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롱페이스 얼굴
언젠가부터 아침에 일어나면 맨 먼저 하는 일이 있었다.
화장실 거울 앞에 서서 숨을 깊이 들이쉬고 얼굴근육을 움직이는 것이다.
입꼬리를 올리고 입을 쫙쫙 벌려서 굳은 볼 근육을 푼다.
눈도 번쩍 떴다가 쥐어짜듯이 꼭 감았다를 반복한다.
안되면 손가락으로 입꼬리를 올려서라도 웃는 얼굴을 만든다.
그리고 다짐한다.
오늘도 잘 견뎌보자고.
그 순간뿐 아니라 하루가 시작되면
나는 그야말로 ‘롱페이스’가 된다.
그러지 않아도 긴 얼굴이 입꼬리는
내려고 있으면 정말 더 길어 보인다.
영어로 ‘롱페이스’는 우울한 상태를
나타내는 표현인데 딱 그런 모습이다.
그렇게 웃는 것이 힘들었다.
어지간해서는 잘 웃지 않았다.
아니 웃어지지가 않았다.
입을 다물고 있으면 다들 어려워서 곁에 오지도 못하고 말도 못 걸었다.
사실 이야기를 해보면 허당인데 그렇게 보였다.
마음속에 쌓인 쓰레기
명상을 통해 마음속을 들여다보니
그럴 수밖에 없었음을 알게 되었다.
마음속이 우울함과 암울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평생을 모아온 온갖 마음의 쓰레기가 얼마나 많은지
악취도 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특별하게 큰 사건도 없었고,
심각한 사고도 없었던
그저 평범하고 평탄한 삶이었다.
자전거 타다 넘어진 것,
소소한 잔소리들,
한 번의 눈 흘김,
물에 빠질뻔한 여름,
엄마 손을 놓치고 울던 일,
시험 망치고 절망하고 앉아 있던 모습,
버스는 떠나는데 목을 빼고 아빠를 기다리는 모습,
주로 지나간 어린 시절 아련한 일들이
너무도 많이 들어 있었다.
추억이라고 하기엔 유쾌하지 않은 것들이지만
그렇다고 다 지난 일인데
그런 일들이 모여모여 우울함을 만든 걸까 의문이 들 정도였다.
보이지 않는 마음의 무게
그런데 믿거나 말거나,
생각에는, 마음에는, 감정에는,
희한하게도 강철같은 무게가 있었다.
그 보이지 않는 것들이,
몸을 해부해도 보이지 않는 허공과 같은 것들이 그렇게 무거울 수 없었다.
실재 눈에 보이는
무거운 물건을
머리에 이고 등에 매고 양손에 들고 있다고 상상해 보자.
헤라클레스도 인상을 지으며 서 있을 것이다.
내 마음의 무게가 내 표정을 그렇게 만들고 있었다.
세상의 온갖 근심 걱정을 다 짊어지고 있는 표정 말이다.
마음만큼 환한 얼굴
그런데 신기하게도 마음수련 빼기명상 방법대로 쌓여 있던
마음속 사진들을 하나하나 비우고 나니 눈이 떠지고 가슴이 환해졌다.
참 신기한 경험이었다.
지금은 아침에 일어나서 거울을 보면 여배우가
나를 바라보고 있어 깜짝 놀란다.
처음에는 정말 깜짝 놀랐는데
요즘은 그냥 그러려니 한다.
그리고 늘 웃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접근하기 힘든다는 말을 최근에는 들은 적이 없다.
마음이 환하면 얼굴도 같이 환해진다.
그냥 웃는 웃음이 아니라 진짜 내가 봐도 환한 웃음이다.
마음수련 마음빼기 명상 효과
그렇게 웃고 있을 때 얼굴만 웃는 것이 아니라 온 몸이 같이 웃는다.
그런 느낌이다.
그냥 온 몸이 다 환해지는 느낌.
마음이 어두우면 얼굴도 같은 명도로 어두워진다.
어떻게 얼굴에 늘 미소를 띨 수 있냐고 물으면 나는 이렇게 답한다.
마음수련 빼기명상 꾸준히 한 것 밖에는 없어요. 맞다.
온갖 허섭 쓰레기로 가득 차 있던 마음이 비워지니
그 공간에 빛이 들어와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꽤나 과학적인 설명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