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아 건국대학교 신문방송학과 4학년
옛날에 내가 가장 잘하던 말 ‘싫어!’
“넌 할 줄 아는 말이 ‘싫다’밖에 없니?”라며 항상 꾸지람만 들었던 아이, “학교 가기 싫어” “공부하기 싫어” “친구랑 노는 것도 싫어” 싫다는 말만 하던 아이가 바로 저였습니다. 항상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무엇을 나에게 제시하든 그 모든 것들이 다 싫었어요. 제대로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고 하더라도 완벽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너무나 많았거든요.
그런 마음은 어릴 때 환경의 영향도 있었던 것 같아요. 어릴 적 친구들은 부모님께서 도와주셔서 너무나도 멋지게 방학 숙제를 해오곤 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부모님은 독립심과 자립심을 길러주시기 위해 혼자의 힘으로 하라고 하셨어요. 혼자서 과제를 하다 보니 늘 친구들과 비교가 되었고 그게 정말 싫었어요. 그러다 보니 무언가에 도전하기를 두려워하고 망설이기 시작했던 거죠. 친구들에게 다가가는 것도 너무 어려웠어요.
‘나를 싫어하지는 않을까’ ‘키가 작다고 만만하게 생각할지도 몰라’ ‘나 같은 아이를 누가 좋아하겠어’ 하면서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고 살아왔답니다.
긍정적인 ‘척’이라도 하자!
학교생활을 하게 되면서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긍정적으로 바뀌는 것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생각을 한 건 항상 부정적인 말만 하는 제게 어머니께서 초등학교 때 해주신 말씀 덕분이었어요. 어머니께서는 “네가 이겨낼 수 있기 때문에 이겨낼 수 있는 만큼의 일이 너에게 생기는 거야”라고 하셨지요. 그 말이 너무나도 마음에 와 닿았어요. 그렇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어요. 대신 저는 항상 긍정적인 아이인 척, 걱정이 없는 아이인 척, 일부러 더 웃으며 아무런 스트레스도 없는 아이처럼 지내기 시작했죠.
마음에 안 들더라도 나중에 어딘가에는 쓰일 친구겠지 하면서 이 친구 저 친구 가리지 않고 사귀기 시작했고, 조별로 뭘 할 때도 아이들에게 뭐든 예스(yes) 하는 친구가 되기 위해 조원들이 나눠 가져와야 하는 준비물조차 혼자 다 챙겨가기도 했어요. 그래놓고는 많아진 내 일들에 속상해하면서 밤마다 남몰래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고는 했습니다. 내가 먼저 하겠다고 해놓고 왜 이러고 있나, 이렇게 인생을 살아야 하나, 하며 불만도 쌓여갔습니다. 친구 관계도 이 친구는 이래서 마음에 안 들고 저 친구는 저래서 마음에 안 들고 항상 불만을 가진 채 친한 척만 했으니 진정한 친구는 하나도 없었어요.
긍정적인 아이처럼 보이기 위해 많은 애를 썼고, 사람들에게 ‘넌 정말 긍정적이구나’라는 말은 많이 들었습니다만 나와는 맞지 않는 ‘억지 긍정’은 점점 스트레스로 쌓일 뿐이었습니다. 그 스트레스를 집에 와서 동생한테 다 풀었어요.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서 사소한 것조차도 막 시비를 걸었고, 당연히 동생과의 사이도 멀어져 갔습니다.
마음 없이 사는 게 진짜 긍정적인 삶!
어느 날 어머니께서 마음수련을 권했습니다. 방학을 맞아 수련을 시작한 저는 비로소 그 모든 것이 가면이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열등감을 감추기 위해 긍정적인 척하고 살던 모습이 더욱 명확하게 보이기 시작한 거죠.
하고 싶은 말도 못 하고 겉으론 좋다고 하면서 속으로는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진짜 긍정적인 게 아니라면, 진정 긍정적인 건 어떻게 사는 것일까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수련을 하며 완벽해 보이려 했던 나의 욕심과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고 했던 마음들을 하나둘씩 버리기 시작했답니다. 그렇게 마음을 버리게 되면서 제 삶은 ‘불행 끝! 행복 시작!’이 되었어요. 마음을 버린 만큼 사람들 대하는 것도 편안해지고 무슨 일을 맡더라도 당당하게 해결하게 되었거든요.
방학이 끝나 학교에 갔을 때였습니다. 학교 선배들이 J.S.A 제 이름 이니셜을 가지고 공동 경계해야 하는 아이라며 제 외모를 비하하고 뒷담화한다는 소리를 친구로부터 듣게 되었어요. 순간 신기하게도 화가 나는 게 아니라, 선배들의 기준이야 어떻든 나 자신에게 당당해하는 제 모습을 보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긍정적으로 보이려 하기보다 제 자신을 긍정적으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요즘 내가 가장 잘하는 말 “네~^^ 할 수 있어요!”
내적으로 긍정적으로 바뀌자, 하루하루가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계속되는 마음수련으로 무거웠던 마음의 짐과 스트레스들을 버리면서 동생과의 사이도 가까워졌습니다. 스트레스를 주체하지 못해 유치하고 사소한 걸로 일부러 시비를 걸던 것이 사라진 겁니다.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다른 사람 일조차도 제가 하겠다고 했다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하며 허둥댔지만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최선을 다해 처리를 하고 많은 일들은 순서를 정해 하나둘씩 처리해가는 지혜도 생겼답니다.
덕분에 한동안 입에 달고 살았던 ‘싫어!’ 대신 지금은 “네~ 할 수 있어요” “네~ 가능해요” 하면서 차근차근 즐겁게 일들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한번은 친구와 함께 마케팅 회사에 아르바이트로 일하게 되었을 때예요. 친구가 5시간 동안 100개의 글을 올린다면 저는 2시간 동안 100개의 글을 올리고 그사이 다른 일을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그렇게 빠르게 일을 처리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일을 언제 다 끝내나?’ 대신 ‘이 일을 제대로 해낸다면 언젠가 다른 일을 할 때도 도움이 되겠다, 그럼 재밌겠다’ 하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했기 때문이었어요. 덕분에 그 회사 부장님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도 받았었답니다.
지금은 지난날 저 나름대로 힘들었던 시간들에 감사합니다. 그 시간이 있었기에 오늘의 이런 마음가짐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너무 늦기 전에, 이제 겨우 20대 초반인 나이에 진짜 긍정적인 게 뭔지 알고,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며 살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