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욱 교수님과의 첫 만남은 2008년 군대를 제대하고 대학교 1학년으로 복학했을 때다. 그분은 같은 학교와 학과를 졸업한 선배로, 사업가이자 IT컨설턴트로 일하던 중 후배들을 위한 좋은 뜻을 품고, 높은 연봉도 포기하고 학교로 돌아온 30대 후반의 젊은 교수였다.
당시 나는 아무런 꿈과 목표가 없었다. 무기력하고 그저 놀기만 좋아하고 공부와는 담 쌓고 지내던 철없는 대학생이었다. 수학, 영어 실력이 중학생 수준에도 못 미치던 내가, 등 떠밀려 운 좋게 들어온 대학이었던지라, 빨리 졸업하고 장사나 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시간을 허무하게 흘려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나에게도 최성욱 교수님의 수업은 신선하게 다가왔다. 책 위주가 아니라, 실생활과 연결하여 풍성하게 설명해주었고, 분명 어려운 전공 지식인데 교수님이 말하면 쉽게 이해가 되고 쏙쏙 들어왔다.
그러던 3학년 어느 날이었다. 교수님께서 나에게 기업 사례를 조사하는 팀 과제에 대한 발표를 시켰다. ‘잘하는 친구들도 많은데 왜 나 같은 불량 학생에게 발표를 시킬까?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열심히 준비를 했다. 그리고 막상 발표를 해보니 재밌고 신이 났다. 아는 게 아닌데도 술술 말이 나왔다. 발표가 끝나자 박수 소리가 들렸고, 나는 엄청난 쾌감을 느꼈다. 무작정 교수님을 찾아가, ‘열심히 준비한 무언가를 남들 앞에서 전달하고 설득하는 행동’이 너무 재밌는데 이런 계통의 일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교수님은 광고, 기술영업, 마케터, 미디어 관련 쪽의 일을 추천해주었다.
꿈을 갖기 시작한 이후 나의 대학 생활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F학점이 A+학점으로 바뀌었고, 이제 학사 경고 문서가 아닌 장학 문서가 돌아왔다.
교수님은 나에게 기본기에 얽매여서도 안 되지만 기본은 중요하다며 전공 공부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것을 권했다. 나는 1년간 휴학하여, 다시 기초 공부를 시작했다. 중학교 교과서를 들고 영어, 수학을 시작했고, 전공 공부도 차근히 기초를 다졌다. 그리고 중간 중간 여러 공모전에도 응모했는데 좋은 성과를 거두는 경우가 많아졌다.
학교를 졸업하고 지금은 광고 기획자로, 소셜미디어 디렉터로, 최근 창업한 소셜마케팅 대행사의 대표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무엇을 바라서가 아니라 내가 좋아서, 행복해서, 열심히 하다 보면, 훨씬 더 좋은 결과로 돌아온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너는 소양을 더 쌓아야 한다. 이제 인문학 책을 읽어보는 게 어떻겠니?”
너무 급하게 가려 하면 주변을 둘러보라 일러주고, 좀 더 본질적인 고민을 할 수 있도록 일러주시는 등 필요한 순간마다 인생의 가이드가 되어주었던 교수님. 얼마 전, 오랜만에 교수님을 만났다. 교수님은 시집 한 권을 선물하며 말씀하셨다.
“외면적으로 겸손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내면적으로 겸손한 채 계속해서 배우고자 해라. 배움은 끝이 없다. 지금 그 길 좋다. 도형아, 이제 무소의 뿔처럼 돌진해라.”
처음이었다. 교수님이 새로운 것을 더 해보라 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 너의 길을 가도 좋다고 인정해준 것이. 너무나도 행복했다. 기뻤다. 그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속칭 말하는 ‘아웃사이더’였던 나에게 과제 발표를 뜬금없이 시켰던 것을 보면, 어쩌면 교수님은 내가 어떤 성향의 학생이었는지, 어떤 계기를 줘야 할지를 알았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나처럼 방황하는 후배들에게 길을 안내해주고 계실 것이다.
교수님, 교수님 덕분에 꿈을 찾아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항상 하시던 말씀처럼, 수평선 너머로 노를 젓고 나아가, 보지 못했던 새로운 것을 발견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글 김도형 28세. 소셜마케팅 대행사 광고쟁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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