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장애인과 소외 계층을 위한 사진관이 있다. 나종민(52)씨가 운영하는 ‘바라봄’ 사진관이다. 21년간 IT업계에서 승승장구했던 그는, 돈보다는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을 찾고 싶었고, 2007년 은퇴 후 취미로 사진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음속에 늘 품고 있었던 나눔에 대한 뜻을 사진 촬영 봉사를 하며 실천해갔다.
그러던 어느 날, 장애 아동 체육 대회에서 사진을 찍고 있을 때였다. 한 어머니가 다가와 물었다. “사진관에서 나오셨어요? 가족사진을 찍고 싶은데 쉽지가 않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듣고 나대표는 장애인, 비장애인 누구나 편안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에 대해 구상하게 되었고 2012년, 비장애인 가족이 사진을 한 번 찍으면 자동으로 장애인이나 소외 계층 가족에게 사진 촬영이 후원되는 바라봄 사진관의 문을 열었다.
장애인 사진이라고 해서 특별할 것은 없다. 손님이 오면 먼저 사진관을 소개하고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부터 시작이다. 그들이 특별하다는 생각을 빼면 모든 게 자연스러워진다. 때로는 2백 번, 3백 번 셔터를 눌러야 할 때도 있고 밝은 표정을 잡아내기 위해 ‘원맨쇼’도 해야 하지만 나대표에게는 그런 매일매일이 가슴 설레고 기쁜 시간이라고 한다.
그는 남는 시간을 쪼개 형편이 어려운 어르신들의 장수 사진, 입양을 기다리는 영아원 아이들 돌 촬영도 다닌다. 또 평일 저녁에는 비영리 단체를 위한 사진 학교를 운영한다. 비영리 단체의 경우, 사진의 질에 따라서 모금 상황이 크게 달라지기에, 홍보 담당자들이 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소정의 교육비는 좋은 일에 쓰고 있다.
거창한 계획 없이 시작했지만 사람들의 삶에 울림을 주고, 여러 매체에 알려지면서 많은 후원자들, 그리고 제2의 바라봄 사진관을 만드는 사진가까지도 생겨났다.
앞으로 자신이 느낀 행복을 더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나종민 대표. 그는 오늘도 설레는 마음으로 셔터를 누른다.
일반적으로 장애를 가진 사람은 ‘불편할 것이다’, 더 나아가 ‘불행할 것이다’는 편견이 있어요. 물론 실제로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비록 그렇더라도 사진만큼은 밝게 웃는 표정을 찍습니다. 우리가 카메라 앞에서는 아무리 기분이 나빠도 웃잖아요. 사진은 오래도록 남으니까요. 두고두고 바라보면서 행복해지는 사진을 찍고 싶습니다.
한번은 제가 찍은 장애인분들 사진을 전시한 적이 있는데, 어떤 분이 사진을 보고서는 다들 정말 표정이 밝다고, 누가 장애인이냐고 물어보시는 거예요. 사진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잠시나마 깨지는 순간이었죠. 사진을 찍으러 와서 생전 처음 기부를 했다는 분도 계시고, 사진을 기부받고 또 다른 이에게 후원을 이어 나가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 혼자 하는 별일 아니었던 일이 제 삶을 긍정적으로 바꾸고 또 많은 분들께 나눔의 씨앗을 퍼트리면서, 알게 모르게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걸 많이 느낍니다. 장애인 사진관이라고 해서 단순히 장애인분들만 좋은 게 아니라 사회 전체가 따듯해지는 거잖아요.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많은 분들에게 해피 바이러스를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