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 조심스럽게) 키가 몇인지…? 158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는 큰 편에 속했다. 성격도 억수로 밝고 쾌활했고. 그런데 5학년 때 큰 충격을 받았는데. 그때 키가 멈춘 것 같다.
160센티도 안 되다니. 무슨 일이 있었기에? 학교 마치고 집에 왔는데 강도가 들어 엄마가 돌아가셨다. 강도와 쓰러져 있는 엄마를 동시에 맞닥뜨렸고, 나도 강도 손에 기절했다. 엄청난 충격이었다. 그 후 키가 안 컸다. 성격도 완전히 변했다. 말도 없고 소극적이고 한곳만 응시하고….
아… 정말 유감이다. 그 사건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었을 것 같다. 제정신 아닌 상태로 중학교에 입학했다. 멍~ 하게 있으니까 애들이 놀리기 시작했다. 기가 죽고 친구들이랑 키 차이가 점점 심해졌다. 친구들은 방학만 지나고 오면 팍팍 크는데 나는 아무래도 잘 안 챙겨 먹어서인지 그대로였다. 또 변성기를 지나면서 너무 말을 안 해서인지 목소리도 여자처럼 가늘었다. 애들이 동성애자라고 놀리면 정말 너무 싫었다. 진짜 너무너무. 근데 걔들은 키도 크고 풍채도 있으니까 제압당할 수밖에 없었다.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 같으면 애들을 줘패뿌던지 물어뜯던지, 내가 맞더라도 같이 싸웠을 거다. 근데 그때는 그냥 당하기만 했다.
정말 암담하고 살기 싫었을 것 같다. 친구, 친척, 부모님 원망뿐이었다. 집에 가면 누나들도 힘들어하고 아빠도 더 엄하게 화를 많이 내셨다. 집에서도 치이고 학교에서도 치이고. 중고등학교 때는 자신감이 너무 없어서 거리를 걸을 때도 땅만 보고 다녔다. 그리고 하나 더. 여드름 자국이 심했다. 여드름을 하도 짜서 피부가 정말 안 좋았다.
그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었나? 오직 나의 해방구는 음악, 사물놀이였다. 음악을 하는 순간에는 마음이 확 열렸다. 특히나 국악, 사물놀이는 같이 어울리는 음악이라서 좋았다. 그리고 28살에 대회에 나가 명인부 장원을 땄다. 그때만 해도 어린 나이에 장원을 한 사람이 드물었다. 매달릴 수 있는 건 그것밖에 없었다.
외모를 가꾸려는 노력은 안 했나? 스무 살쯤 되니까 이제 나도 과거에서 벗어나서 꾸미고 싶고 연애도 하고 싶은데 키가 안 되니까 정말 스트레스였다. 바지를 사도 무조건 밑단은 잘라야 하고, 맵시도 안 나고 신발도 맞는 게 없었다. 양복도 입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일단 깔창을 5센티미터 깔고 굽 높은 하얀색 캔버스화를 신었다. 하늘색 남방에 남색 면바지로 스마트하고 댄디한 느낌을 줬다. 머리는 좀 더 잘생겨 보이고 튀어 보일까 하면서 왁스 바르고. 피부에 양보한 것도 많다. 소소하게는 녹차 티백 우린 물에다가 세수하고. 감자 팩이 피부를 뽀샤시하게 한다 해서 감자도 갈아서 붙이고, 꿀하고 요플레랑 섞어서 팩도 해봤고 좋다 하는 유기농 화장품도 써봤다. 피부과 치료는 돈이 많이 들어서 포기했다. 내 피부로 보아 한두 번 해서 안 될 거 같아서.(웃음) 지금 생각해 보면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가 나를 미용업계로 이끌었던 것 같다. 요즘도 키 작고 머리 크고 피부 안 좋은 사람들은 특히 더 멋지게 스타일링해 준다. 누구보다 잘 이해하니까.
외모 때문에 피해본 적은 없나? 우리 사회는 아직 외모로만 판단하고 키가 작으면 일단 시시하게 보는 편견이 있다. 기본 심성은 배제해 버린다. 친척들한테도 많이 무시를 당했다. 남들이 생각하는 번듯한 직장인도 아니었으니까. 안정적인 길을 갈 것인가 내가 하고 싶은 길을 갈 것인가. 고민이 많았다. 그러다가 도망가는 심정으로 마음수련을 시작한 것 같다. 벗어나고 싶었다.
마음수련 하면서 제일 많이 버린 게 뭔가? 부모님에 대한 기억을 많이 버렸다. 또 그 사건 속의 강도가 정말 원수였는데, 그 미운 감정을 버리는 게 가장 힘들었다. 놀림받고 힘들었던 것도 버렸다. 그리고 내 자신을 가장 많이 버렸다. 겉과 속이 다르게 행동했던 내 모습들, 외모 콤플렉스도 버렸다.
그게 말처럼 쉽게 없어지나? 마음수련 하기 전에는 평생 살아온 이 모습이 나의 전부였다. 근데 마음수련 해본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이 작은 몸이 내가 아니라 그냥 우주 전체가 본래 나라는 걸 알게 되니까 몸이나 외모에 대한 열등감이나 집착이 안 생긴다. 진짜 내 본성을 알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콤플렉스도 없어지는 셈이다. 이 우주가 내 본성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너무 기뻤다. 고귀한 본성을 한번 알게 된 이상 이걸 잘 간직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무한한 우주의 마음으로 잘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지금 자신의 외모를 평가한다면? 완전 만족이다. 봐라, 인상도 너무 좋고 동안이지 않나. 사람은 자기 마음이 얼굴에 나타난다. 십 대, 이십 대는 화장으로 커버가 되겠지만 나이가 들수록 인상이 중요한 건 살면서 마음을 어떻게 썼는지가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일 거다. 의식적으로 표정을 밝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좀 못생겼고 피부는 까맣더라도 마음이 편하고 스트레스가 없으면 인상은 아주 밝아진다. 그래서 나 같은 동안 외모가 가능한 것 같다.ㅋㅋ
요즘은 다이어트 중독에 성형 중독자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외모에 지나치게 신경 쓰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기 삶을 돌아보면 어떠한 계기로든 생긴 열등감이 분명 있을 거다. 그게 뭔지는 자기가 가장 잘 알고 있다. 그 열등감을 버리고 원래의 본성으로 살아가면 ‘나’와 내 외모에 대한 인식 자체가 바뀌어버린다. 표정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빛이 나고 아무리 못생겼던 사람도 정말 매력적이 된다. 겉으로 치장해서 나오는 광채가 아니다. 이게 바로 진정한 자체 발광?ㅋㅋ 자기 안의 열등감을 다 버려 진정 나를 사랑하고 외모가 어떻든지 스스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