 장가는 어찌 보내나 싶고,
이렇게 살다 가는 게 인생인가? 다 허무할 뿐입니다.”
하기 싫어진 장사 얘기, 미운 손님 얘기, 싫은 종업원 얘기까지….
스승은 주인의 신세타령을 다 들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왜 우리의 인생은 허무할 수밖에 없는가를 말해주었습니다.
가짐과 집착이 만들어내는 것은 걱정과 불안이요,
걱정과 불안이 만들어내는 것은 우울과 허무일 뿐임을.
그 고통에서 벗어나려면 하루빨리 그 마음부터 비워야 하고,
그래야 다시는 허무하지 않은,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다고 말입니다.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 네 시간….
스승은 정성을 다해 마음 비우는 방법 또한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깊은 밤에 이르러서야 국밥집에서 나오며 제자가 물었습니다.
“스승님, 저 주인이 이제 마음을 비우며 살까요?”
“아니, 그러지는 않을 것 같구나.”
“예? 그걸 아시면서 그 오랜 시간을 그자와 보내신 겁니까?”
스승이 먼 밤하늘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최선을 다한 거지.”

2013-03 (1)

세상의 이치

이 세상은 온 곳이 본바닥이고 갈 곳이 본바닥이라.

이 세상에 있는 것은 땅이 있어 있고 이 땅은 지구가 있어 있고

지구는 빈 하늘이 있어 있다.

물질의 일체가 없는 순수 빈 하늘이 본바닥이고 진리다.

이 세상에 모든 것은 온 곳이 이곳이요,

세상에 있었던 수천 년 전의 있었던 동식물은 지금은 없어지지 않았는가.

이것이 없어진 자리에 본바닥만 남아 있지 않은가.

이 자리가 진리인 우주의 근원의 자리다.

우리 인간도 죽으면 역시 마찬가지다.

이곳에서 와서 이곳으로 가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고 이치인 진리다.

이 본바닥인 창조주의 자리에 본바닥의 재질로 다시 나야만

이 세상이 구원이 되고 사람도 살 수가 있다.

이 세상에 살다가 간 수많은 사람과 동식물은 모두 다가

이곳으로 되돌아가서 돌아가신 것이다.

이 세상에 없는 것은 없는 것인데 인간이 세상의 것을

자기 마음속에 모두 다 복사하여 이 복사의 나라에 사는 것이 지옥이고

이것은 진리인 세상에 없는 것이어서 없는 것이다.

사람은 이 지옥인 허상의 사진세계를 없애지 않고는 천국 갈 자가 아무도 없다.

천국은 이 세상의 본바닥이고 이곳에 진리인 이 재질로 나지 않고는

영생이란 있을 수가 없고 영원은 있을 수가 없다.

이곳이, 천국 극락이, 인간이, 이 우주가 영원히 사는 나라이다.

우리는 근원으로 되돌아가서 근원에서 다시 나야 한다.

근원으로 되돌아감은 자기가 다 없어졌을 때이고 자기가 다 죽어야

다시 나고 거듭나고 부활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세상의 물질 창조는 창조주인 본바닥이 했듯이 정신 창조는

창조주인 사람이 할 수가 있다. 세상의 주인만이 할 수가 있는 것은

자기의 세상에 있는 만상을 정신의 나라에 두고 안 두고는 주인의 뜻일 것이다.

이 세상의 주인만이 할 수가 있고 이 나라에 살릴 수가 있다.

그래서 기독교에서는 하나님만이 우리를 구원할 수가 있다고 하고

불교는 미륵이 와서 세상을 구원한다고 했는데,

모두 다가 세상의 주인이고 본바닥의 주인을 말한 것이다.

우 명(禹明) 선생은 마음수련 창시자로서, 인간 내면의 성찰과 본성 회복, 화해와 평화에 기여한 공로로 2002년 UN-NGO 세계 평화를 위한 국제교육자협회로부터 ‘마하트마 간디 평화상’을 수상했습니다. 저서로 <이 세상 살지 말고 영원한 행복의 나라 가서 살자> <진짜가 되는 곳이 진짜다> <살아서 하늘사람 되는 방법> <하늘이 낸 세상 구원의 공식> <영원히 살아 있는 세상> <세상 너머의 세상> 외 영역본 등 다수가 있습니다.

