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때 올케를 올킬시키고 싶었다!’ 헐~ 얼마 전 이런 어마무시한 사연이 접수되었습니다. 올케와 시누 사이라는 게 좀 그렇다는 거야 알았지만, 올케가 없는 저 최기자로서는 실로 당혹스러웠지요. 당장에 찾아가 리얼 토크에 들어갔습니다. 천사 같은 시누이가 되고 싶었으나 살다 보니 원수가 되더라는 올케. 하지만 마음수련을 함으로써 이제는 올케 입장에서 올케를 이해하게까지 되었다는 시누이. 정말 그게 가능할까? 의문 의심을 품었던 최기자, 하지만 둥글둥글 환한 인상의 시누이와 대화를 나누는 사이 서서히 동화되고 말았답니다.ㅋ
ㅁ 올케하고는 왜 그렇게 사이가 나빴나요? 한마디로 본인밖에 몰라요. 단적으로 자기 생일 안 챙겨주면 섭섭하다며 난리 치는데, 자기는 제 생일이 언제인 줄도 몰라요. 매사가 이래요. 예를 들어 시집에 와서도 늦게 일어나 차려준 밥 먹고. 그런데 작은올케가 들어오고 나서는 그 동서가 조금이라도 안 하면 난리가 나는 거예요. 올케 눈엔 시댁 일 모든 게 시비거리였죠.
ㅁ 정말 분노유발자네요. 근데 그렇게 심하면 솔직히 얘기하지 그랬어요? 했죠. 올케는 이런 부분이 있으니 좀 고치면 좋겠다. 제 딴에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했는데 돌아오는 건 ‘제가 올케를 욕했다’는 소리뿐이었어요. 조금이라도 섭섭한 게 있으면 이 사람한테 욕하고, 저 사람한테 욕하고. 그러다가 또 다른 사람한테 걸리면 다시 저한테 쪼르르 전화하고. 자기가 조금이라도 한 거 있음 엄청 생색내고. 큰일 한번 치르고 나면 온 집안이 시끄러워요. 한마디로 집안의 트러블메이커였죠. 그러니 뭔 말을 하겠어요? 그냥 속만 끓이는 거지.
ㅁ 원래 시누이와 올케 사이는 좋지 않다면서요? 요즘엔 그렇지만도 않아요. 근데 저 같은 경우는 여러 가지 상황이 겹친 거죠. 사실 제가 결혼하고 오랫동안 아이가 없었어요. 그렇게 노력했는데도 안 되더라고요. 배부른 여자들만 보면 눈에서 불이 튀었어요. 그런데 올케가 속도위반으로 결혼하게 된 겁니다. 저는 사실 천사 같은 시누이가 될 거다, 그랬거든요. 근데 임신한 걸 보는 순간 부럽고 질투가 났어요. 물론 저의 성격상 내색하지는 않았죠. 오히려 배려한다고 올케는 애들이 있으니까 일이 있으면 제가 나서서 했는데, 자기밖에 모르는 올케 성격하고 딱 겹치면서 원수가 된 거죠. 그러다가 작년에, 오랫동안 편찮으시던 엄마가 돌아가시고 상을 치르면서 완전히 확 틀어져버렸죠.
ㅁ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데요? 상을 치르는데 올케가 그동안 시댁에 쌓였던 감정을 풀어내는 거예요. 듣다가 제가 무슨 말을 했는데 또 그 말을 오해해서 뒤로 이상하게 퍼뜨리고. 당시 저는 정말 힘들었거든요. 허무하고, 우울하고 무기력하고. 친정에 희생했다는 마음도 저를 힘들게 했어요. 남들은 다 아들 딸 낳고 잘 사는데 나만 애도 없이 맡아야 하는 일만 많고. 근데 올케가 결정타를 날린 거죠. 내가 가장 힘들 때 나를 더욱 힘들게 한 애. 올케랑 끝이다. 죽을 때까지 용서 못 한다.
