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몸값이 나가는 화초를 심은 화분을 보면, 한 가지만이 아니라 여러 식물을 함께 심어 멋지게 연출한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어요. 커다란 식물 아래 작은 화초나 돌멩이, 또는 이끼 같은 것을 곁들여 조화롭게 꾸미면 정말 값어치 있어 보일 뿐만 아니라 주연 식물들을 훨씬 돋보이게 만들어주지요. 어떻게 보면 배경으로 쓰인 식물이나 돌멩이 등은 엑스트라라고 할 수 있겠네요.
꽃 시장에서 ‘타라’ ‘천사의 눈물’ ‘구름이끼’라 불리는 식물들이 주로 엑스트라 역할을 맡고 있는데 생김새가 튀지 않고 수더분하면서 가격도 저렴한 편이랍니다.
어느 날 분갈이를 하다가 알게 된 건데, 엑스트라 식물을 빼내고 주연 식물만 따로 심었더니 전체적인 분위기가 함께 있을 때만큼 살아나지 않더라고요. 아뿔싸, 그동안 이걸 몰랐네 싶었습니다.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폼 나지 않는 일도 해줘야만 다 같이 제대로 어우러질 수 있다는 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누구는 중심이 되고 누구는 배경이 되고, 각각 다른 모양으로 사는 것 같아도, 모두가 세상을 위한 필연적 질서이며, 성격이 다를 뿐 하나하나가 다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어제는 고무나무 밑에서 오랫동안 잘 자라 풍성해진 ‘천사의 눈물’을 따로 파내어 녀석 하나만 아끼는 화분에 정성스레 심어줬답니다. “그래, 너도 주인공이야. 우리 모두 주인공이야”라고 말해주면서요. 순간 녀석이 환하게 웃더라구요. 정말이라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