The Age Of Nature’s Flow

The life of nature’s flow, or universal order, is a life of great nature and a life of Truth. Nature’s flow is when there is no forcedness or stubbornness. It is a life that is lived according to the way things happen, which is possible when these minds do not exist. It is often thought that living life in this way is being complacent but it is actually a life of diligent action without blockages or strife. When one can live his life in this way, it means that his mind has become the mind of nature.

Nature, namely this world, provides us with oxygen, water, and all that we need, yet it has no mind of having given us these things. True love and affection is when, like nature, one lives for the people of the world without the mind that he does so. It is when one lives with the mind of nature. True love and affection is to give without expectations, just as the world, as nature, gives.

How free would people be, if they could live like this! There would be no conflicts or blockages in their minds; people would be able to trust each other and love others more than they love themselves. When people’s minds become the mind of God and when all people live a life of nature’s flow, it will be a world worth living in!

Now is the time of human completion, the age of nature’s flow, and it is the time for the world to become one. It is a time when everyone can become the mind of God, of one mind, the righteous mind. It is the time to live a life of nature’s flow. This is what is meant by the age of nature’s flow.

Woo Myung is the founder of Maum Meditation, an author, and a poet. He has been teaching the Way to the Truth through world tour lecture every year. He is the author of many books about Truth. The English edition of his most recent book, Stop Living In This Land Go To The Everlasting World Of Happiness Live There Forever, hit #1 Overall Weekly Bestseller in Amazon and won 4 international book awards such as IBA, NIEA, IPPY, and eLit in the categories of Self-Help, Philosophy, Spirituality, and Meditation.

응급실로 향하는 아내의 굳은 심지

백일성

일요일 오후 아내가 안방 화장실 안에서 문을 빼꼼 열고, 마치 영화 ‘링’에 나온 귀신 사다코처럼 머리를 풀어헤치고 화장실에서 기어 나오고 있었습니다. 놀래서 지켜보고 있는 저에게 힘겹게 한마디 합니다. “자기야… 아… 아… 병원… 가자… 아….” 전날 밤부터 계속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속이 안 좋다고 하더니 아침에는 일어나지도 못하고 밥도 못 먹고 죽도 겨우 한 수저 뜨다 말고 하루 종일 누워 있었습니다. 휴일이라 응급실이라도 가자는 말에 손사래를 치며 계속 누워 있었습니다.
점심때가 지나고 열도 좀 내리고 좋아지는가 싶었는데 급기야 화장실에서 앞이 노래지는 현상을 느끼고 이러다 죽겠다는 생각에 사다코가 되어 화장실을 기어 나온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무서워하는 병원인데 자기 입으로 가자는 말이 나올 정도였으니 정말 급했나 봅니다. 부랴부랴 지갑과 차 키를 챙겨서 아내를 부축하고 서둘러서 나가려고 하는데 아내가 잠시 저의 행동을 제지합니다. 그리고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한마디 합니다.

“아… 자기야… 아… 좀… 씻고… 아….” 그리고 다시 화장실로 기어 들어갑니다. 이런, 잠시 후 나온 아내를 다시 부축해서 나가려고 하는데 다시 아내가 제 손을 힘없이 뿌리칩니다. 그리고 또 한마디 합니다. “아… 아… 자기야… 속옷 좀… 속옷 좀… 갈아입고… 아….” 이런, 주섬주섬 속옷을 찾아서 건네주니 이제 얼굴까지 하얗게 질린 아내가 웅얼거립니다. “아… 아… 자기야… 그… 색깔 말고… 보라색… 보라색 꽃무늬… 아….”


이런… 씨, 속옷까지 갈아입히고 나가려는데 제 손을 또 잡습니다.

“또 왜?” “아… 자기야… 이 옷 땀에 젖어서… 안 돼… 옷 갈아입고… 아….”

옷장에서 트레이닝복 한 벌을 꺼냈습니다. 아내가 물끄러미 보더니 고개를 가로젓습니다. 청바지를 집었습니다. 다시 고개를 젓습니다. 검정 레깅스를 집었습니다. 아내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래도 윗도리는 아내가 베이지색 후드티를 직접 지목해서 빨리 찾았습니다. 옷을 다 갈아입히고 아내를 다시 부축하는데 아내의 눈빛이 떨립니다. “뭐? 또? 뭐?”

