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마음수련 5년째 막내 문진정 기자입니다. 이번 달에 저는 갑작스런 우울, 화와 짜증으로 감정 기복 심한 26년을 살았다는 그녀를 만났습니다. 혹시 인터뷰 중에 버럭 하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하며 찾아간 카페에서 그녀는 의외의 해맑은 미소로 기자를 맞이해주었습니다. 지난겨울 대학생캠프를 통해 마음수련을 시작한 후 이제는 ‘별일 없이’ 살게 되었다는 그녀와의 짧고 담백한 토크입니다.
● 요즘 어떻게 지내나?
취업 준비 중이다. 한창 공채 기간이라 지금도 원서 쓰다 나왔다.
● 바쁘겠다. 근데 의외로(?) 인상이 정말 좋다.
많이 좋아진 거다. 예전에는 만날 울상이었다. 가만 있으면 화났냐는 소리 들었는데, 마음수련하고 말이 터지면서(^^) 얼굴이 밝아졌다. 친구들이 나보고 비포 & 애프터 사진 꼭 찍어야 한다고 한다.ㅋㅋ
● 예전에는 어느 정도였기에?
우울하고 짜증이 많았다. 잘 놀다가도 갑자기 어둠의 기운이 드리운다. 심할 때는 며칠씩 우울하다가 또 멀쩡해진다. 특히 미래에 대한 걱정이 항상 있었다. 친구들끼리 “나중에 뭐 할 거냐” “지금 뭐 하는 거라도 있어?” 이런 식으로 얘기가 흘러가다 보면 친구들은 미래가 창창한데, 나는 이렇게 시간만 보내다 아무것도 못 하지 않을까 그런 두려움이 있었다.
● 딱히 하고 싶은 게 없었나? 요즘 친구들은 뭐 하고 싶은지 몰라서 고민이라던데.
맞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뭔지 몰라서 많이 고민했다. 방송 쪽이나 복지학과도 생각했는데 부모님은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반대를 하셨다. 그뿐 아니라 내가 하는 행동마다 지적을 하셨다. 학과도 아빠가 정해줘서 다녔는데 4년 내내 너무 힘들었다.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만 사니까 ‘나는 왜 사는가’ 싶고 부모님 앞에서조차 내 진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당당하지 못하니, 나는 살 필요가 없다, 이런 식으로 사느니 죽는 게 낫겠다는 식으로 생각이 이어졌다.
● 부모님이야 다 자식 잘되라고 그러시는 건데 그것도 이해 못 했나.
기자님 지금 남 얘기라고 막말하시는 거? 물론 지금 생각해보면 잘되라는 뜻이었지만 그때는 정말 원망스러웠다. 부모님은 성공할 자신이 없을 바에야 평균을 따라가라고 하셨다. 내가 실력을 갖췄으면 자신 있게 내 꿈을 주장했겠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나는 내세울 게 없으니까. 아빠 엄마와 진로 문제로 많이 부딪쳤는데 소리 지르고 화내고 때리시려고 하면 정말 겁이 많이 났다. 그렇다고 내가 숙이고 들어가기만 한 건 아니고(^^;) 같이 목소리 높여서 싸우니까 상황이 더 안 좋은 쪽으로 갔다. 이게 다 부모님 때문이라고 상처 주는 말도 많이 했다. 그러면 화를 내시다가도 “그래 이렇게 키워서 진짜 미안하다. 우리가 잘못했다” 하시니까 엄청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근데 막상 다음 날이면 그 마음이 안 되더라. 또 원망이었다.
● 그러다 보니 감정 기복이 심해진 거군. 주변 사람들이 많이 힘들었겠다.
그래도 끝까지 내 성격은 괜찮은데 남이 나를 이해 못 하는 게 문제라고 생각했다. 철저히 자기중심적이었다. 친구들이 이해해주고 받아주기만 은근히 바랐다. 그러다가 4학년 때 나한테도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마인드 컨트롤을 한답시고 표정 관리도 하고 책도 많이 읽었다. 다들 아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부터 스님들 책도 읽고. 읽을 때는 나도 잘할 수 있겠다, 하다가 얼마 못 갔다. 결국 내 문제니까 내가 해결을 해야 되는데 방법이 없어 많이 고민했다. 심리 상담도 알아봤는데 비용이 많이 비싸더라.(웃음) 그러다가 학교에서 마음수련 대학생캠프 포스터를 봤다. 일주일 동안 나도 편하게 쉬다 오자. 어디 힐링이란 것 좀 해보자 이런 생각으로 시작했다.
● 그래서 감정 기복의 근본 원인을 찾았나?
내 삶을 돌아보면서 열등감이 많다는 걸 알았다. 초등학교 때 남자애들이 외모를 가지고 심한 장난을 쳤다. 하루는 학급 사진 내 얼굴 위에 압정을 꽂았다! 엄청 충격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진짜 못난 애구나, 열등감이 생기기 시작한 거 같다.
● 이궁, 초딩 때 그런 애들 꼭 있다. 암튼 한번 열등감이 생기면 계속 그런 식으로 생각되기는 할 거다.
남이 별생각 없이 던지는 말에도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눈치도 보고. 열등감이 있으니까 화를 더 낸다. 상처 안 받으려고 자존심이 세진다. 표정도 더 차갑게 된다. 부모님께도 상처 주고 못할 말 했던 것도 다 나를 보호하려고 했던 것 같다. 마음을 버리며 제3자 입장에서 그 상황을 바라보다 보니까 내 행동들이 부끄럽고 반성도 많이 됐다. 열등감, 자존심을 버릴수록 편해졌다. 빨리 없애서 더 이상 이런 데 얽매여서 힘들어하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죽을 마당에는 뭐라도 다 해봐야겠다는 의지로 마구 버렸다. 어느 순간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었다. 과거를 떨쳐버리니까 홀가분했다. 어떻게 살아야 되나, 취직은 어쩌지, 그런 걱정도 버리고 보니까 현실에는 없는 거였다. 이게 뭔 소린지 버려 보면 다 안다.ㅋㅋ 누가 못났고 잘났고 상처받고 신경 쓸 일이 하나도 없고 너무 자유롭다. 내가 없으면 나와 남을 비교하고 구분하는 마음도 없지 않나. 나를 보호하고 지킬 필요도 없고, 모두가 하나이니까 상대 입장에서 생각하게 된다.
● 오~ 굉장히 고차원이다. 고로 지금은 부모님 입장도 이해가 된다는 뜻?
예전에는 부모님 행동만 봤다면 지금은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 ‘그동안 엄마 아빠만 무조건 잘못했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까 다 제가 잘못했더라’고 했더니, 부모님이 많이 놀라셨다. 이제 스스럼없이 얘기도 하고 부모님과 나와의 의견 차이도 많이 좁혀졌다.
● 좀 이해는 안 되지만 요즘엔 오히려 우울한 감정을 즐기는 사람도 많다더라.
그거는 솔직히 관심을 받고 싶고 이해받고 싶어서 그런 것도 있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중독이라고 해야 되나? 다 의미 없는 감정 소모다. 자기 속에 쌓아두고 곱씹으면서 힘들어할 게 아니고 훌훌 털고 새롭게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했으면 좋겠다.
● 마무리로 멋진 말 한마디 부탁~
옛날부터 자연스럽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나오는 사람들이 엄청 부러웠다. 부러워만 했는데 마음속 감정들을 다 털어내니까 나도 그렇게 살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살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한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감정 기복’에 감사한다. 뼛속 깊이 긍정적이 되면 힘들었던 과거도 긍정적으로밖에 안 보인다는 뜻이다. 흠~ 나 좀 멋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