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릉 따르릉~ 아침이면 휴대 전화가 울린다.
안부를 묻는 내 친구 뚱땡이의 전화다. 꼭 하루도 빠짐없이 하고 있다. 나에게 전화를 해야 하루가 돌아간다고 한다.
그 친구는 얼마나 뚱뚱한지 별명이 뚱땡이다. 뚱땡이는 마음이 바다처럼 넓고 깊다. 시골에서 살기 때문에 풍족하지는 못해도 남에게 베풀면서 살아간다. 봄이면 산에 올라가서 고사리, 취나물 뜯어서 이웃들과 나누어 먹는다. 고사리 꺾으면서 손도 얼굴도 새까맣게 타도 마냥 좋아한다. 가을이면 농사지은 쌀을 나눠주고 떡국을 뽑아서 나누어 먹는다.
겨울이면 텃밭에서 도라지, 당근을 캐 나누어 먹고, 김치를 담아서 홀로 사시는 독거노인들께 드린다. 나에게도 늘 준다. 아이들 고시원에도 보내주고. 시어머니 드시라고 맛있는 음식도 가져다준다. 친구의 마음속에는 ‘사랑’이란 샘물이 펑펑 솟아나온다. 바다처럼 모든 것을 수용하고, 항상 싱글벙글 콧노래를 부르며 다니는 뚱땡이를 너무 좋아한다.
내 친구 뚱땡이, 김부임을 만난 지는 벌써 10년이 넘었다. 당시 조그만 개인 회사에 다닐 때 알게 되었다. 펭귄처럼 뒤뚱뒤뚱 걸으며 밝게 웃는 낙천적인 성격의 부임이가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었다. 성격도 잘 맞아 금세 친해졌다. 나는 구례, 부임이는 순천에 산다. 일을 그만두고도 계속 전화로 연락하고 만나며 지내고 있다.
부임이는 몇 년 전부터 요양보호사를 하고 있다. 하루에 세 집을 다니면서 청소도 해주고 빨래도 해주고 음식도 해주며 할머니들을 보살핀다. 봄이면 쑥을 뜯어 쑥국을 끓여드리고 미나리 부침개 부쳐서 냠냠 함께 먹으면서 작은 봉사를 하는 뚱땡이가 부럽다.
할머니 마음도 잘 어루만져준다. 웃음 치료사같이 말도 잘한다. 할머니가 시름시름 아파하면 깡충깡충 노래도 불러주고, 치매 예방에 좋다며 10원짜리 화투도 같이 쳐드린다. 그렇게 해드리니 “요양보호사 선생님 최고다, 뚱땡이 선생님 최고다” 한다.
살다 보면 사람 때문에 힘들 때가 너무 많이 있다. 그럴 때는 사람이 싫어서 피하고만 싶어진다. 하지만 곧 깨닫게 된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 또한 사람으로 인해서 치유받는다는 것을. 그걸 부임이를 통해 배웠다.
추운 어느 겨울날 따르릉~ 뚱땡이의 전화다. 꼭 만날 일이 있다 하였다. 튀김집에서 만나서 튀김 먹고 어묵 먹고 까르르~ 깔깔. 춥지만 둘이서 거리를 걸으면서 원 없이 웃었다. 이상하게 그날따라 뚱땡이가 내 주머니에 손을 꼭 넣고 다녔다. 추워? 물었더니 친구는 “아니여~ 너 호주머니 얼마나 따듯한가 보려고” 한다.
한참을 걷다 지나가는 택시가 오니까 가야겠다며 호주머니 속에서 손을 얼른 빼고서 택시를 탔다. 허 가시내가~ 하면서 혼자서 웃었다. 그런데 보니 내 주머니 속에 봉투를 넣고 간 거다. 속을 보니까 5만 원이 들어 있었다. 요게 뭐당가? 나중에 물어보니 친구가 말한다.
“그 돈 말이여. 너에게 용돈 주는 거야. 하하~ 맛있는 거 사 먹거라.”
봉급 타면 어떤 핑계를 대서든 용돈을 준다. 자기는 애들도 다 결혼시키고, 나보다 편한 조건이라며 그렇게 챙겨준다. 그렇게 다 퍼주면 어떻게 사나? 걱정될 정도지만 오히려 더 잘산다. 마음씨가 좋아서 그런지 하늘이 보살펴주는 거 같다.
‘꽃보다 당신’이라는 코너에 꼭 소개하고픈 친구였다. 부임에게는 그랬다.
“나가 진짜 글을 열심히 써서 채택되면 책 선물을 할게. 할머니들 읽어주라.”
이렇게 소개가 되니 너무 좋다. 부임아 뚱땡아. 세상에 태어나서 니같이 좋은 친구를 얻어서 고맙다. 늘 예쁜 마음씨 베풀어주어서 고마워. 사랑한다. 뚱땡아.
‘나에게 꽃보다 아름다운 그 사람’을 소개해주세요.
미처 표현하지 못한 마음을 담은 편지도 좋습니다.
소개된 분께는 꽃바구니 혹은 난 화분을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