“아… 아… 자기야… 그래도… 양치는 하고 가자… 아….” 이런, 망고씨…. 헛구역질을 하면서도 꼼꼼히 어금니까지 양치질을 다 끝내고 마지막으로 혓바닥을 닦다 기어코 변기통을 부여잡습니다. 부축을 해서 나온 건지 아니면 멱살을 잡고 나온 건지 하여간 아내를 데리고 현관으로 나섰습니다. 현관문이 닫히는 순간에도 아내는 현관문 안에 대고 웅얼거립니다. “아… 송이야… 아… 저녁 챙겨 먹고… 저기 냉동실에… 아… 돈까스….” 할 수 없이 목덜미를 잡아끌고 엘리베이터를 탔습니다. 그렇게 아내는 장염 판정을 받고 응급실에서 3시간 동안 수액 두 병, 주사 한 대, 해열제 한 통을 맞았습니다. 아내 곁을 지키는 동안 일요일 저녁 응급실은 참 분주했습니다.

교통사고로 실려와 나란히 누운 신혼부부, 피를 토하고 실려 오신 할머니, 술에 잔뜩 취해 길거리에 누워 있다 119에 실려 온 여고생, 한꺼번에 약 13봉지를 먹었다는 아주머니, 그리고 5시간 동안 소변이 마려운데 안 나온다던 아가씨….
아내가 좀 살 만한지 배고프다며 일어납니다. 김치가 먹고 싶다고…. 그리고 그제야 응급실 주위를 한 바퀴 둘러봅니다. 귓속말로 한 침대 한 침대 알려주며 무슨 일로 왔는지 아내에게 이야기해줬습니다. 이제는 웃음까지 되찾은 아내가 나지막이 물어봅니다. “저 사람들이 나는 왜 누워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까? ㅎ.”

저도 나지막이 대답해줬습니다. “다 알 거야 아마… 아까 간호사하고 나하고 얘기하는 거 들었을 거야… 당신 화장실에서 똥 싸다 쓰러졌다고 말했거든.” “이런… 레몬씨, 포도씨, 수박씨… 아저씨 둑는다~~” 동갑내기 아내의 입이 걸어진 거 보니까 다 나았나 봅니다. ㅎ

 

올해 마흔세 살의 백일성님은 동갑내기 아내와 중학생 남매 그리고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평범한 가장입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이야기 방에 ‘나야나’라는 필명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남기고 있으며, 수필집 <나야나 가족 만만세>를 출간한 바 있습니다.

열린 고민 상담소

4년 차 주부입니다. 처음에는 시부모님을 친정 부모처럼 모셔보리라 생각했고, 전화도 자주 하고 용돈도 자주 드리는 며느리였습니다. 그런데 점점 시어머님의 한마디 한마디가 불편하게 다가왔어요. “오징어 데침은 한 번 더 썰어라.” “명절 선물은 다른 걸 준비해라.” 별것 아닌 말씀에도 상처받기 시작하면서 이젠 전화도 하지 않는 무심한 며느리가 되어버렸습니다. 이런 저에게 어머니는 “우리 며느리가 변했네” 하십니다. 그렇지만 저는 시골 가기 전부터 말을 하지 않기로 결심합니다. 잔소리와 트집 잡히는 것이 두려워서요. 물론 필요한 대화는 하지만 죄송하고 불편할 뿐입니다. 현명하게 시부모님과 대화할 방법이 있을까요?

