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설이 내린 3월의 첫날 아침, 고봉산을 찾았습니다. 눈은 머리에 이었지만 생물들의 몸짓은 모두 경쾌해 보였습니다. ‘그래도 봄은 온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춘삼월 눈 녹듯 한다’는 말처럼…. 등산을 마치고 내려오니 어느새 눈이 녹아 있었습니다. 우리 마음도 이 봄에 다 녹아내리면 좋겠습니다.
사진, 글 김선규
조잘조잘 버들강아지들의 수다
“쟤는 봄이 온 줄 알고 먼저 외투를 벗었다가 동상에 걸려 눈이 삐뚤어졌대.” “정말? 하하하~, 미안해, 자꾸 웃음이 나와서~ㅋㅋ” “쳇, 햇살이 얼마나 따뜻한지, 난 정말 봄이 온 줄 알았다고.” “봄이 얼마나 장난꾸러기인데, 봄 장난에 네가 당한 거야. 하하하!”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 버들강아지들입니다. 조잘조잘~ 재잘재잘~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은지 꼭 눈 달린 털북숭이 도깨비같이 생긴 녀석들의 수다가 끊이지 않습니다. 그나저나 저 여린 솜털로 누구 간질이면 참 재미있겠는데요~ㅎㅎ
꽃잎들이여, 나비가 되어라
이른 봄, 앙상한 꽃대 위에 하얀 나비들이 어른거립니다. 가까이 가보니 지난겨울 눈보라에 용케 살아남은 산수국의 가짜 꽃잎들입니다. 여름 장마철에 꽃을 피우는 산수국은 번식을 위해 가짜 꽃잎(꽃받침)을 활짝 펴고 벌과 나비를 부르지요. 가장자리 꽃의 생김새는 영락없는 꽃 모양인데 수정이 안 되는 가짜 꽃인 겁니다. 여름내 수수한 꽃 대신 화려한 치장을 하고 꽃과 나비를 유혹하던 꽃받침들.
봄이 오는 길목에서, 빛바랜 가짜 꽃잎들은 이제 나비처럼 보입니다. 가짜 꽃잎으로 살던 생은 마감하고, 나비로 환생하여 훨훨 날고 싶었던 그 마음. 그 마음 그대로 전해져 우리도 함께 날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