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북극권 취재를 위해 시베리아 동쪽 끝 추코트카 반도를 여행하던 어느 날 밤 북쪽 하늘에 생긴 이상한 모양의 녹색 구름을 발견했다. 그 구름은 점점 넓어지면서 아주 빠르게 온 하늘을 휘젓고 다녔다. 그게 오로라인 줄 나중에야 알았다.
그 후 오로라를 찍어보겠다고 마음먹었으나 좀처럼 기회가 닿지 않다가 작년 가을부터 올봄까지 오로라를 찾아 북극 지방을 누비게 되었다. 올해가 바로 11년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 태양의 활동이 왕성해지는 극대기이기 때문이다. 몇 년간 잠잠하던 태양은 부글부글 끓어오르면서 많은 흑점을 발생시킨다. 태양의 흑점이 폭발하면 고에너지 입자가 우주로 흩어지는데, 그걸 태양풍이라고 부른다. 지구 가까이 다가온 태양풍은 지구의 자기력선에 끌려들면서 대기권의 물질과 반응하여 빛을 낸다. 그게 바로 오로라이다. 북반구와 남반구의 고위도 지방에서 오로라를 볼 수 있는 건 극지방의 자기장이 세기 때문이다. 지구는 거대한 막대자석과 같아 오로라는 북극과 남극에 같은 시간, 같은 모양의 대칭형으로 나타나는데 북극 하늘에 나타나는 현상을 ‘오로라 보레알리스’ 라고 부른다.
오로라를 볼 수 있는 지역은 남반구에선 대부분 바다여서 북극 지방으로 가야 하는데, 지구의 자북극을 중심으로 한 거대한 도넛 모양의 지역에서만 관찰이 가능하다. 위도상으로는 북위 62도에서 70도 사이에 해당하는 이 도넛 모양의 지역을 ‘오로라 오발’이라고 부르는데, 캐나다 북부, 알래스카, 시베리아 북부, 스칸디나비아 북부, 아이슬란드, 그린란드가 여기에 속한다.
오로라를 제대로 보려면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 태양에서 방출된 입자가 지구에 도달하는 시간에 맞춰야 하고 구름이 없어야 하며 하늘이 어두워야 한다. 북극권은 여름철이 백야이기 때문에 밤이 없으므로 겨울철에만 관찰이 가능한데 날씨가 안 좋은 경우가 많다. 오로라 관측의 또 다른 어려움은 인공광이다. 아무리 하늘이 맑아도 빛이 있는 곳에서는 오로라 관찰이 어렵다. 사정이 이러니 멋진 오로라를 만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타나도 대개 아주 짧게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절정의 순간은 몇 분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난 오로라. 강렬한 오로라 폭풍이 밤하늘 전체를 뒤덮고, 대자연이 펼치는 너울거리는 춤, 그 황홀한 광경 앞에 내 가슴은 뛰기 시작한다.
나에게 오로라는 무엇일까. 이렇게 세상은 아름답고 살 만하다는, 우주의 티끌에게도 누릴 수 있는 나름의 행복이 있다는, 비록 꿈같이, 쏜살같이 지나간, 찰나에 불과한 순간일지라도 그 행복은 분명히 존재했고 앞으로도 소소한 행복의 순간이 찾아올 거라는, 그 순간을 즐기고 감사하라는 하늘의 축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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