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지인에게서 사진 몇 장을 소개받았다.
사진 속 풍경은 나에게 큰 충격이었다.
그리고 지난해 체코, 남모라비아로 떠났다.
그곳은 비옥하고 풍요로운 땅이었다.
근대 선교 역사에 100년 동안 매일 24시간씩 무릎을 꿇었던
모라비안 교도의 기도가
평화로운 대지를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많은 시간 카메라를 둘러메고
여러 곳을 다녔지만 체코는 특별했다.
선과 색과 패턴이 주는 조화를 뛰어넘어
300m 화각에 알맞은
특이한 풍광의 이미지는 잊을 수 없다.
지평선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끝없이 이어지는 구릉과 구릉,
그 아름다운 선들….
마치 너무나 잘 가꾸어 놓은 듯
푸른 융단처럼 너무나 경이로웠다.
봄에는 땅이 넉넉해서인지 곳곳에 갈색의 휴경지가 있다.
비에 촉촉해진 까만 흙과 녹색의 밀밭, 군데군데 노란 유채꽃이 색감을 자랑한다.
가을엔 평범한 옥수수밭도 추수가 끝나면 콤바인이 지난 자리로 멋진 궤적을 만들어낸다.
더구나 수확을 기다리며 온몸을 까맣게 태우는 해바라기밭도 패턴 속에 있다.
그렇게 풀밭을 거닐다 보면 밀 싹을 먹고 자라는 노루들이 나를 반긴다.
그래서 5차례나 모라비아에 갔다.
풍광은 매번 달랐지만 언덕과 언덕이 만나는 선과 색과 면의 평화로움은 같았다.
그중에서도 군더더기를 뺀 단순화된 패턴을 찾아 구릉을 몇 번이나 넘었던가!
14년의 내 사진 작업 방향을 정립해준 체코의 들녘이 사랑스럽다.
그 땅은 나의 살아 있는 교과서가 되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평화를 찾아가는 마음의 여행지가 되고 있다. 또한 나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