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리 면목동의 아름다운 마담 한 분을 소개하고 싶다. 이 마담을 소개하자면 면목시장 내에서 미용실을 20년 넘게 운영하고 있는, 면목동에서 제일 오지랖이 넓은 분이다. 나 또한 면목동 토박이로 이 시장에서 20년 이상 사진관을 운영하며 알게 된 분으로, 이분을 앞에 놓고 인정(人情)을 얘기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이 마담(애칭)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이른 아침 출근해 양은 쟁반에 열댓 잔의 커피를 타가지고 앞뒤 좌우로 좌판을 벌이는 할머니들께 돌리는 것이 하루의 시작이다.
당연히 내 몫도 한 잔 있다. 때로 지나가는 사람에게 마시라며 주기도 하는데, 오지랖도 이런 오지랖이 없다.
노인분들 파마 값은 주면 주는 대로 받고 안 주면 그만이고, 어려운 사정의 시장 분들도 그냥 넘어가지 못한다. 마담의 미용실은 그야말로 동네 사랑방이기도 하다.
그럼 돈은 언제 버냐고? 면목동에서의 세월이 얼만데 그런 걱정을 하랴! 면목동 사람들이라면 우리 예쁜 마담의 예쁜 행실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그런 걱정은 접어두시라.
마담은 15년 이상 동네 복지관에서, 어르신들의 머리를 잘라주는 미용 봉사도 하고 있다. 나도 몇 년간 영정 사진을 무료로 찍어주는 봉사를 했는데, 그 양반이 노인분들께 해주는 미용 봉사를 보며 마담의 진면목을 알았다. 그분은 노인들을 불쌍하게 보는 것이 아니라 진짜 친정엄마 대하듯 한다. 노인들 스스로 자신이 무료로 봉사를 받고 있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게 하는 것이다. 도움을 주는 사람, 도움을 받는 사람도 없이 그저 격식 없이 대할 뿐이다. 진짜 사람을 좋아해서 그렇게 하는구나가 눈에 보이니,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영정 촬영 봉사라는 것을 몇 년간 해봤지만, 10년을 넘게 꾸준히 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최경자 여사에게는 봉사와 생활이 따로 있지 않는 것 같았다.
나는 우리 동네 아폴로 미용실의 최경자 여사에게서 사람이 사람다울 수 있는 법을 배웠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법을 배웠다. 남을 이해하고 상처 안 받게 도와주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재물이 있어도 겸손해야 더욱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도 배웠다.
내가 평소에 갖고 있던 나눔 철학을, 최경자 여사는 아무 바람 없이 이미 몸으로 실천하고 있는 분이었다.
딸들이 어릴 때, 창동 처갓집으로 가는 지하철에는 별나게 시각장애인 분들이 많았다. 그분들이 하모니카를 불고 지하철 안을 다니면 어린 딸들한테 “저분들 드려라” 하며 약간의 돈을 주었다. 그러면서 말하길 “저분을 동정해서가 아니라 저 사람보다 내가 가진 게 조금 더 많아서 나눠서 쓰는 거다”라고 아이들이 알아듣든, 못 알아듣든 그런 이야기를 꼭 해주었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내가 조금 더 가졌다 해도 나누지 못하고 살 때가 얼마나 많았던가.
최경자 여사는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이다. 그냥 가진 걸 나눌 줄 아는 사람이다. ‘바람은 부는 대로 흘러가고 덕(德)은 쌓는 대로 쌓인다’던가. 면목동 오지랖 최경자 여사는, 몸소 그 경구를 실천해 보이는 분이다. 면목동 아폴로 미용실 최경자 여사 만세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