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근무하는 학교엔 청소를 담당하시는 초로의 아주머니 한 분이 계신다. 학생들은 이분을 봉사 담당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복도나 화장실에서 마주칠 때마다 환한 미소로 인사를 하신다.
이 학교에 처음 왔을 때가 생각난다. 새로 지어진 이전 학교에 비해 대도시 근교에 자리 잡은 이 학교는 어두컴컴한 복도에 출입문조차 덜컹거렸다. 복도 곳곳엔 학생들이 뱉어 놓은 침이 얼룩져 있었고 버려놓은 휴지는 낙엽처럼 뒹굴었다.
내가 부임한 첫해 2학기에 이분이 우리 학교에 오셨다. 한눈에도 성실하게 보이는 분이었다. 그때로부터 지금까지 3년 반의 세월, 학교는 나날이 달라졌다. ‘그때 그 학교가 맞나?’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 정도다.
30여 평 되는 집의 청소도 실컷 해놓고 돌아서고 나면 ‘도로아미타불’이 되는데 그 백 배가 넘는 학교는 말해 무엇하겠는가? 본관, 후관에 6개나 되는 화장실은 물론이고 교무실과 복도, 그 모든 곳을 60대의 아주머니 한 분이 모두 청소하신다는 사실이 어떤 때는 기적처럼 여겨진다.
그런데 이분은 한 번도 학생들 험담을 하시는 법이 없다. 아이들의 장점만이 보이시는 모양이다. 이런 긍정적인 시각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이전 학교에 근무할 때 두 분의 청소 미화원이 있었다. 당시 학생부를 맡고 있던 나를 만날 때마다 제발 학생들 껌 안 뱉게, 휴지 안 버리게 단속해 달라고 하도 말씀하시는 통에 나중에는 그분들이 복도 끝에 보이면 다른 쪽으로 돌아서 가기도 했다. 수백 명의 학생들이 학교에서 온종일 생활하는데 휴지나 껌을 버리지 않기가 어찌 쉽겠는가?
그러나 우리 학교 학생들은 달라져 갔다. 복도나 건물 밖에서나 휴지가 현저히 줄어갔다. 그리하여 처음 부임할 때 내가 근무했던 학교 중에 시설이나 청결도가 거의 최하급이었던 이 학교는 지금 내가 근무했던 학교 중 가장 깨끗한 학교가 되었다.
<사막에 숲이 있다>라는 책이 있다. 중국 네이멍구 자치구에서 있었던 실화를 소설 형식으로 엮은 책으로, 한 여인이 남편과 함께 사막에 풀씨를 뿌리기 시작해서 비옥한 옥토로 바꾸었다는 이야기다. 그와는 비교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우리 학교에도 작은 기적이 미화원 아주머니를 통해서 일어났다. 낡은 학교가 낡음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한 학교로 변모한 점이다. 작은 기적은 학생들도 변화시켰다. 복도나 운동장이 학생들이 휴지도 버리지 않고, 침도 뱉지 않는 신성한 공간이 된 것이다. 새로 부임하신 선생님들이 말씀하신다.
“이 학교는 정말 깨끗해요.”
변화를 지켜본 나로서는 그분에게 감사와 존경을 보내지 않을 수가 없다. 교실에서 수업하다가 보면 문밖에서 교실 문 주변까지 청소하시느라 달그닥 소리가 자그맣게 날 때가 있다. 창문에는 그분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선생님이 이 학교에서 가장 존경하는 분이 있어요. 우리가 공부하고 있을 때도 문밖에서 여러분들이 청소해야 할 복도를 열심히 닦고 계시는 분이세요. 왔다 갔다 하다가 청소하시는 그분과 마주치면 감사의 인사를 꼭 드립니다. 학교의 모든 화장실과 복도, 교무실까지 매일 청소를 하셔요. 꼭 그렇게 다 해야 할 책임이 있는 게 아닌데도….”
아이들도 진심으로 감탄의 표정을 드러낸다. 저희들은 ‘교실 한 칸 청소하는 것도 힘든데, 할머니가 어떻게 그 많은 곳을 다 청소하실 수 있나?’ 하는 얼굴빛이다.
“저렇게 정성스레 곳곳 구석구석을 청소해 주시는데, 여러분들이 더 깨끗이 써야겠죠?”
조용하지만 빛나는 존재감을 학생들도 안다. 일의 고됨에 비해 그분이 받는 적은 봉급을 생각하면 괜스레 내가 미안해진다. 그분의 일하는 모습을 보며 저절로 배우게 된다. 가히 진정한 ‘선생님’이란 호칭을 받을 만한 분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