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게 불안한 당신, 휴식하라!

이제 여름 휴가철입니다. 휴가, Vacation은 ‘어떤 것으로부터 해방되다’라는 뜻에서 비롯됐다고 하지요. 하지만 대다수의 한국인은 쉬면 불안해지는 증상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제대로 된 휴식이라면 오히려 일의 업무를 향상시키고 삶의 활력소가 되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올해는 반드시 나에게 딱 맞는 최상의 휴식의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요. 열심히 일한 당신에게 주는 선물, 휴식의 이야기를 모아봤습니다. – 편집자 주

노동 뒤의 휴식이야말로 가장 편안하고 순수한 기쁨이다.
– 칸트

휴식이란 밀도 있는 순간을 말한다. 이런 순간은 시간적으로 몇 시간 혹은 며칠까지 확장될 수 있다. 곧 단 한 가지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오로지 자신만의 시간을 누리는 것이다.
– 헬가 노보트니


2011년 남녀 직장인 1천 명을 대상으로 ‘휴식에 대한 의식’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전체 직장인의 87.3%가 ‘휴식이 부족하다’고 답했고 ‘충분히 쉬고 있다’는 응답은 12.7%에 그쳤다. 특히 20대 직장인 70%는 법정공휴일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보장된 휴가는 자유롭게 사용하느냐’에 대한 질문에는 응답자의 68%가 ‘휴가를 사용할 때 눈치를 본다’고 답했으며, 그 이유로는 ‘혼자 쉬는 게 미안해서’(34.8%), ‘돌아왔을 때 밀린 일이 부담스러워서’(29%), ‘상사가 안 쓰니까’(20.3%), ‘인사고과에 나쁜 영향을 줄 것 같아서’(15.6%) 순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휴식을 갈망하는 직장인들은 일과 휴식 중 어떤 것을 선택할까? 조사 결과, 예상과는 달리 ‘휴식’보다는 ‘일’을 선택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200만 원의 상여금을 받는다면 연차 전부를 반납하고 일하겠다’는 사람이 과반수 이상이었다. 일 때문에 15일 연차 전체를 포기할 수 있냐는 질문에도 전체 응답자의 53.7%는 ‘그렇다’고 답했다.

현대 사회는 휴식도 소비 상품으로 바라본다. 마치 이국적이고 비용이 많이 들면 들수록 더 편안한 휴식을 누릴 수 있는 것처럼 자극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장거리 여행은 준비 과정이 번거롭고, 예산도 넉넉히 마련해야만 한다. 또 현지의 기후는 물론 먹고 마시는 것에 적응해야 하는 등 엄청난 스트레스를 준다. 좀 적응하고 쉴 만하다 싶으면 다시 귀국길에 올라야 한다. 휴식은 자유 시간을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는가에 달린 게 아니라 태도의 문제다.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는 밀도 있는 대화, 음악을 즐기며 맛보는 기쁨, 심지어 긴장감에 넘쳐나는 사업 프로젝트 역시 ‘자신만의 시간’이 될 수 있다. 그 시간은 놀이를 하듯 즐거울 수도 한껏 심각할 수도 있으며, 목적을 추구하는 것일 수도 있고, 무엇을 목적으로 삼아야 할지 탐색하는 것일 수도 있다. 요컨대 중요한 것은 나와 시간의 일체감이다.

– <행복의 중심 휴식>(울리히 슈나벨 지음 I 걷는나무) 중에서

휴식은 몸을 이완 상태로 바꾼다. 요동치던 심장은 느려지고 혈압과 혈당도 서서히 떨어진다. 반면 소화 기능은 촉진되어 장의 운동은 활발해진다. 이런 이완 상태에서 활동을 위한 에너지 생성의 기반이 마련되고, 지쳐 있던 세포들도 재생된다. 휴식을 통해 신체는 비로소 건강하게 회복되는 것이다. 또한 적극적인 휴식을 취한 뇌는 행복과 안정감을 주는 세로토닌이란 신경 전달 물질을 분비한다. 이는 뇌관부터 시상, 대뇌피질, 해마까지 뇌의 전반적인 기능을 향상시켜 기억력, 창의력 향상으로 이어진다. 제품의 아이디어 90%가 직원에게서 나온다는 일본 미라이 공업은 연간 기본 휴가 140일, 일일 근무시간 7시간 15분이다. 다른 회사에 비해 업무 시간은 적지만 충분한 휴식으로 사원들의 업무 능력은 향상되었고, 직원들의 아이디어 제안 수만 한 해 1만4천 건에 이를 정도로 일본 내 전기 설비 자재 분야에서 1위를 지키고 있다.

