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최창원, 사진 홍성훈
“어머니가 다쳐서 병원에 입원하셨을 때였어요. 로비에서 음악 공연하는 걸 보게 되었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지쳐 있던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눈물이 나는 겁니다. 나도 음악 전공자인데 왜 이 생각을 못 했을까, 저도 꼭 하리라 마음을 먹었지요.”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졸업 후 전문 강사와 연주자로 활동하던 이주은(32)씨에게 그때의 경험은 놀라운 것이었다. 그녀는 우선 대학에서 함께 피아노를 전공하고 플루트를 연주할 수 있는 최시애(32)씨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리고 2009년 3월, 병원 연주 봉사자들의 모임인 ‘포유뮤직(For You Music)’이라는 인터넷 카페를 만들었고, 2009년 4월 1일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첫 연주를 시작했다.
“우리가 잘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좋아해주시는 거예요. 고맙다며 손잡아주시고, 또 오라고 해주시고. 저희가 오히려 진심으로 감사하고 행복해지더라고요.”
한 번, 두 번 연주를 진행하는 사이, 점차 병원이나 요양원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저도 악기 연주 가능한데, 함께할 수 있을까요?” 하며 동참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그렇게 연주자가 2백여 명으로 늘었고, 앙상블, 관현악, 합주뿐 아니라 성악, 국악, 재즈 등 장르도 다양해졌다. 일주일에 한 번, 건대병원, 아산병원 등 5개 병원에서 정기 연주를 하고, 요양원 등의 요청이 있으면 방문한다.
“눈물이 나오네요” “덕분에 힘이 났어요”라며 감동하는 사람들, 꼬깃꼬깃 지폐를 건네주시던 할머니, 그 시간만 기다려진다는 환자분들. 그중에서도 음악을 듣고는 몇 개월 만에 처음으로 웃음을 지었다는 뇌성마비 아이가 가장 기억에 남는단다. 2009년 5월, 보라매병원에서였다. 누워 있던 아이가 음악에 반응을 보이자, 놀란 어머니가 아이를 데리고 나왔고 아이는 연주를 들으며 웃음까지 지었다. 그때부터 음악 연주회는 이 모자에게 큰 낙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던 작년 8월 이주은씨는 갑작스럽게 유방암 진단을 받는다. 그녀 자신이 환자가 된 것이다.
“수술하러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이번엔 제가 환자의 입장에서 음악을 듣게 되었어요. 영화음악, 재즈 같은 친근한 음악들이었는데 정말 눈물이 나도록 힘이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항상 더 높은 것만을 좇았구나 싶었어요. 나도 저 사람처럼 유학 가고 싶다 등등 못 이룬 것이 너무 안타깝고, 더 이루고 싶다는 마음이 많았는데 지금은 아프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이렇게 제 연주를 즐거워해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도 그렇구요.”
함께 연주를 해왔던 최시애씨도 “항상 자신만을 위해서 살아왔는데, 이제야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는 마음이 생겨가는 것 같다”고 한다.
“예전에는 조금만 여유가 생기면 무조건 여행을 갔어요. 그렇게 허전함을 달래고 충전을 하려고 했다면, 지금은 누군가를 위해 연주를 하면 마음의 빈자리가 채워지는 겁니다. 스쳐 지나가는 것도 더 유심히 보게 되고, 환자들과 어떻게 더 교감할 수 있을까 노력하게 되고 생활에도 활력이 생겼어요.”
정기 연주뿐 아니라 밸런타인데이 콘서트, 화이트데이 콘서트도 기획하는 이들은 앞으로 음악을 접하기 어려운 아이들을 위한 무료 레슨도 하고 싶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