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들녘에서 할머니 두 분이 봄을 캐고 계십니다. 이렇게 두 분이 봄을 함께 맞은 지가 50년이 넘었습니다. 서로 눈빛만 봐도 마음을 안다는 두 할머니는 어딜 가든 이렇게 꼭 붙어 다닙니다. 어린 나이에 시집와 참 서러운 것도 많았던 시절, 문만 열면 보이는 가까운 거리에 살면서 속마음 내비칠 수 있는 유일한 말벗이 되었습니다. 두 분 모두 남편을 여읜 지 10여 년, 그 후로 더욱 친자매처럼 지냅니다. 기쁜 일이 있으면 함께 웃어주고 슬픈 일이 있으면 함께 울어주고…. 그렇게 서로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며 반평생을 함께했습니다.
사진, 글 김선규
불현듯 찾아온 봄이여,
천천히 가시게
충북 단양에서 오지로 손꼽히는 가곡면 보발리 성금마을. 밭이 산비탈에 있다 보니 기계를 사용할 수 없어서 여전히 소 쟁기질을 합니다. 7가구 주민들은 내 집 일, 네 집 일 구분 없이 서로 일손을 돕습니다. 해가 서산으로 기울자 하루 일을 접고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갑니다. 급할 것 하나 없이, 소나 주인이나 시간이 멈춘 듯 천천히 발걸음을 옮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