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전 결혼할 때 몸무게가 57kg. 날렵한 몸매라고 생각했는데 가끔 그 당시 사진을 보면 정말 피골이 상접해 있다는 말이 딱 맞는 거 같습니다. 살 한번 쪄 보는 게 소원일 만큼 체질상 살과는 거리가 먼 줄 알고 살았습니다. 17년이 지난 현재… 80kg이 넘습니다. 밥 한 끼 거하게 먹으면 80이 훌쩍 넘습니다. 4년 전 20년 넘게 피워 오던 담배를 안 피고 나서는 하루가 다르게 살이 찐 게 사실입니다. 밖에서는 옷으로 커버가 되고 아직까지는 생활하는 데 별문제가 없지만 집에서 편한 복장을 하고 있으면 핀잔을 많이 듣습니다. 그런데 사실 좀 억울한 부분이 많습니다. 한탄 한번 하겠습니다.
‘이런 짜식이 누굴 위아래도 없는 막돼먹은 돼지로 아나~ 안 먹어~ 안 먹어~ 지금 숟가락 젓가락 놓는 거야~ 아버지 숟가락 복 복 자 새겨진 은수저 놓고 어머니 은수저 놓고 너희들 숟가락 놓고 너희 엄마 숟가락 놓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숟가락 놓은 거야. 하필 그때 니가 본 거야. 물론 김치찜 국물 좀 떠먹었어. 그건 간 본 거야 간. 간이 맞나 안 맞나~ 누굴 밥 앞에 환장한 돼지로 보나~’
저녁 식사를 마치고 아이들 방에 들렀다 딸아이 책상에 올려진 초코파이 상자를 봤습니다. 그리고 한번 흔들어 봤습니다. 그런데 중3 딸아이가 ‘또 먹게?’라는 표정을 지으며 저를 위아래로 훑어봅니다.
‘이 가시나가 누굴 초코파이에 환장한 이등병 돼지로 아나~ 안 먹어~ 안 먹어~ 그냥 본 거야. 포장이 바뀐 거 같아서. 말하지 않아도 안다는 그 정 초코파이 맞는지 확인한 거야. 그리고 저번에 엄마 몰래 이불 속에서 먹었던 거 초코파이 아니야. 카스타드야 카스타드~ 아빤 초코파이 안 좋아해. 누굴 정말 돼지로 아나~’
딸아이의 따가운 시선을 뒤로하고 방으로 들어가 이불을 깔았습니다. 그리고 이불 속으로 발을 넣으려는데 아내가 한마디 합니다. “밥 먹고 바로 눕게?”
‘이런 마누라가~ 누굴 잠자는 숲 속에 돼지로 아나~ 안 누워~ 안 누워~ 그냥 이불 미리 깔아 놓은 거야. 안 자~ 안 자~’
억울한 맘에 화장실로 향하는데 아내가 또 한마디 합니다. “먹었으니까 싸게?”
‘이런 안 싸~ 안 싸~ 누굴 진짜 먹고 자고 싸는 돼지 새끼로 아나~’
‘이런 어무이~ 누굴 올드보이 돼지로 아세요. 저 만두 안 먹어요~ 안 먹어~ 물 먹으러 왔어요, 물~ 지금 제가 냉장실이 아닌 냉동실 연 거 때문에 오해하시나 본데. 거 뭐냐… 그래… 얼음… 얼음물 먹으려고 얼음 찾은 거예요. 아들을 정말 돼지로 보시는 거예요~’
마지막으로 가족들에게 한마디 하겠습니다. 제가 이렇게 살이 찌는 데는 가족들도 분명히 많은 일조를 했습니다. 저녁마다 술친구 해주는 마누라. 먹을 거 아빠 입에 먼저 넣어주는 아들 녀석 그리고 남은 음식 양보(?)해주는 딸아이. 아직도 이른 아침밥 꼬박꼬박 챙겨주시는 어머니. 그리고 건빵 사다 놓으시는 아버지.
“나 다시 돌아갈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