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3학년 여학생입니다.
성격이 활달해서 동아리 활동 등을 활발히 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면 늦을 때도 많은데 부모님은 언제나 이른 귀가를 원하셔서
다투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장녀라서 더욱 기대하는 바가 크셔서 그런 것 같아요.
엄마가 갱년기이신지 감정의 기복이 심하신 것도 안타깝고,
어떻게 대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몸이 좋지 않으시니 맞춰드려야 하나 싶기도 하고요. 답답합니다.
얼마 전 우리 동네 앞에서 큰 버스 사고가 있었습니다. 뉴스 기사로 늦게 소식을 접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집에 전화를 했습니다. 마침 중학생 아들 녀석이 받아서 식구들 안부를 물었습니다. 아빠의 노파심에 아들 녀석이 한마디 하더군요. “안양에 우리만 살아요?”
사춘기 아들 녀석 특유의 툭 던지는 말투였습니다. 저도 한마디 했습니다. “그럼 안드로메다 은하의 천체 충돌 기사에 아빠가 너희 걱정돼서 전화하리?”
일단 어머니의 갱년기 증상에 대해 말씀드리면 자식들이 흔히 하는 실수 중에 하나가 부모님의 갱년기를 싸잡아서 얘기하는 겁니다. 쉽게 말하면 우리가 사춘기 때 모든 일을 사춘기니까,라고 싸잡아서 말할 때의 서운한 느낌을 기억하실 겁니다. 물론 갱년기 증상이란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학생인 고민녀님이 장녀라면 밑에 동생분도 계실 테니 어머님은 아직 삶의 무게가 더 남아 있으신 걸로 보입니다. 갱년기로만 치부하지 마시고 어머님 어깨에 남아 있는 무게를 한 번 더 봐주는 마음으로 어머니에게 접근하시기 바랍니다.
두 번째 고민. 고민녀님은 이제 성인이 되셨고 지금 본인 생각대로 바깥에서 여러 사람과 여러 가지 일들을 경험하실 준비를 하셔야 되는 게 맞습니다. 그만큼 큰 그릇으로 자라셨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릇은 커졌지만 아직 강도 면에서는 상처 나고 깨지기 쉬울 땝니다. 부모 입장이란 게 그렇습니다. 지구 반대편의 화산 폭발보다는 동네 어두운 가로등이 더 걱정되고, 하루아침에 곤두박질치는 주식 그래프보다는 자식의 체온계 온도가 더 걱정되는 게 부모 마음입니다. 분명히 어려운 갈등입니다. 그러니 급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차근차근 부모님에게 믿음을 주시기 바랍니다. “안양에 우리만 살아요?”라고 말한 아들 녀석에게 오늘 다시 대답을 해줘야겠습니다. “그래, 안양에 내 소중한 사람이 다 산다”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