ㅁ 그 정도로요? 그랬는데 어떻게 풀린 거죠? 제가 너무 힘들어하니까 친척분이 마음수련을 해보라 해서 시작했어요. 수련 중에 올케와 연관된 일들을 떠올리는데 진짜 눈알이 튀어나올 거 같데요. 며칠을 계속 올케와 관련된 마음의 사진들을 없애고, 없애고, 계속 버렸어요. 그러던 어느 순간에 탁 하고 기가 뚫리는 느낌이 들더니, 온몸에 기운이 순환되면서 몸이 솜털같이 가벼워지는 거예요. 그때 이렇게 나쁜 사진들을 갖고 있어서 그동안 몸이 아팠구나, 사진 한 장 빼는 게 보약 한 재 먹는 것보다 낫다더니, 그게 이 말이구나 알겠더라고요.
올케하고 있었던 일들, 그때의 상황, 느꼈던 감정들을 마치 사진처럼 찍어서 제 뇌 속에 고스란히 저장해 놓았다는 거죠. 똑같은 사건도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게 다르듯이, 저는 저 혼자만의 사진들을 찍어놓고 그 속에 갇혀 있었던 거예요. 반드시 올케와 싸워 이기리라 다짐하면서.(웃음) 그걸 자꾸자꾸 빼면 그 사진세계에서 벗어나지는 거죠. 벗어난 만큼 객관적으로 보게 되고, 심지어 나중엔 올케 생각하면 안됐다는 마음까지 들더라고요. ㅁ 와~ 그러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대단한 경지인데요? 마음을 빼기 하다 보니 제 마음이 여실히 보이더라고요. 여태까지 올케 욕만 했지, 한 번도 올케를 가족으로 받아들인 적이 없었던 거예요. 가족인데 맨날 이건 잘했고 이건 못했고 그렇게 시비만 하고 있었으니. 저도 천생 시누였던 거죠. 멋진 시누라는 말은 듣고 싶어서 겉으로는 쿨한 척했지만, 바라는 것도 많았고요. 그 기대치를 못 채워주니까 더 밉고 못마땅했던 거고. 올케가 늘 자기는 외롭게 자랐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좀 더 사랑해줄 걸 싶더라고요.
ㅁ 지금은 시누 올케 사이가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해요. 조금 아까도 올케가 문자 보냈어요. ‘형님 사랑해요. 저는 형님밖에 없어요.’(웃음) 우리 올케가 정이 많고 싸우고 나도 화해를 잘해요. 올케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니까 진심으로 대하게 되고, 그러니까 올케도 달라요. 이제 올케랑 행복한 소통을 할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아요. 같이 잘 살아야죠.
ㅁ 대단하네요. 정말 과거의 감정들은 하나도 안 남아 있는 건가요? 네, 지금은 정말 편안하고 가벼워요. 마음수련 하면서 사진을 빼고 나니까 진짜 미운 감정, 원망이 없어지더라고요. 신기할 정도로. 올케랑 안 좋은 거 다 알았던 신랑도 신기해해요.
ㅁ 각자 미운 사람 때문에 힘든 사람들이 많을 텐데요. 그분들에게 한말씀 해주세요.
저한텐 올케가 원수였어요. 근데 수련을 하다 보니 올케만 원수가 아니었더라고요. 다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남 잘되는 거 배 아프고 나만 잘됐으면 좋겠고. 그런 마음이 있는 한 누구나 원수가 될 수 있고, 결국 원수가 날 힘들게 하는 게 아니라 그 내 마음이 나를 힘들게 하는 겁니다. 그 마음 빨리 안 빼내면 원수는 더 많아지고 커지게 되어 있어요. 매일매일 그런 마음을 가지고 산다고 생각해봐요. 정말 끔찍하죠. 하루라도 빨리 빼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마음 빼기하면서 보너스처럼 얻은 게 바로 세상의 이치를 알게 됐다는 겁니다. 늘 허무하고 막연한 미래가 많이 두려웠는데 지금은 모든 것이 감사하고 현재에 충실하게 되었어요. 올케 덕분에 이걸 알게 됐으니 저 올케 잘 둔 거 맞죠?(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