– KBS1TV <생로병사의 비밀> ‘휴식의 힘’ 중에서

휴식은 어리석은 것이 아니다. 그리고 한여름 나무 그늘 밑 잔디에 누워 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하늘을 떠다니는 구름을 보는 것은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니다.
– 설 J. 럽복

휴식이란 자신의 존재를 감지할 수 있는 장소에 이르는 것이다.
– 나탈리 크나프

휴식이란 쓸데없는 시간 낭비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휴식은 곧 회복인 것이다. 짧은 시간의 휴식일지라도 회복시키는 힘은 상상 이상으로 큰 것이니, 단 5분이라도 휴식으로 피로를 풀어야 한다.
– 카네기


내 삶에 안식을 주자

나는 서른 살 결혼과 동시에 아내의 권유로 1년간 휴식 기간을 가졌다. 그 휴식의 첫 시작은 한 달 동안 아내와 함께한 중국 전국 일주였다. 여행 이후 우리의 수중에는 2,200만 원 전셋집과 40만 원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여행을 통해 나는 내가 가진 욕구가 무엇인지 들여다보고 그런 욕구들을 채울 수 있었다. 그 여행 이후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미뤄왔던 영어 공부도 하고, 그 과정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 대부분은 유학을 계획하고 있었다. 시골 깡촌에서 자란 나로서는 비전을 크게 가진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들 덕분에 나 또한 도전과 열정을 키워갈 수 있었고, 대학원도 진학하게 되었다. 1년간의 안식은 내게 10년 동안 달려가야 할 인생의 방향을 정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것은 좋은 남편, 좋은 아빠,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올해 마흔을 맞아 내 자신에게 또다시 1년간의 안식년을 주려 한다. 앞으로 내가 달려가야 할 10년, 그 인생의 목표를 정하기 위해! 마침 그 첫날이던 7월 1일 모처럼 10년 지기 친구들을 만났다. 먹고살기도 바쁜데…라는 말보다 한결같이 응원해주는 친구들을 보면서 행복감을 느꼈다. 올여름엔, 한 달간 가족과 함께 미국, 캐나다로 휴가를 계획 중이다. 가족(아내와 두 아들)과 함께하는 한 달의 여행이 지난 10년을 돌아보고 앞으로 10년의 방향을 깊이 생각하게 해줄 것이다. 경제적으로 많이 부족하지만, 여행 중 겪는 어려움 또한 우리 가족이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 될 거라 생각한다. – 파렐님(블로거)


휴식불안증에서 벗어나 온전히 쉬는 방법 ‘몸 놓아주기’

나는 치의학을 공부하고 있는 학생이다. 우리나라에서 치의학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대학교를 졸업한 뒤, 입문 시험을 거쳐야 한다. 시험 준비를 위해 정말 열심히 공부했던 몇 년 전을 생각하니 ‘그렇게 치열하게 산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생각해보면, 그때까지 나는 ‘휴식불안증’을 앓고 있었던 것 같다.

입문 시험 공부 초반, 학점은 당연히 좋고 소위 ‘스펙이 빵빵한’ 사람들과 함께 공부를 하고 있자니 매시간, 아니 매초가 불안의 연속이었다. ‘사람들은 내가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당연히 이해하고 넘어갔겠지?’ ‘나는 지금 겨우 이만큼 공부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더 많이 하고 더 자세히 했을지 모른다’는 생각들로, 책 내용이 눈에 들어올 턱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하루를 온전히 투자하고도 공부 진도는 ‘달팽이 달리기 수준’이었고, 잠을 줄이면서까지 책을 붙잡고 있는 시간은 늘어났다. 1주일은 열정과 패기로, 2주일은 오기로 버틸 수 있었지만 그 이상은 체력도 허락해주지 않았고 공부 능률도 점점 떨어졌다.

고민하던 찰나, ‘아예 화끈하게 공부하고, 화끈하게 머리를 쉬어주자’라는 생각이 머리에 스쳤다. 그때부터 아침 9시부터 밤 10시까지는 공부를 ‘화끈하게’ 하고, 10시부터는 집에 들어와서 아예 몸을 푹 놓아주었다. 따뜻한 물에 좋아하는 향의 오일을 떨어뜨리거나 음악을 틀어놓고 반신욕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욕조에서 눈을 감고도 온갖 생각이 떠올라 마음이 심란했지만, 그것은 분명 옳은 선택이었다! 그 생활을 1주일, 한 달, 두 달 계속하면 할수록 내일의 각오는 점점 더 선명해지고, 체력은 일정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게 수험생 기간을 보낸 뒤, 무사히 입문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어 현재 치과 의사의 꿈을 목전에 두고 있다. 지금도 공부하려고 책상에 앉으면 외울 것은 화수분에서 나오는 것마냥 많고, 할 일도 많지만, 예전처럼 많이 불안하거나 걱정하지 않는다.

‘온전히 쉼’을 실천하기엔 현실적으로 일이 너무 많고, 걱정거리도 많다고 하소연하시는 분들이 주변에 많다. 그렇다 하더라도 하루에 단 몇 시간만이라도 그저 쉬어보면 어떨까. 오히려 머리를 잠시 ‘꺼두고’ 쉬는 것이,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어쩌면 우리가 ‘온전히 쉼’을 실천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현실적으로 일이 많기보다는 ‘두려움’ 때문이 아닐까? 몸을 지치게 내버려두기보다 하루 종일 일하느라, 견디느라, 공부하느라 수고한 몸에게 ‘수고했다’며 한마디 건네주고, 다독여주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수 있다. 조급하게 사는 게 익숙해져 버린 삶에서 나 스스로에게 휴식을 선물하는 것만큼 값진 선물은 없다. 조금은 놓아보자. 그러면 더 많은 것이 돌아올 것이라 확신한다. – 양선인. 경희대학교 치의학전문대학원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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