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정현 22세. 미국 메사추세츠주 SMFA 재학 중
영화 해리포터의 마지막 편이 드디어 개봉했습니다. 1997년 영국에서 책으로 발간된 후 성경 다음으로 많은 부수가 팔렸고, 한국에서 발간된 번역 서적 중 이문열의 삼국지 다음으로 많이 팔린 해리 이야기의 대장정이 끝을 맺은 것입니다.
아쉬움에 가슴 한켠이 시린 이는 저뿐만이 아닐 겁니다. 초등학교 때 처음 접한 해리포터는 모범생에다 지루하기만 했던 제 삶에 생동감을 불어넣어 준 존재였습니다. 우연인지 책 속의 해리와 나이까지 같았던 저는 전 권을 세 번 이상 읽고 주문을 달달 외울 만큼 해리포터에 푹 빠져 살았습니다.
그런 해리포터 이야기가 2001년 영화로 나왔을 때는 실망도 컸습니다. 해리 삼총사의 이야기 속에 알알이 심겨 있는 환상과 마법, 퍼즐을 맞추듯이 조목조목 세심하게 이어진 에피소드를 영화에서는 거의 볼 수가 없었으니까요. 책의 방대한 분량 때문에 줄거리를 따라가는 데 급급하다는 느낌이었죠. 하지만 한편으로는 혼자만 상상하던 이미지와 음악을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좋았습니다.
특히 해리 삼총사는 오랫동안 보고팠던 친구를 만난 듯 반가웠습니다. 자신을 희생하며 주위 사람들을 사랑할 줄 아는 해리, 특출난 것 없이 구박받으며 자랐지만 해리에게만큼은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주는 론, 그리고 해리와 론을 하나로 뭉쳐 앞으로 나가게 하는 헤르미온느. 용감하고 두려울 것 없는 이 악동들을 보며 동질감도 느끼고 대리 만족도 느꼈습니다. 10년을 한결같이 함께해준 다니엘(해리 역), 엠마(헤르미온느 역), 루퍼트(론 역)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도 뿌듯했죠.
고1부터 시작된 외로운 유학 생활 중 해리포터는 추억이 가득한 한국을 떠올리게 해줬고, ‘용기를 내라’며 저를 다독이는 철든 동생 같았습니다.
8편의 영화 중 마지막 편인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부’의 개봉을 앞둔 시점에서는 제 안의 두 목소리가 싸우기도 했습니다. 궁금해 죽겠으니 빨리 보자는 독촉의 소리와 이야기가 끝나는 게 두렵다는 아쉬움의 소리. 이 이야기가 끝날 때쯤이면 나도 멋진 어른이 되어 있을 거라고 상상했는데…. 저는 어려서부터 고민투성이 아이었거든요.
데이빗 예이츠 감독이 연출한 마지막 편은 1, 2부로 나누어져 원작을 가장 잘 반영한 작품이었습니다. 해리가 자신의 죽음을 무릅쓰고 악당 볼드모트와 싸울 때 호그와트 마법학교의 사람들 역시 자신의 모든 걸 던집니다. 아무리 강하고 두려울 것 없는 볼드모트라 해도 사람들의 그런 사랑 앞에서는 승리자가 될 수 없었죠.
영화가 끝나자 곳곳에서 박수소리가 들렸습니다. 연령, 국적, 나이에 상관없이 수많은 이를 사로잡은 역사적 작품과 함께했다는 고마움에 저도 아쉬움의 눈물을 닦고 크게 박수를 쳤습니다.
그동안 해리포터를 보면서 참 행복했습니다. 소설과 음악, 일러스트가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됐고, 나도 어른이 되면 아이들이 아이다울 수 있는, 공간과 기회를 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조금은 거창한 꿈을 갖게 되었지요.
그리고 지금 해리포터의 끝은 저의 새로운 시작이 되었습니다. 자신을 다 던지고 어른이 된 해리처럼 저도 어린 시절의 환상은 버리고 현실 속에서 제가 원하는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