저 같은 경우엔 시부모님으로 인해 속상할 때면 남편에게 꼭 얘기해요. 대신 미리 말하죠. 난 어머니 아버지에 대해 나쁘게 말하려는 게 아니고, 이렇게라도 얘기해야 마음에 담아두지 않을 거 같아서라고. 그러니 그냥 들어주기만 해달라고. 그렇게 이야기하고 나면 마음이 좀 정화가 되고, 내가 잘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일단 남편에게 이야기해서 좀 위로를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마음을 풀고 다시 한 번 밝은 척 푼수 짓도 하고 너스레도 떨면서 시어머니께 다가가 보세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가족이니 노력이 필요하죠. 힘내시고 꼭 극복하시길 바라요. 파이팅!!  ♣ 김선미 주부

저도 며느리가 둘이에요. 사실 시어머니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세대 차이가 있다 보니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있고, 이런 부분은 이렇게 해주면 좋을 텐데 싶은 게 있기 마련이에요. 그런 게 아무래도 며느리 입장에서는 잔소리처럼 느껴지겠죠. 하지만 시어머니도 잘 지내고 싶어서 그러는 거거든요. 근데 우리 며느리들은 섭섭한 건 그때그때 다 말하는 편이었어요. 처음엔 참 당돌하다 싶고 되게 어색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흘러보니 그렇게 대화를 한 게 앙금도 남지 않고 서로 편하게 말하게 되더라고요. 이제는 모녀지간 같아요. 사실 침묵이 싸우는 것보다 안 좋다고 하잖아요. 우선 며느님이 잘 살피다가, 이때가 괜찮겠다 싶으면 애교스럽게 팔짱 끼면서 “어머니, 저 그때 서운했었어요” “저의 마음은 이러이러했어요” 하는 방법으로라도 대화를 시도해보면 좋겠어요. 시어머니 입장에서도, 침묵하는 며느리보다 그렇게 다가오는 며느리가 더 좋고, 서로를 이해하게 될 겁니다.  ♣ 황안나 도보여행가

“우리 며느리가 변했네”라는 말이 힌트인 것 같아요. 시어머니는 살가운 며느리가 좋으셨던 거 아닐까요? 그런데 ‘나도 너가 좋다’는 표현에 서투셔서, 예쁘다, 잘한다는 말씀 대신 살림을 간섭하고, 말과 행동에 트집 잡는 걸로 대화를 하신 게 아닌가 싶어요. 저희 어머니도 그런 분이어서 잘 알 것 같습니다.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향해 가졌던 마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시고, 조금만 더 마음을 열고 다가가 보면 어떠실는지요.  ♣ 이명희 직장인

저는 시아버지를 17년째 모시고 사는 주부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착한 며느리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뭐든지 다 맞춰드렸어요. 형편이 어려운데도 현금서비스를 받아서라도 용돈을 드리고요. 그런데 아버지는 예전에 돈을 버실 때 쓰시던 가락이 있다 보니, 카드를 긁어서라도 쓰시고, 친구들 사주시고. 말 한마디에도 ‘니가 뭘 아냐’며 부정적이셨습니다. 그러다 보니 나중에는 기본적인 대화 이외에는 눈도 안 마주쳤어요.

하지만 평생 그렇게 살 수는 없잖아요. 결혼 7년 차쯤 저는 용기를 내서 솔직해지기로 마음먹었죠. 형편이 어려울 때는 이래저래 해서 돈을 못 드린다고 말씀드리고. 대신 여건이 되면 아버지랑 같이 영화도 보러 가고, 찜질방도 갔습니다. 그러는 동안 아버지는 아버지의 살아오신 얘기들을 풀어내셨지요. 그 뒤로 조금씩 바뀌시더니, 지금은 오히려 저를 정말 많이 도와주세요. 제가 일하느라 늦게 들어오면 밥도 해놓으시고 빨래까지 해놓으실 때도 있어요. 지금은 아버지랑 같이 살게 돼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씀드립니다.

저는 우선 고민녀님이 어머니께서 어떤 인생을 살아오셨는지를 들어볼 시간을 가져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면 어머니가 왜 그러실 수밖에 없는지 많은 것들이 이해가 될 수 있을 거예요. 한 번 해서 안 되면 몇 번이고 대화를 해나가야죠. 조금 더 솔직하게 진실하게 마음을 열고 다가가시기를 바랍니다. ♣ 정해옥 주부

고1, 중2 딸을 둔 40대 엄마입니다. 딸들은 서로 부딪히기만 하면 얼굴 붉히며 싸우기가 일쑤입니다. 욕설이 섞인 말이 오가고 양보라고는 전혀 없습니다. 혼내기도 하고 달래보기도 하지만 그때뿐입니다. 인성이 바른 딸들로 키우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걱정은 걱정인형에게’ 돈워리컴퍼니 김경원 대표

취재 문진정

시험 걱정, 취업 걱정, 가족 걱정, 나라 걱정까지 세상의 크고 작은 걱정들로 괜스레 불안하고 답답해서 밤잠을 설치다가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될 텐데’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걱정을 털어놓을 누군가를 찾는 이들을 위해 걱정인형을 만들어 판매하면서 그들의 걱정을 나누는 사람이 있다. 독립 영화 감독이자 사회적기업 ‘돈워리컴퍼니’의 대표 김경원씨다.

