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호 월간 마음수련 ‘에세이 앤 갤러리’와 함께한 이혜민 작가는 1954년 생으로 서울대 응용미술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산업미술과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습니다. 젊은 시절 디자이너로서 성공하지만 바쁜 삶 속에서 건강을 잃은 후 큰 결심을 합니다. ‘내 욕심이 병을 만들었구나. 돈은 못 벌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자.’ 그 후 40대에 이르러 화가가 된 그는 가장 편안하고 행복했던 시절을 화폭에 담아내기 시작합니다. 소박한 색감과 정교한 필치, 특유의 마띠에르 기법으로 표현한 고향의 풍경들이 마음속 깊이 그리움을 불러옵니다.

 

 

자연… 그리움(情)… 나를 키워준 엄마의 품속

 

작업실 앞에 제법 큰 느티나무가 있다.
늘 내 곁에 있는 친구 같은 나무다.
전시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다가
문득 창밖을 보니 어느새 물이 올랐다.
철 따라 변하는 나무를 보니 세월의 흐름이 빠르다.
지천명의 나이를 넘어 이 산속으로 들어왔다.
수만리를 돌아 다시 고향으로 오는 남대천의 연어처럼.
어릴 때 뛰놀던 들판, 물장구치던 개울은 옛 모습을 잃었지만
산등성이, 이름 모를 들꽃은 여전히 정겹다.
순수함, 소박함, 조용함, 느림의 단어들은 시간의 속도에 묻혀 버렸다.
이곳에서 다시 그들의 소중함을 생각하며 그림을 그린다.
시끄러운 세월에 조용한 그림을 그리고 싶다.
누구나 쉽고 편안하게 다가 설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
그리고 나의 그림이 잠시나마
고향을 생각하며 옛 추억에 잠기게 해줄 수 있다면
이 또한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한다.

 

_  이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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