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위도, 권위도 내려놓으신 우리 부사장님을 소개합니다
류희전 40세. 회사원. 인천시 부평구 부개동
IMF 당시, 회사가 법정 관리에 들어가면서 다른 회사에 인수 합병되었다. 그리고 2004년, 아직은 어수선한 가운데 새로 부사장님이 부임해 오셨다. 금융 계통에서만 근무했었다는 부사장님은 인쇄 쪽은 전혀 모르는 분이었다. 직원들은 겉으로는 예, 예, 했지만 은근히 무시하고 경계했다.
그럼에도 당시 부사장님이 보여주신 모습은 인상 깊었다. 전혀 동요하지 않고, 직원들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일일이 대화를 나누셨다. 한 번도 부사장님 방으로 오라 가라 부른 적이 없었다. 무엇이 어려운지, 고충은 무엇인지를 늘 물었고 인쇄 분야도 열심히 공부하셨다. 바쁘다 싶으면 직접 기계 앞에 서서 일을 도우셨다.
한번은 회사 다니는 게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려고 한 적이 있다. 그때 부사장님과 많은 대화를 하면서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힘든 것도, 다른 곳으로 가고 싶은 마음도 이해해. 물론 그것도 좋겠지만, 좀 더 노력해서 우리 회사를 안정된 직장으로 만드는 것도 보람된 일이 아니겠는가.”
매사 솔선수범하시는 우리 부사장님. 그렇게 직원들 마음을 다독여주시는 사이 어느덧 회사도 정상 궤도에 오르게 되었다.
부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직원들의 마음의 소리를 들어주신다는 느낌이 든다. 때문에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어떤 말을 해도 괜찮을 것처럼 편안하고, 권위주의도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부사장님을 보면서, 언제 어디에서나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융화된다는 건 저런 거구나 싶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부사장님께서 하셨다는 마음수련에 자꾸만 관심이 간다.
사진을 내려놓고 사진을 찍다
홍성훈 34세. 사진작가.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나는 대학에선 순수미술을 공부했다. 학과 과목 중 하나였던 사진 수업을 듣게 되었고, 유명한 사진가들의 사진을 보며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시각과 사진이 가진 힘에 매료되었다. 원래 그림을 공부한 덕인지 나는 기존의 사진과는 다른 나만의 느낌을 낼 수 있었고, 친구들과 교수님들의 칭찬에 자신감이 나날이 커졌다. 하지만 그 자신감은 점점 더 ‘나는 남과 달라야 한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사진을 담아내야 한다’는 강박증으로 변질되어갔다.
그런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는 점점 현실로부터 멀어지고 있었다.
세상과의 소통이라 생각했던 사진 작업은 오히려 세상과 단절에 이르게 했다. 자기만의 세계에 갇힌 채, 집념을 넘어 집착에 이른 사진에 대한 욕심, 그렇게 아집으로 똘똘 뭉쳐 있는 나에게 다가올 사람은 없었다. 심지어 가족도 친구도 멀어져만 갔다.
모두가 떠나고 나서야 나는 상황을 직시했다. 그림이다, 사진이다, 창작이다, 하며 쌓아올린 그 세계가 오히려 나의 정신을 무너뜨리고 있고, 나를 가둬놓은 무덤임을 알게 되었다. 그 무덤에서 나올 수 있는 길은, 내가 사진을 통해 가지려 했고, 가졌던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만 했다. 나는 그 방법으로 마음수련을 택했다.
카메라도 놓고 스튜디오도 놓고, 그렇게 일년을 마음공부에 집중했다. 그러는 동안 내가 너무도 나만의 멋진 이미지라는 것에 속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런 마음들을 버린 만큼 나의 시각과 의식은 점점 넓어지고 있었다.
카메라를 놓고 다시 마주한 세상은 그동안 보지 못한 것들을 참으로 많이 알려주었다. 이 세상 무엇 하나 아름답고 귀하지 않는 게 없었고, 이렇다 저렇다 하는 생각 없이 바라볼 수 있는 세상이 즐거웠다.
나는 다시 사진을 찍고 있다. 세상에 찍을 것들은 넘쳐났고, 촬영 순간 또한 그지없이 자연스럽고 편안하다. 다시 카메라를 잡은 지금, 욕심 없이 세상을 담을 수 있음에 감사하다. 찰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