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말 뚱뚱한 걸까?

많은 여성들이 실제로는 뚱뚱하지 않은데도 스스로를 뚱뚱하다 여긴다고 합니다. 날씬하다 못해 말라 보여야 아름답다 불리는 현대 사회, 여성들은 다이어트만이 자신의 모든 것을 보장해줄 돌파구인 양 그것에 몰두하고, 뚱뚱한 것은 게으른 것이라 단정 짓습니다. 자신의 체형과 상관없이 획일화된 몸의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현실. 나는 정말 뚱뚱한 걸까요? 나의 가치를 단순히 몸무게로 평가받을 수 있는 것일까요? 거품처럼 생겨난 가짜 기준들에서 벗어날 때 진정 아름다운 자신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편집자주

<모나리자> 페르난도 보테로 작. 1978. 살찐 모나리자, 뚱뚱한 모나리자, 다이어트하기 전 모나리자, 다이어트에 실패한 모나리자 등으로 불리는 이 작품은 뉴욕 현대미술관에 처음 전시되며 유명해졌다. 다빈치 모나리자의 신비한 미소가 콜롬비아 작가 보테로의 붓을 거치면서 보테로식의 신비함으로 거듭났다. <뚱뚱해서 행복한 보테로>(이동섭) 중에서

<얼굴> 페르난도 보테로 작. 2006.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마법처럼 어제와 다른 내 모습이 있을 거란 생각은 접어두세요. 이 세상에 그 누구도 완벽한 사람은 없습니다. 사실 할리우드의 많은 여배우가 완벽해 보이는 까닭은 그들이 트레이너를 고용하고, 다이어트를 하며, 미용을 위해 수술하는 데 큰돈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게 우리 여배우들이 완벽하게 보이는 이유예요. 하지만 조금 달리 생각해보면 이런 것들은 진짜 모습이 아니잖아요. 우리가 유일하게 바꿀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상황을 바라보는 방식이에요.

어맨다 사이프리드 <셀러브리티 다이어트 심리학>에서

아름다움에 대한 환상이 스스로를 혐오하고 자책의 급류에 휘말리게 만든다. 자신이 불완전하다는 느낌, 끊임없는 자기 관찰, 나이 먹는 데 대한 두려움, 통제력 상실의 쳇바퀴를 돌게 만든다.

실비아 슈나이더 <여자로 살기, 여성으로 말하기>에서

“제가 닮고 싶은 여자들을 찾아봐요. 매일 보는 광고 속 모델, 연예인들 말고요. 세상의 기준에서 ‘못생기고’ ‘뚱뚱하다’고 하는 여성들도 얼마나 멋진지 주변에 알려주고 싶어요.”

멋진 언니 <뚱뚱해서 죄송합니까> 중에서

나에게 입력된 몸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 빼고 자신감 찾기

몸에 대한 왜곡된 인식의 출발은 상당 부분 부모에게 있다

사람은 유년기의 어느 ‘결정적 시기’에 자신의 몸에 대한 인식을 정립한다. 그때 거짓된 몸 이미지가 형성되면 그 여파가 평생 지속되면서 여러 문제들을 일으킨다. 가장 중요한 요인은 부모다. 부모가 스스로의 몸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품고, 그 인식을 암암리에 아이에게 전달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엄마가 늘 다이어트하는 것을 보면서 자란 요즘 10대는 몸에 대한 인식이 어려서부터 왜곡될 수밖에 없다.
예일대학교 심리학 교수인 유디트 로딘은 거식증을 앓고 있는 9~12세 여자아이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했는데 이 소녀들의 어머니들이 대부분 오랫동안 다이어트를 해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어머니들은 체중에 대한 불만족 정도가 높았고, 또한 딸의 실제 체중과 상관없이 자신의 딸이 더 날씬해지기를 바라고 있었다.
어린 시절 부모와 신체 접촉을 많이 하고 관심과 사랑을 많이 받은 아이일수록 어른이 되어서도 자신의 몸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이라는 것도 여러 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남태평양 피지에 텔레비전이 보급된 후

