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 똥은 개도 안 먹는다’는 속설이 있지요. 지당한 말씀입니다.
하루 여덟 시간씩 개구쟁이 등살에 속이 상할 대로 상해 나온 것이니
지나가던 견공이 피해 갈 법도 합니다.
‘초등학교 선생들은 쩨쩨하다’는 말 또한 일리가 있습니다.
온종일 철부지들 속에서 아옹다옹 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아이 수준이 된 자신을 발견하고 깜짝깜짝 놀랍니다.
우리 반 녀석들이 요즘 아주 드러내놓고 나더러 ‘늙었다’고 합니다. ‘못생겼다.’ ‘할배 같다.’ ‘늙었다.’ 이런 말이 얼마나 치명적인 아픔을 주는지, 열한 살 인생들이 알 턱이 있겠습니까. 그래도 나는 내 자신을 못생기거나 늙었다고 생각한 적이 결단코 없습니다.
오늘도 여느 날과 다름없이, 교실에는 일기나 숙제를 안 해온 개구쟁이들이 남았습니다. 그런데 요 녀석들이 제 할 일은 안 하고 선생님 앞에서 콩닥콩닥 잡담만 늘어놓고 있었습니다. 보다 못해 내가 “어이, 꼬마들 빨리 숙제하고 집에 가시지” 그랬더니 녀석들이 못 들은 척 대꾸도 하지 않습니다. 꼬마들은 꼬마라는 호칭을 엄청 싫어합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어이, 미남들 빨리 숙제 안 할 거야!”
그랬더니 째깍 반응이 옵니다. 일명 ‘빠박이 아저씨’ 성흠이가 씨익 돌아보며,
“누가 미남인데요?”
하고 묻습니다. 그래서 대답해 주려고 올망졸망 앉아 있는 꼬마들의 얼굴을 비교 관찰 하였습니다. 나름 귀엽기는 하지만, 솔직히 말해 미남이라 할 수 없는 앳된 얼굴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살짝 농을 섞어 바른 대로 말해주었지요.
“일단 선생님이 제일 미남이고 너희들은 잘 모르겠다.”
그런데 표정들이 갖가지입니다. 지태는 ‘나는 뭐 원래 미남도 아닐 뿐이고’라고 중얼거리고, 준영이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저 혼자 비시시 웃고, 동승이는 빨리 일기 쓰고 축구하러 가야 한다는 일념으로 책상에 코를 박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 한 명, 아까 질문했던 ‘빠박이 아저씨’가 한마디 합니다.
“그래도 우리는 안 늙었잖아요.”
요 녀석이 또 민감한 내 나이를 들먹여 반격을 합니다.
“뭐라고! 내가 어디가 늙었냐? 쨔샤!”
뚜껑에서 슬슬 김이 솟습니다. 그렇지만 더 이상 쫀쫀하게 따지다가는 나만 손해입니다. 그래서 미남의 품위와 교사의 체면을 유지하기 위해서 참습니다. 농담 끝에 분위기는 싸늘해지고 아이들 연필 소리만 사각사각 들립니다. 꼬마들은 아무렇지 않는데 나 혼자 외톨이처럼 심각해집니다. 이렇듯 요즘 나는 체중 30kg 남짓하고 신장 약 130cm 정도 되는 꼬맹이들 때문에 가끔 토라집니다.
글 최형식 일러스트 유기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