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과거에 비해서 덜하지만, 한국인들은 줄곧 ‘아메리칸 드림’을 꿈꿔왔다. 세계 최고 경제대국 미국이란 나라에 대한 환상과 광활한 영토에서 뿜어 나오는 기회의 땅이라는 이미지는 수많은 한국인들을 자극시켰고, 보다 큰물에서 놀고 싶은 이들의 도전 정신을 꿈틀거리게 했다. 하지만 말이 좋아 다민족 국가지, 실상 미국에서 동양인이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앨범 발매 두 달여 만에 콧대 높기 그지없었던 미국 전역을 뒤집어놓은 동양인이 탄생했으니 그 이름 하여 ‘싸이’다.
이렇게까지 전 세계인들을 들썩이게 하는 ‘대박 중의 대박’을 칠 줄은 당사자인 싸이도 예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던 ‘강남스타일’도 아닌데, 듣기만 해도 춤을 추고 싶은, 그러면서 완성도도 높은 노래 한 곡과 ‘말춤’으로 미국 방송계를 초토화시켜버린 싸이의 ‘세계 정복’은 같은 한국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게 만든다.
어쩌면 싸이는 준비된 ‘국제용 가수’였는지도 모른다. 데뷔곡 ‘새’에서부터 기존 대한민국 가수들과는 차별화된 감각을 구사한 싸이는 애초부터 ‘뛰는 놈 위의 나는 놈’이었다. 기획사에서 몇 년 동안 철저히 준비된 상태로 움직이는 아이돌들과는 달리 직접 곡을 쓰고, 앨범 콘셉트를 잡는 것도 혼자서도 척척 잘하는 싸이는 요즘 들어 각광받는 ‘창조형 인재’다. 게다가 미국 유학파 출신답게 영어 회화도 능통하다. 싸이가 세계적인 뮤지션으로 거듭난 데에는 동영상 포털 사이트 ‘유튜브’의 공이 크지만, 단순히 ‘운빨’로 스타가 된 ‘거품’이 아니란 이야기다.
그럼에도 싸이는 지난 미국 진출 이후 귀국 기념 기자회견에서 “‘강남스타일’에 앞서 K-POP을 브랜드화시킨 선후배들의 밥상에 편승한 것일 뿐”이라고 몸을 낮춘다. 그리고 가수 데뷔 12년 동안 자신의 잘못을 용서해주고 지지해준 국내 팬들 덕분이라고 깊은 감사를 표한다. 스스로도 자신이 전 세계가 주목하는 대형 스타로 거듭난 것에 대해 거듭 놀라움을 표하는 싸이는 ‘월드스타’ 하면 떠오르는 거만함보다도 겸손함과 인간미가 넘쳐흐른다.
“‘강남스타일’ 하나 반짝하고 마는 것 아니냐”면서 애써 싸이의 성공을 평가절하하는 반응에도 “이 노래 하나 반짝하고 말아도 영광인 것 같다. 사람이니까 물론 욕심은 있지만 사실 이건 내게 덤이다”라고 말한다. 그의 진심 어린 겸손은 오히려 자신감이 넘쳐 보였고, 세계인들은 바로 그런 그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다.
싸이 말대로 그는 미국에 이제 겨우 ‘강남스타일’ 하나만 보여줬을 뿐이다. 앞으로 그가 전 세계에 선보일 싸이 특유의 ‘양(양아치)’ 스타일만 보더라도 싸이가 가진 매력과 재능은 무궁무진하다. ‘강남스타일’ 신화는 ‘반짝 거품’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는, 말 그대로 ‘월드스타’라고 불릴 자격이 충분함에도 스스로를 ‘국제 가수’라고 칭한다.
거기에다가 미국에서의 열띤 활동을 펼치고 휴식 없이 바로 귀국. 장기간의 비행에 피곤할 법한데도 깍듯한 90도 인사에, 외신 기자의 질문을 귀담아 들어주기 위해 탁자 위로 몸을 내미는 세심한 배려, 오래전부터 예정된 학생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바쁜 미국 활동 중에도 귀국하자마자 대학 축제에 참석하고, 군부대 위문 공연부터 하는 그의 의리는 ‘월드스타’라면 가져야 할 행보에 대한 우리의 관념을 깨기에 충분했다.
역시 싸이는 오래전부터 준비되어 있는, 전 세계인으로부터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한 ‘국제 가수’였던 것이다.
그래, ‘갈 데까지 가보자~!’ 싸이, 당신 뒤에 우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