김경원씨는 미국 유학 시절 과테말라인 친구로부터 걱정인형 이야기를 처음 접하게 된다. 과테말라 고산지역 인디언들은, 평소에 걱정이 많아 잠을 못 자는 어린아이에게 걱정인형을 선물했는데, 인형에게 걱정을 이야기하고 잠들면 밤사이 인형들이 걱정을 대신 해준다고 믿었다. 그리고 지금은 과테말라뿐 아니라 전 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큰 위로가 되고 있다고 했다. 순간 김경원씨는 한국 친구들에게도 이 이야기를 알려야겠다는 사명감을 느낀다.

2009년 한국에 돌아온 그는 걱정인형을 직접 만들고 홈페이지를 통해 사람들의 걱정을 들어주기 시작했다. 손가락 마디만 한 이 작고 귀여운 ‘걱정이’들은 입소문을 타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전파되며 예상치 못한 인기도 끌게 되었다. 애초에 이 캠페인으로 돈을 벌 생각은 없었던 김경원씨는 걱정인형 10세트가 팔릴 때마다 1개의 축구공을 제3세계 아이들에게 선물한다. 덕분에 현재까지 축구공 1,500여 개와 스케치북, 크레파스 등이 캄보디아, 필리핀 등 제3세계 어린이들에게 전해졌다. 소박한 공간에서 걱정을 털어놓고 서로 위로하다 보면 내 걱정은 사소해지고, 지구 반대편의 누군가에게는 희망을 주게 되는,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재미있고 신기한 나눔이다.

걱정인형 만나기

① 돈워리컴퍼니(dontworryworry.com) 혹은 Yes24 홈페이지에서 걱정인형을 주문한다. (걱정인형 1set(5개)에 만 원) ② 자신의 걱정을 돈워리컴퍼니 홈페이지에 남긴다. ③ 100% 수작업으로 한 땀 한 땀 만들기에 일시 품절, 배송이 지연될 수 있지만 걱정 말고 기다린다. ④ ‘걱정이’들에게 내 걱정을 다 털어놓고 편히 잠든다.돈워리컴퍼니 바로가기

돈워리컴퍼니 바로가기 http://dontworryworry.com

김경원씨 이야기

걱정인형을 판매하는 이 캠페인은 Don’t Worry Be Happy의 Be를 따서 B캠페인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내가 여기서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것에 가장 중점을 두었고요. 걱정을 말하고 또 들어주는 것 자체를 피곤하고 귀찮아하는 시대에 ‘그래도 누군가가 내 이야기를 묵묵하게 들어준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됩니다. 그래서 걱정인형을 주문하실 때는 걱정을 적어달라고 부탁드리고, 저희는 그 걱정을 읽고, 마음이 편해지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인형을 만듭니다. 몇 년째 수많은 걱정을 듣다 보니 오히려 제 걱정에 대해서는 덤덤하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어떤 걱정이든 마음먹기에 따라 어떨 땐 도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때문에 걱정이라기보단 극복 가능한 도전이라 생각하려고 노력합니다.

걱정에 따라서 간혹 손편지로 답변을 해드리기도 합니다. 온라인상에 걱정을 적어주었지만 그 걱정을 보고 있는 사람은 실제 사람이라는 걸 알리는 따뜻한 방법 중에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언제든지 걱정인형을 통해서 마음이 한결 편해지셨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그런 인형을 제작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뿌듯합니다. 그렇기에 아무리 소박한 걱정이라도 아무리 힘든 걱정이라도 언제든지 걱정이 있으시면 찾아주시고, 이야기해주세요. 무엇이든 다 괜찮습니다.