날씬한 모델들, 배우들… 우리 주위에는 아름다운 몸의 이미지들이 널려 있다. 한 사람이 하루에 보는 몸의 이미지만도 600개가 넘는다고 한다. 그런 이미지들은 무의식중에 몸에 대한 생각을 변화시킨다. 1995년 남태평양의 아름다운 섬 피지에 텔레비전이 도입됐다. 그 후 여자 청소년들에게 텔레비전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진행됐다. 전통적으로 피지 사람들은 왕성한 식욕과 풍만한 몸매를 선호했다. 그런데 3년 만에, 피지 10대 소녀들의 11% 이상이 체중을 줄이기 위해 음식을 토하게 되었다. 또한 70% 정도가 자신이 너무 크거나 뚱뚱하다고 느끼고 있었으며, 체중 감량을 위한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집에 텔레비전을 갖춘 집단은 섭식 태도 검사에서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3배의 ‘이상 소견’을 보였다. 아이들은 제 몸을 텔레비전 속의 서양 인물들과 닮게 만들려 애쓰게 된 것이다.

정상 체형의 바비 인형을 만들라

1950년대 말 탄생되어 전 세계의 사랑을 받았던 바비 인형. 하지만 그 비현실적인 외모가 어린이들에게 왜곡된 관념을 심어준다 하여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바비 인형에 노출된 여자 어린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자존감이 낮았고, 마른 체형이 되길 더욱 바라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예술가 니콜라이 램은 어릴 때부터 친구처럼 지낸 바비 인형의 몸매를 동경하며 식이 장애 등 부정적인 영향에 시달릴 소녀들을 걱정하며 ‘정상적인 바비 인형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미국 19세 여성의 평균 체형 자료를 토대로 현실적인 몸매를 지닌 바비 인형을 제작한 것. 그를 통해 바비 인형의 체형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보여줬다.

참고 도서_ <힐링 루키즘 심리학 외모를 부탁해>(이정현)
<몸에 갇힌 사람들>(수지 오바크) <뚱뚱해서 죄송합니까&(한국여성민우회)

우리는 실제보다 더 뚱뚱하다고 생각한다

정상 체중 여중고생 3명 가운데 1명 이상이 스스로 뚱뚱하다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질병관리본부의 2013 청소년건강행태 조사 결과. 조사 대상 7만여 명 가운데 80%는 정상 체중으로 나왔는데, 이 가운데 29%는 본인이 살찐 상태라고 응답했다. 특히 여중생과 여고생은 36%나 되어 ‘신체 이미지 왜곡’이 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여학생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최근 한 달 동안 살을 빼기 위해 노력했으며,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여학생 5명 가운데 1명꼴로 단식이나, 살 빼는 약, 이뇨제 등 부적절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어 충격을 주었다. 이건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 영국에서도 2,2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 정상 체중의 여성 17명 중 1명만 스스로 날씬하다고 생각했고, 정상 체중 여성 중 17%는 스스로를 ‘뚱뚱하다’ 거울을 볼 때 기분이 ‘우울하다’고 응답했다. 도가 지나친 다이어트 강박은 폭식과 거식을 반복하는 섭식 장애까지 불러온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2년 상반기까지 다이어트 부작용으로 의료 기관을 찾은 10대~30대 여성의 수는 93만8천여 명. 그리고 섭식 장애로 진료를 받은 이가 2012년 1만3천2명으로 5년 사이 18.8% 증가했다고 한다. 특히 자신이 뚱뚱하다고 생각하는 청소년이 더 많이 자살을 시도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생전 처음 다이어트를 하면서

30살 후반까지 살이 쪄본 적이 없었다. 늘 날씬한 몸매에 나름 자신도 있었다. 그러다 일 관계상 동남아로 장기 출장을 갔다. 음식이 바뀌고 생활 패턴이 바뀌면서 급속도로 살이 찌기 시작했다.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만나는 사람마다 왜 그렇게 살이 쪘냐며 물어왔다. 자꾸 그런 소리를 듣는 내가 너무나 미웠다.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약도 먹고, 주사도 맞고, 요가도 하고, 이런저런 운동도 해보았지만 모두 지속적으로 하기는 어려웠다.

