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UCLA)에서 열린 전인교육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는 ‘마음수련 명상이 유방암 생존자들의 심리적 안녕에 미친 효과’에 대한 임상 연구 발표가 있었다. 마음수련 후 우울, 불안, 스트레스 등 부정적 감정이 현저히 줄어들고 삶의 질, 삶의 만족도가 향상되었을 뿐 아니라 많은 암 환자들이 겪는 불면 증상도 현저히 줄어들었음을 보여준 결과였다. 이는 학술대회에 참석한 심리학계 권위자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이 연구를 주도한 이는 서울대학교 간호학 박사 윤미라(43)씨. 17년간 간호사로 일해 오면서 마음수련의 효과를 직접 경험했기에 나올 수 있는 연구였다.
작년 7월 서울아산병원에서는 유방암 생존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시작되었습니다. 유방암 수술이나 항암 치료를 마친 지 2년 6개월이 경과하지 않은 환자 54명을 모집해, 절반의 환자에게는 주 2회, 2시간씩 마음수련 명상을 하게 하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4주간 주 1회 일반적인 교육을 받도록 하는 비교 연구였지요. 8주 후, 그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마음 빼기 이후 자식에 대한 애착, 기대감, 실망감으로부터 많이 벗어났고 남편의 변화를 원하던 내 마음이 먼저 변하고 남편을 이해하게 되었다. 늘 폐쇄적이고 울분이 가득 차 있던 마음이 열리고 많이 웃게 되었다. 아픈 기억들, 분노, 원망, 집착이 아주 많이 사라졌으며 사람을 보는 시선이 참 많이 따뜻해졌다.”(참여자 9)
“재발에 대한 두려움도 빼기를 하면서 많이 가벼워지고 편안해졌다. 그러다 보니 불면증에 시달려왔던 내가 잠을 6시간 이상 푹 자게 되었다. 복직을 앞두고, 재발이나 전이에 대한 두려움, 내 병을 알게 된 사람들과의 대인 관계에서의 두려운 마음 등을 많이 극복했다.”(참여자1)
“마음 빼기 회를 거듭할수록 솜털같이 가벼워지는 나를 느끼며 복잡 미묘했던 내 가짜마음의 늪에서 서서히 벗어나기 시작했다. 뭇사람의 시선을 피하려 식당에서도 정면을 등지고 앉았던 내가 어느새 정면을 향해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면 폐쇄됐던 내 마음이 개방형으로, 진정한 용기 있는 모습으로 바뀌어 가고 있음이 분명하다.”(참여자 7)
짧은 기간이었음에도 환자들의 우울 증상은 일반 여성의 우울 정도보다 훨씬 낮아졌고 불안과 스트레스, 불면 증상도 현저히 개선되었습니다. 옆에서 환자들의 변화를 지켜보는 저로서도 가슴 뭉클하고 벅찬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17년간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했습니다. 그중 10년은 종양 전문 간호사로 근무하며 생사의 기로에 선 암 환자들을 수없이 봐왔지요. 암에 걸리면 신체 증상뿐 아니라 가정, 사회, 경제적 문제 등 다방면으로 갈등이 드러납니다. 가족에 대한 기대와 원망, 지나온 삶에 대한 후회와 허무함, 인생에 대한 실존적인 고민까지도요. 그래서 긴 치료가 끝나도 더욱 우울하고 불행해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특히 유방 전절제술을 받은 환자는 큰 상실감을 겪으면서 굉장히 위축되고 자존감이 떨어질 뿐 아니라, 그동안 쌓여 있던 상처들이 고스란히 되살아나기도 하지요. 이런 문제들은 결국 마음에서 기인함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마음을 버려보라고 권해드립니다. 저도 직접 경험해봐서 그 효과에 대한 확신이 있으니까요.
저는 2005년, 여름휴가를 이용해 논산 메인센터에서 마음수련을 시작했습니다. 그전까지 저는 한국의 간호사보다 세상에 더 힘든 직업은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육체적 정신적으로 많이 지쳐 있었습니다. 헌데 마음수련을 하며 제 인생을 낱낱이 들여다보니, 간호사로서 환자들의 마음에 진심으로 관심을 가진 적이 없었고, 열심히 일을 했던 것도 저의 전문 영역을 넓혀가고자 했던 욕심이었더군요. 철저히 제 관점에서 따지고 의심하며 살아온 삶을 모두 떠올려 버렸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후, 우주가 나임을 알게 되었을 때, 단순히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차원 이상의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주 자체가 본래의 나이고 이 우주마음으로 살면 되는 거구나. 이렇게 크고 넓고 살아 있는 이 마음 자체가 되어 살라고 이 세상에 태어난 거구나.’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고 그렇게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그 후 저의 생활은 크게 바뀌었습니다. 환자분들을 진심으로 도와드리고 싶었고 괴로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암 환자들 중에는 병원 문 앞에만 가도, 또 빨간 항암제 때문에 빨간색 차만 봐도 구토가 난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증상은 안 좋은 경험을 했던 당시의 기억이 사진처럼 마음속에 찍혀 저장되어 있기 때문인데, 이 마음의 사진을 버리면 너무 쉽게 해결됩니다. 재발에 대한 두려움, 불안과 근심 걱정으로 인한 고통도 결국 마음에서 찍어놓은 사진이 문제이기에, 그것을 버리는 것이 가장 확실한 대안이지요.
건강을 위해 신체적 치료에만 관심을 갖던 시대는 이제 지나갔습니다. 몸의 건강, 나아가 참다운 행복을 위해서는 마음의 건강이 더없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최첨단 치료를 자부하는 병원에서도 환자들의 마음 건강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아산병원에 처음 마음수련 프로그램 연구를 제안했을 때도 긍정적인 답변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정신 건강을 위해 ‘마음을 비워라’, ‘내려놓아라’고 하지만, 그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속 시원히 제시하고 있지 못합니다. 마음수련에서는 ‘마음’이 무엇이며, 어떻게 저장되어 있고 어떻게 버릴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방법을 알려주어 그것이 가능하게 해줍니다. 그 어떤 명상이나 심리 치료보다도 탁월한 효과를 낼 수밖에 없는 심리 치유적 기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평생 ‘나’라고 알고 살았던 좁은 의식에서 벗어나 우주로 의식이 확대되어 삶과 세상에 대한 인식과 시각이 전환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지요.
처음에는 개인적인 마음의 안정을 위해 마음수련을 시작했지만, 점차 그 차원 이상의 공부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기존의 것보다 탁월한 어떤 치료법이 새로이 나왔다면 그것을 세상에 알리고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보도록 하는 것은 의료인의 책무이자 학자의 도리일 겁니다.
앞으로 암 환자뿐 아니라 각종 만성질환자, 정신질환자, 중독 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의 치료와 아동, 청소년, 특정 직업 종사자 등 다양한 인구의 건강과 행복 향상을 위해 마음수련이 활용될 가치는 매우 클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그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수행할 계획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마음수련을 통해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고 우리 모두가 참으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사회가 되는 데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