마음의 카타르시스를 주던 그 선배

우리가 살면서 가장 믿을 만한 친구를 만나는 시기라는 게 있다면, 아마도 고등학교 이전이나, 대학교 이전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이후에도 마음을 열고 편하게 이야기할 사람을 만날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그 선배를 통해 알게 되었다.

15년간의 적성에 맞지 않는 직장 생활 끝에, 나는 결국 직장을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대학원에 들어가 조교를 겸하며, 늦깎이 공부를 시작했다. 나는 정말 잘하고 싶었다. 나의 아이들에게도 자기 계발을 하는 당당한 엄마이고 싶었다.

그렇게 열심히 하다 보니 통계학이나 역학 등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과목들도 잘하게 되었고, 동기들은 모르는 것이 있으면 나에게 물어봤다. 수업 시간에 질문도 많이 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했는데 그런 나를 교수님들도 인정해주었다. 돌이켜 보면 다른 선배들 눈에는 내가 좀 재수 없게 보였을 수도 있을 거 같다. 그런데 그 선배만은 달랐다. 나보다 다섯 살 정도 더 많은 한 학기 선배였는데, 아무렇지 않게 계속 학과목에 대해 여러 가지 질문을 했다. 산업전문간호사 생활을 병행하며, 대학원을 시작하신 분이었다. 그 선배는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한번은 “보통 선배가 후배에게 질문하긴 쉽지 않은데 선배는 대단한 거 같다”고 했더니,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못하는 사람이 잘하는 사람한테 도움받는 게 어때서. 그러면서 같이 살아가는 거지. 그리고 최은희, 나같이 못하는 사람이 있어서 네가 돋보이는 거야. 나한테 고마워해야 돼~.”

“인생이라는 게 잘난 사람이 있으면, 못난 사람도 있고 못난 것도 인정하면 즐거운 거”라는 지론을 갖고 여유 있게 사는 그 선배가 점점 편해졌다.

집 방향도 같아서 같이 집에 가며 자연스레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었다. 조교 역할을 하며 일의 진행 때문에 어려워하면 “너의 역할은 욕을 먹는 역할이다. 칭찬은 교수님이 받아야 하는 거고” 하며 뭔가 나의 뒤통수를 한 대씩 치는 듯한 명답을 해줄 때가 많았다.

특히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이 있을 때, 나는 ‘그 사람밖에 없냐. 이제 안 찾는다, 다른 사람을 찾거나 내가 혼자 하고 만다’는 식으로 아예 피해 버리는 편이었다. 그런데 그 선배는 “그건 네가 잘나서 그런 거다. 네가 그렇게 생각하는 게 상대방한테는 오히려 상처일 거다. 너의 진정한 배려는 너의 자존심이 상함에도 불구하고 다가가는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해주곤 했다. 그 선배랑 이야기를 하고 나면 마음이 위안이 되고 치유가 되는 것 같았다.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선배라고 해야 하나.

한번은 그 선배가 쓰던 석사 영문 교재를 받기로 한 적이 있었는데, 자꾸 잊어버려서 시험을 코앞에 두고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나는 ‘그거 돈 얼마나 된다고 내가 그냥 사자’ 마음먹었는데, 그 선배가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부탁한 끝에, 결국은 퀵으로 부랴부랴 보내주어 받게 되었다. 그리고 나중에 선배가 말했다. “책을 늦게 갖다 준 것은 정말 미안해. 하지만 그럴 때 기다려주는 게 나에 대한 배려야. 만약에 내가 주기로 했는데, 네가 사게 되면 나는 너한테 미안함을 갖게 될 거야. 그러면 그다음부터는 관계가 서먹해질 수 있어. 상대방이 미안함을 갖지 않게 하는 것도 상대에 대한 배려인 거지.”

그렇게 그 선배의 말이나 행동을 통해 나는 내가 왜 그동안 인간관계가 힘들었나 하는 것도 돌아볼 수 있었다. 그 선배는 자존심을 꺾고 다가갈 줄 아는 사람이었고, 나는 자존심 때문에 아예 관계를 피해 버리는 사람이었다.

