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일 년 만에 남편이 중국 주재원 발령을 받았습니다. ‘밥은 제대로 해먹고 살아야 하는 거 아닌가’ 싶어 작은 압력솥 하나 이민 가방에 넣고 중국 생활을 시작했어요.
중국이란 나라는 땅이 넓어서 그런지 쌀도 참 다양하더라고요. 길쭉한 안남미부터 찹쌀의 찰기도 다르고 가격에 따라 맛도 같은 게 없었어요. 쌀 깨끗이 씻어서 ‘손등 위로 찰랑하게’라는 물 붓기 공식은 통하지도 않고요. 이 쌀 저 쌀 사다가 물도 맞춰가며 밥 짓기에 성공하면 얼마나 행복하던지.ㅎㅎ
하루에 세 끼를 하면 세 끼 모두 밥 상태가 다르니, 맛있게 고슬고슬하게 잘 지어진 날은 9첩 반상 부럽지 않게, 밥 한 그릇 소복이 떠서 그것만 먹은 날도 있습니다. 밥풀 묻은 주걱을 쥐고 밥알 떼어 먹느라 신이 난 아기 표정을 보면, 밥 한 번 잘한 걸로 진짜 엄마가 된 거 같았고, 남편의 ‘이야~ 한국 밥맛이다’ 소리에 신이 났습니다. 밖에서 먹고 와도 꼭 집밥에 김치를 찾는 남편 덕에 더 신경을 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밖에서 먹는 밥은 허하다는 남편이 찬밥이라도 찾으면 사실 마음이 짠했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설 쇠러 한국에 왔을 때 그 밥 잘하기로 유명하다는 쿠○를 샀답니다.
밥 짓기 기술은 늘었어도, 매끼 압력솥에 밥하고, 찬밥은 또 데우는 게 귀찮아서 알아서 잘한다는 쿠○를 산 거지요. 근데 알아서 못하더라는…ㅜ.ㅜ 쌀이 중국 쌀이라 그런지 10년 전으로 돌아가 물 맞추기를 다시 했지요. “밥은 쿠○가 한다더만 지가 알아서 물 맞추고 이런 거 몬하는갑지?” 남편 말에 웃으며 진밥을 먹었습니다. 그래도 보온불이 켜진 밥솥을 보면 따뜻한 밥이 담겨 있단 생각에 흐뭇해지는 거, 제 속마음입니다.ㅋㅋ
중국의 다양한 쌀로 밥 짓는 노하우
길쭉한 안남미는 물을 좀 적게 부어 밥을 고슬하게 짓습니다. 다 퍼낸 다음, 살짝 누룽지를 만들어 설탕을 솔솔 뿌려 먹거나 숭늉으로 먹으면 맛있답니다. 대부분의 중국 쌀은 찰기가 약해, 찹쌀을 섞거나 잡곡 쌀을 섞고, 밥을 지을 때 소금을 살짝 넣으면 간이 맞아서 훨씬 맛있는 잡곡밥이 됩니다. 찰기가 떨어지는 쌀로 한 밥이 남으면, 볶음밥이나 식혜로 해서 먹으면 정말 맛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