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주인공은 론 우드루프입니다. 배운 것 없이 자존심만 살아서는 마약과 여자 등 온갖 방탕한 생활에 찌든 제멋대로 속물이죠. 그러던 어느 날 작업장에서 사고를 당해 병원에 실려간 그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떨어집니다.
혈액 검사 결과, HIV 바이러스 양성 판정이 나온 것이죠. 말로만 듣던 에이즈에 걸려 30일 시한부 판정을 받은 그는 현실을 부정하지만, 결국 살길을 찾아 나섭니다.
더러운 호모라며 친구들도 모두 떠나고, 그에겐 담당 간호사와 왠지 모르게 자신에게 자꾸 접근하는 게이 남성밖에 남지 않습니다. 치료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던 그는 비허가 약품 사용 후 나름의 효과를 보게 되고, 생명의 불꽃과 함께 다시 돌아온 속물근성 덕택에 비허가 약품 밀수 사업장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을 열게 되죠.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눈에 띄는 것은 피골이 상접한 매튜 맥커너히의 몸입니다. 에이즈로 죽어가는 남성을 표현하기 위한 그의 감량은 영화가 전개됨에 따라 론 우드루프라는 캐릭터의 끈질긴 생명력과 외유내강적 면모와도 알게 모르게 조화를 이룹니다.
영화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속물근성을 버리지 않던 론이 죽음의 문턱을 넘기며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생각지 못했던 무언가와 마주하며 변화를 겪게 되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과거의 자신이라면 거들떠도 보지 않았을 사람들과 가치들을 다시 태어난 눈으로 되돌아보며 자신이 너무 많은 것을 잘못해 왔음을 깨닫게 되는 것이죠. 처음엔 그 변화마저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죽어도 누구 하나 슬퍼해 줄 것 같지 않던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의 손길에 그는 마침내 새사람이 됩니다.
이런 성장담과 더불어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은 제약 회사와 FDA(미국 식품의약국), 의사들을 비롯한 ‘가진 자’들의 부정부패가 만연했던 과거를 고발하기도 합니다. 주인공 론 우드루프와 밑바닥에서 세상의 변화를 가져온 인물이 된 그의 삶, 그 이야기가 펼쳐졌던 당시의 사회상 등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의 결정적인 구성 요소들은 모두 실재했던 것입니다.
이 영화 속 매튜 맥커너히의 연기는 그 어떤 영화에서보다 강렬하고 진정성 있게 다가옵니다. 분노, 기쁨, 능청스러움, 슬픔, 희망, 좌절 등 론 우드루프 캐릭터에 빙의되었다고 해도 믿을 정도입니다. 매튜 맥커너히도 엄청나지만, 그와 함께 20kg를 감량한 자레드 레토(레이언 역) 역시 가히 충격적입니다. 아무리 분장을 하고 변신을 해도 얼굴 구별만큼은 자신 있었던 제가 이 영화의 자레드 레토는 한참 동안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매튜 맥커너히와 비견해도 아쉽지 않을 그 연기력으로 두 사람은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나란히 남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을 수상했습니다.
보통 영화에서 주인공이 시한부 판정을 받게 되면 누군가와 마지막으로 뜨거운 사랑을 하는 등의 로맨스 쪽으로 나아가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장 마크 발레 감독의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은 그 흔한 로맨스 없이도, 한 남자의 인생 말년만을 보여주면서도 모든 이야기와 메시지를 훌륭히 전달해냈죠. 이렇듯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은 흔한 듯 흔하지 않은,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매력으로 모두에게 어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