항상 내 이야기에 충분히 공감해준 후에야 일의 해결 방식을 이야기해주던 선배. 많은 것이 서툴기만 했던 나에게 인생의 선배가 되어준 그분은 2012년 여름, 졸업을 하고 지금은 산업간호협회 국장으로 계시는 손숙경 선생님이다.

‘내가 이 나이가 되니까 세상에 중요한 것은 일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더라’고 하던 선배. 늘 나에게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한 빠른 길이 아니라 돌아가는 길을 제시했던 선배. 언제나 자랑하고 싶은 누구보다도 존경스러운 선배님이다.

최은희 40세. 대학원 박사과정. 서울시 도봉구 창동

손숙경님께는 ‘감사한 손숙경 선생님께’라는

후배 최은희씨의 마음을 담아 난 화분을 보내드렸습니다.

나에게 감동을 준 사람, 특별한 사람, 너무나 고마운 사람이 있으신가요?

그 사연을 소개해주세요. (edit@maum.org) 독자님의 마음을 대신 전해드립니다.

협찬 예삐꽃방 www.yeppi.com

순대볶음

퇴근길에 분식집에 들러 사온 순대는 다 못 먹고 남길 때가 많죠. 먹자니 배부르고, 버리자니 아깝고, 이럴 때는 냉장고에 하루 정도 보관했다가 집에 있는 채소와 함께 볶아주면 근사한 순대볶음이 됩니다.

재료(2인분) 순대, 떡볶이떡 가는 것 1컵, 양배추 4장, 양파 1/4개, 깻잎 4장, 다시마물 1컵, 고추장 2큰술, 설탕 2작은술, 고춧가루 1작은술, 통깨 약간

① 깻잎과 양배추, 양파는 모두 채 썬다.
② 프라이팬에 양배추와 양파, 떡볶이떡을 넣고, 다시마물을 부어 채소가 부드럽게 잘익을 때까지 끓인다.
③ 냄채소와 떡이 익으면 순대를 넣고 고추장, 고춧가루, 설탕을 넣고 골고루 섞어 약한 불에서 끓여준다. 순대는 속이 풀어지지 않을 정도로 볶는다.
④ 모두 맛이 배면 깻잎을 넣고 통깨를 뿌려준다.

Single’s Tip

돼지고기 육수 대신 불고깃감으로 손질된 뒷다리살로 빠른 시간에 맛을 낼 수 있어요. 라면 사리 대신 생라면을 넣으면 더 좋아요.

문인영 / 자료 제공 <메뉴 고민 없는 매일 저녁밥>(지식채널)

문인영님은 대학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하고 현재 푸드스타일리스트로 활동 중입니다. 다양한 잡지와 방송매체를 통해서 메뉴 개발과 스타일링을 맡고 있으며 저서로 <싱글만찬> <다이어트 야식> <메뉴 고민 없는 매일 저녁밥>이 있습니다.

택배는 우리가 지킨다 _에어박스

이름은?
에어박스(Air Box). 공기(Air)를 불어 넣어 Aircap(일명 뽁뽁이)을 만들고 상자 안의 내용물을 보호하는 컨셉의 디자인이다 보니 자연스레 Air Box라는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택배를 받았을 때 내용물이 덜렁거리고 파손된 경우가 가끔 있었다. 기분 좋게 책을 주문했는데 새 책이 구겨져 있으니 기분이 나빴다. 단순히 Aircap을 상자에 같이 넣으면 된다고 하지만 Aircap을 항상 소지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버리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Aircap이 박스와 언제나 함께 있도록 하고 싶었다. 그래서 박스 안에 Aircap을 붙여 만드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되었다.

제품의 재료는?
상자(종이)와 Aircap(비닐)으로 이루어져 있다. 상자를 접어서 박스를 만들면 안쪽으로 접혀지는 부분이 있는데 이것으로 내용물을 고정시키는 효과를 줄 수 있다. (필요 없다면 옆으로 치워도 된다.) 그리고 Aircap에 입으로 바람을 불어 넣어 빵빵하게 만들면 쿠션 효과가 있어 내용물을 보호할 수 있다. 상자와 Aircap이 파손되지 않는 한 계속 재사용이 가능할 거라 생각한다.

