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팍 도사’에 출연한 김태원이 아들의 자폐증을 털어놓았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파란만장했던 그의 일대기는 거의 들어 알고 있었으나, 아들이 그렇게 아픈 줄은 몰랐습니다. 힘겨웠던 지난날의 고통들을 이겨내고 지금은 그저 행복하게 살고 있는 줄만 알았는데, 그의 삶에 끝없이 계속되는 고통은 제 이마에 식은땀이 맺힐 만큼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글 지현정 문화칼럼니스트, 사진 제공 MBC
아들 우현이는 지금 11살이지만 한 번도 아빠와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김태원은 지금도 아들과 대화하는 꿈을 꾼다고 했습니다. 자폐아에 대해 편견을 가진 사람들의 싸늘한 시선 때문에 너무나 큰 상처를 받았으며, 그것이 바로 현재 김태원의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외국에서 살고 있는 이유라고 했습니다. 그의 아내의 소원은 아들보다 하루만 더 사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누구보다 자존심이 강한 음악가 김태원으로 하여금, 더 이상 음악적인 자존심만 내세우며 살아갈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리도록 만든 것도 아픈 아들이었습니다. 그는 과감히 예능을 시작했고, 더 이상 아무것도 거부하지 않았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경제적인 이유도 있었겠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요.
목숨 같던 자존심을 버리고, 가장 낮은 곳에 엎드림으로써, 그런 자신을 하늘이 굽어보시고 아들을 지켜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들 얘기는 김태원의 작곡 히스테리 때문에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외국으로 도망갔다는 황당한 헛소문을 감수하면서까지, 꽁꽁 감추고 싶던 비밀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왜 그토록 힘든 고백을 한 것일까요?
김태원은 초등학교 입학 후,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선생님에게 따귀를 연속으로 맞은 적이 있다 했습니다. 그때 받은 충격과 상처 때문에 학교에 가기가 죽기보다 싫었던 그는, 아침이면 학교에 간다고 집을 나서서는, 학교 주위를 빙글빙글 돌면서 하교 시간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는군요. 여덟 살 어린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컸던 고통…. 그렇게 집단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주변을 겉돌며 소외당하는 삶은 오래도록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그의 눈에는 소외된 아이들이 보인다 했습니다. 김태원에게 있어 그 아이들은 타인이 아니라, 오래전의 자기 자신이라고 했습니다. 타인이 아니라 힘겨웠던 시절의 자신이라고 느낀다는 것입니다.
그가 아이의 병을 알게 된 건 아들 생후 2년 만이라 했습니다. 음악가로서 오랜 침체기를 겪은 후 ‘네버엔딩 스토리’로 모처럼 찬란한 빛을 보려던 시기에, 김태원은 다시 한 번 암흑 속으로 떨어진 것입니다.
하지만 아들의 병은 그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습니다. 김태원은 과감히 세상에 발을 내딛었고, 몸과 마음을 완전히 열어젖혔습니다. 그를 가장 크게 변화시킨 것은 아들에 대한 사랑이었습니다.
이제 김태원은 숨어 있어서 드러나지 않을 뿐 생각보다 훨씬 많을 수도 있는, 그 아픈 아이들을 돕고 싶다 합니다. 소외당한 사람의 모습을 보면 오래전의 나 자신이라고 여겼듯이, 고통받는 그 아이들은 바로 내 아들 우현이기 때문입니다. 김태원은 아버지의 이름으로, 그 아이들에게 힘을 주는 노래를 부르고 싶어 합니다. 또한 김태원은 편협하고 냉혹한 사람들의 시선이 가족에게 얼마나 상처를 주는가를 털어놓음으로써, 그 가족들에게도 한 겹의 보호막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이렇게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많은 약자들에게 큰 힘이 되어주고 싶어, 그는 자신의 가장 큰 고통을 세상에 드러냈을 것입니다.
불현듯 그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를 스스로 찾아내며 사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 자신보다 상대를 위해 살아야 한다는, 우리 인간의 진짜 존재 이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