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과 제자가 먼 길을 떠났습니다.
해 질 녘, 허기를 느낀 스승과 제자는 한 국밥 집에 들렀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인사를 하는 주인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했습니다.
수시로 한숨을 쉬는 주인을 유심히 보던 스승이 그를 불렀습니다.
“주인 양반, 이리 와서 술이나 한잔 하시겠소.”
스승은 약주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주인의 하소연을 들어주었습니다.
주인은 올해 쉰 살에 접어들었으며, 국밥 집만 20년이라고 했습니다.
“돈은 번다고 벌었는데도 돈 걱정에서 벗어날 수가 없네요.
언제 무슨 일이 날지 모르지 않습니까.
애들이 잘 크고 있는 건지, 시집 장가는 어찌 보내나 싶고,
이렇게 살다 가는 게 인생인가? 다 허무할 뿐입니다.”
하기 싫어진 장사 얘기, 미운 손님 얘기, 싫은 종업원 얘기까지….
스승은 주인의 신세타령을 다 들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왜 우리의 인생은 허무할 수밖에 없는가를 말해주었습니다.
가짐과 집착이 만들어내는 것은 걱정과 불안이요,
걱정과 불안이 만들어내는 것은 우울과 허무일 뿐임을.
그 고통에서 벗어나려면 하루빨리 그 마음부터 비워야 하고,
그래야 다시는 허무하지 않은,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다고 말입니다.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 네 시간….
스승은 정성을 다해 마음 비우는 방법 또한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깊은 밤에 이르러서야 국밥집에서 나오며 제자가 물었습니다.
“스승님, 저 주인이 이제 마음을 비우며 살까요?”
“아니, 그러지는 않을 것 같구나.”
“예? 그걸 아시면서 그 오랜 시간을 그자와 보내신 겁니까?”
스승이 먼 밤하늘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최선을 다한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