아쉬운 점은?
Aircap의 부푸는 정도에 대해 좀 더 보완해야 할 것 같다. 바람을 불어 넣은 뒤 입구를 접어서 테이프로 닫는 형식도 좀 더 좋은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이런 부족한 부분을 채워 상용화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참 좋을 것 같다.

하고 싶은 말은? 디자인이란 참 재미있는 일인 것 같다. 주변에서 생활의 불편한 점을 재미있게 잘 풀어낸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상상을 만들고 그 상상으로 웃음도 주고, 고마움도 주는 것이 참 좋다. 이런 재미난 일을 앞으로도 열심히 하고 싶다.
만든 사람 하명관, 김현수, 오세원 호서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4학년

클라우드 아틀라스CLOUD ATLAS

김지성

172분이라는 무시무시한(?) 상영 시간에도 불구하고 <클라우드 아틀라스>에 대해서는 할 말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이 상황에 딱 어울리는 말일 듯싶네요. 최근 본 영화들 중에, 혹은 이제껏 본 영화들 중에, 이렇게 복잡하면서도 이렇게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된 스토리는 처음이었습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여타 영화들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매력을 가지고 있는 영화이며 이제까지의 영화들이 감히 가질 수 없었던 매력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손에 넣은 영화라고 할까요.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줄거리는 간단히 정리하는 게 불가능합니다. 윤회 사상을 기반으로 과거-현재-미래에 걸쳐 특정 인물들이 겪는 사건들과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묶어내면서 윤회 사상은 물론 카르마(업보)나 ‘만물은 연결되어 있다’ ‘모든 생명은 다 똑같은 생명이다’ 등 서양인의 시각으로 바라본 동양의 사상들이 영화 곳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우리의 운명은 우리가 태어나기 전부터 시작되어 우리가 죽고 난 후에도 계속된다’라는 말이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중심이자 핵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시대를 초월하여 수많은 사람들을 연기한 탓에 주연 배우들은 모두 1인 다역을 했습니다. 짐 스터게스는 1인 7역, 톰 행크스, 휴고 위빙, 할리 베리, 배두나(복제인간 포함), 휴 그랜트는 1인 6역, 벤 위쇼, 짐 브로드벤트는 1인 5역, 키스 데이빗, 제임스 다시, 저우쉰, 수잔 서랜든은 1인 4역, 데이빗 기아시는 1인 3역을 연기했죠. 이는 조연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는 모두의 일생은 물론 전생과 후생과도 연결되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함이었겠지요.

1인 다역은 혼신의(?) 분장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백미 중 하나가 각 장면에서 누가 누구로 분장했는지 눈치채는 것이죠. 이 분장이라는 것이 나이, 성별, 인종을 초월하기에 눈치채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각 배우들이 맡았던 배역들의 얼굴이 차례대로 지나가는 보너스 영상이 나오는데, 객석 곳곳에서 탄성이 절로 터져 나왔습니다. 저 역시 영화를 보면서 다 알아챘다고 생각했었지만 그 영상을 보면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죠. 반전도 이런 반전이 없습니다.

한쪽 삶에서 비극적으로 헤어지거나 사별한 연인들, 혹은 이룰 수 없는 사랑을 꿈꿨던 사람들, 자유와 존재에 대한 사상을 공유했던 사람들이 다른 삶에서 어떻게 만나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초점을 두어 영화를 감상하고 곱씹어보는 맛, 정말 최고입니다.

또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치고 <클라우드 아틀라스>만큼 우리나라와 관련된 요소들이 많이 등장한 적은 없었던 것 같네요. 물론 여기엔 배두나씨의 영향력이 컸겠지만 말입니다. 일단 옴니버스 구성 이야기들 중 하나가 미래의 서울에서 진행되는 것부터가 그렇습니다. 사방에 한글이고 사방에서 한국어가 들리는데, 묘한 짜릿함이 있었습니다.

영화를 관통하는 윤회 덕에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등장인물들의 또 다른 새로운 삶에 대한 나름의 상상을 펼칠 수 있는 것도 매력입니다. 영화는 끝났지만 등장인물들의 운명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죠. 비록 이번 삶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았다 할지라도, 우리 모두에겐 ‘영원’이 있습니다. 우주와 호흡하는 영원의 시각에서 볼 때 ‘지금’은 아무것도 아닐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