당시 마음도 너무 힘들었기에 마음수련도 함께 했다. 역시나 나에겐 마음의 다이어트도 필요했었다. 대인 관계, 열등감 등등 감당할 수 없이 쌓아놓고 있던 거품 같은 마음들을 빼냈다.

그런 마음들이 빠져나가는 만큼 음식도 조정이 되었다. 정말 몸이 원해서 먹고 싶은 건지, 아니면 스트레스로 인해 당기는 건지 구분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자연스레 적절한 소식(小食)을 할 수 있었고 필요 없는 살들도 빠져나갔다.

이후 누군가 다이어트를 어떻게 하면 좋냐고 물어오면, 먼저 내면에 내재된 불만족한 상황들을 빼보라고 이야기해준다. 그리고 본인이 즐거울 수 있는 일을 찾아 해보라고 한다. 건강상의 이유에서가 아니라, 막연히 살만 빼면 삶의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생각하고 있다면 그건 착각이다. 온갖 스트레스들로 너무나 뚱뚱해져 있는 내 마음부터 돌아보자. 황순정 직장인.

“다르니까 아름답다” 세계의 움직임들

2009년, ‘델타델타델타 바디이미지 이니셔티브’는 ‘살에 대해 말하지 않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는 체중을 평가하는 문화가 사람들에게 몸에 대한 이미지를 마른 몸으로 한정 짓도록 하고, 다이어트와 식이 장애를 초래한다는 이유로 만들어진 캠페인이다. 현재는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어 대학건강센터에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2013년 말, <뚱뚱해서 죄송합니까>라는 책을 펴낸 한국여성민우회에서는 ‘다르니까 아름답다’ 캠페인의 일환으로 ‘살에 대해 말하지 않기’ 스티커를 제작했다. 단 하루라도 살(체중)에 대해 말하지 않는 실천을 하는 캠페인. 왜냐하면 사소하고 일상적인 말이 누군가에는 ‘심각한 다이어트’를 부추기거나 자신의 몸을 왜곡된 시선으로 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http://womenlink1987.tistory.com/539 에서 모바일 채팅용 이미지를 다운받을 수 있다.

영국의 NGO ‘다양한 모델들(Models of Diversity)’은 모델의 다양성을 옹호하는 단체로, 패션업계에 인종, 나이, 몸매, 사이즈, 신체 능력(장애) 등이 제각각인 몸의 아름다움을 인정할 것을 요구한다. 패션 및 모델 산업이 좀 더 ‘다양하게, 현실적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미를 반영하도록 변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이곳에서는 말한다.
“아름다움은 그녀의 미소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것. 아름다움은 어느 사이즈나 몸무게, 키, 신체 능력을 달성하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만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찾으면 행복해질 거예요. 건강한 생활을 하면서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최대한 즐기면 돼요.”

이스라엘 정부는 2013년 1월부터 체질량지수가 18.5 이하인 패션모델이나 광고 모델은 자격을 잃게 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아울러 모델이 더 날씬해 보이도록 사진을 수정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이런 수정 사실을 사진에 명기하도록 했다.

누군가 내 외모를 가지고 뭐라고 하면 어린 시절로 돌아가봐요. 존재 자체로 예쁘다는 말을 끊임없이 들었던 그 시절을 기억해내면 ‘너의 평가는 중요하지 않아’라는 마음이 저절로 생겨요.

인숙 <뚱뚱해서 죄송합니까>(한국여성민우회 저 | 후마니타스) 중에서

‘몸매 불문 나 되기’는 “당신의 무대는 체중계가 아닙니다. 세계입니다.” “당신은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몸무게, 사이즈라는 수치화된 평가 기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고유한 재능과 아름다움, 자아 존중감을 되찾자는 캠페인이다. 9년간의 식이 장애를 극복하고 진정한 그만의 아름다움을 발견해가고 있는 대학생 김민지씨가 시작한 캠페인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다이어트법이나 평가 기준이 아니라, 스스로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관심과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라는 말 한마디임을 공유한다.
hoperecov.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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