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지 10개월쯤 됐습니다. 주로 초등학교 저학년들이 일주일에 5일 정도 와서 배우는데, 항상 산만한 아이, 거친 욕설과 행동이 몸에 배어 있는 아이, 무조건 싫다고만 하는 아이…. 난감할 때가 많습니다. 학부모에게 말씀드리기도 했는데 아직 어려서 그렇다며 방치하는 분위기입니다. 가만 보면 아이들 중엔 이혼한 가정, 한부모 가정에서 크는 아이들도 많더라고요. 학원 강사가 주제넘나 싶으면서도, 그래도 선생님인데, 수업 외에도 인성적인 부분도 잘 가르쳐주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초등학교 교사를 30년 가까이 했던 선생으로서 볼 때 아이들이 집 자체가 안 편하니까 학원에서 그렇게 표현을 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혼했다든지 한부모가정의 아이는 상처를 가지고 있고 그게 산만하거나 욕설, 화로 나타나곤 하거든요. 학원은 집하고는 다르게 자유롭고 편하니까 더 억눌려 있던 내면의 표현이 나오게 됩니다.
쟤는 왜 저럴까? 생각하기 전에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아이의 모습을 이해해 보려고 하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욕을 많이 하는 아이는 마음속에 욕과 화가 가득 차 있다 보니까 그렇게 튀어나오는 거거든요. 그만큼 아이도 힘들다는 뜻이지요. 저 같은 경우 욕설이 심한 아이에게는 “말이 입에서 나오면 누구 귀가 제일 가깝노?” 하며 결국 자기에게 하는 욕이고, 욕은 자기 마음의 표현이라는 걸 돌아볼 수 있도록 설명해줍니다.
특히 음악 선생님이시니, 음악 하는 재미도 느끼게 하면서, 늘 따듯한 미소로 즐겁게 대해주세요. 엄마처럼 사랑으로 따듯하게 품어주고 키워주는 마음으로. 선생님의 따듯한 말, 미소 한 번이 아이들 마음에 스며들어서 상처받은 마음도 녹아나게 될 겁니다.
기억에 남는 선생님이 한 분 계십니다. 그 성함도 유쾌한 김용팔 선생님. 2대 8 가르마의 더부룩한 머리와 검은 뿔테 안경 너머로 보이는 단추 구멍만 한 눈, 마른 체구에 큼지막한 옷차림. 시인이시기도 했던 선생님은 여고생들의 야유와 놀림에도 늘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주셨지요. 선생님에겐 학교가 전쟁터가 아닌 놀이터 같아 보였습니다. 좀 노는 아이, 성적에 예민한 아이 등 다루기 피곤한 아이들도 선생님에겐 호기심의 대상인 듯 유머러스하게 대해 주시고, 언젠가 출간된 시집에는 그런 아이들의 면면이 음률에 맞게 소개돼 있었지요. ‘아이들에게 좋은 선생님’이기 전에 ‘아이들이 그저 좋은’ 선생님이 먼저 돼 보시면 어떨지요. 아이들은 다 느끼니까요.
저는 초·중·고등학생을 가르치는 속독학원 강사였습니다. 돈벌이를 떠나 ‘선생님’이라는 호칭에 맞는 사람이 되고 싶어, 열의를 가지고 다가갔지만 아이들은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떠들고 장난치고. 자존심도 많이 상하고, 학원 강사라고 무시하나? 하는 마음에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즈음 제 마음을 깊숙이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제 안에는 내가 잘 가르쳐서 학생들을 바꾸고 싶다는 바람들로 가득했습니다. 능력 있는 선생으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많았고요. 그때부터 마음을 달리 먹었어요. 일단 아이들이 자라온 환경에서는 그렇게 하는 건 당연하다. 나는 아이들을 바꿀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잘 가르치려는 마음, 달라졌으면 하는 바람도 내려놓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도와주자. 그렇게 마음을 먹은 후로는 신기하게 아이들이 집중을 잘하는 겁니다. 선생으로서 학생들을 상하 관계로 보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나 나나 똑같이 성숙되어 가는 존재로 생각하니 수업도 항상 편안했습니다.
고민녀님이 이런 고민을 하는 건 선생님으로서 충분한 자질이 있다는 증거입니다. 아이들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많은 거죠. 제 경험으로 깨달은 건, 아이들이 달라지기 전에 내가 먼저 달라져야 된다는 겁니다. 잘 가르쳐야 한다, 바뀌게 하고 싶다, 그런 마음들을 놓는 순간 아이도 선생님도 행복한 교실로 만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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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의 헛된 실수로 인하여 3년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감 중인 재소자입니다. 저는 교도소에서 새로운 사람이 되고자 많이 노력하였습니다. 그래서 전기기능사 자격증도 취득하고 검정고시로 고등학교도 졸업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로 돌아가면 분명 주변 사람들보다 뒤처질 테고, 또한 전과자라는 꼬리표가 앞으로 살아갈 인생에 흠이 되지는 않을까 걱정입니다. 어려움을 극복하신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용기를 내고 싶네요. 힘내라고 응원 좀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