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국가 중 가장 수면 시간이 짧은 나라 한국. 우리는 일 중독자로, 수험생으로, 혹은 습관적으로 밤잠을 잃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유전적으로 타고난 올빼미형 인간은 열 명 중 한두 명에 불과합니다. 대부분은 자기에게 맞지 않는 반쪽 올빼미형 인간으로 살아가면서 아침형 인간을 동경하고 있지요. 과연 나에게 맞는 수면 패턴은 무엇일까요? 내일을 준비하는 소중한 시간, 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가장 오래된 시계,
우리 몸의 생체시계
생체시계는 모든 생물이 가지고 있는 시간의 리듬이다. 해가 뜨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졸리는 것, 배가 고픈 것 또한 오랜 진화의 역사에서 비롯된 인간의 생체시계이다. 태어날 때부터 우리 몸에 프로그래밍된 이 리듬은 인체의 기관이 순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런데 사실 우리의 생체시계는 하루를 24시간이 아니라 25시간에 가깝게 인식하여 현실 시계와는 1시간 정도 차이가 벌어지게 된다. 그래서 우리 몸은 이런 시간 차이를 앞당기기 위해 눈을 통해 빛의 양을 인식함으로써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호르몬 분비량을 조절하는 등 현실 시계에 맞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렇기에 햇빛은 물론 인공조명은 생체시계에 아주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평소 충분한 햇빛을 쐬어야 하며, 만약 동굴에서 살아가거나 눈을 다치는 등 빛을 인식하지 못하면 생체시계의 재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안 맞는 시계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밤샘 근무자들을 위한
숙면 TIP
· 근무할 때는 실내 조명을 최대한 밝혀서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한다.
· 밤샘 후 아침에 퇴근할 때는 선글라스를 착용하여 햇볕을 차단한다.
· 잠자리에 들 때는 차광 커튼을 쳐서 최대한 햇볕을 차단한다.
· 자기 전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하면 체온을 떨어뜨려 숙면에 도움이 된다.
· 밤샘 작업 다음 날 오전에는 푹 자지 말고, 가볍게 잠을 청하자. 낮에는 평소처럼 활 동하고 밤에는 조금 이른 시간에 잠자리에 들면, 수면 리듬이 깨지지 않고 평소의 패턴으로 금방 돌아올 수 있다.
· 주간 야간 교대 근무자의 경우에는 생체 리듬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 적응하기 쉬우므로 주간 근무, 야간 근무, 심야 근무, 새벽 근무 순으로 근무 시간을 조정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나는 왜 야행성이
되었을까?
① 모태 올빼미형
· 해외 출장 시 시차 적응에 무리가 없다.
· 아침 식사는 거의 하지 않는다.
·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이 너무 힘들다.
· 오후 5시 이후의 컨디션이 좋으며 저녁 8시부터는 기분이 아주 좋다.
→ 무리해서 아침 일찍 일어나면 오히려 몸이 상할 수 있으므로 자신에게 맞는 시간에 일하는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극단적인 올빼미형의 경우에는 태양의 리듬에 어긋나서 생활하기 때문에 건강을 해칠 위험이 더 높다. 지속적으로 밤을 새면 노화 억제, 면역 기능을 강화시켜주는 멜라토닌 호르몬의 분비량이 줄어들게 돼 노화가 빨리 오고, 면역력이 약해 감기나 알레르기성 비염 등에 쉽게 걸린다. 또 야식으로 인해 비만이 될 위험도 있으므로 스스로 위험 요인을 잘 인지하고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갖도록 해야 한다.
② 잘못된 생활 습관형
· 매일 1시간 이상 낮잠을 잔다.
· 커피나 홍차 등 카페인 음료를 하루에 5잔 이상 마신다.
· 매일 밤 10시 이후에 저녁 식사를 한다.
· 습관적으로 야근을 하거나 퇴근 후 어딘가에 들렀다가 귀가한다.
· 인터넷 서핑, 심야 TV 프로그램 시청 등으로 시간을 보낸다.
· 자기 전에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한잔하는 시간이 좋다.
→ 잠자리에 들기 3시간 전부터는 술을 삼가자. 갈증이나 요의를 느껴 한밤중에 깨기 쉽다. 니코틴, 카페인 섭취는 뇌를 각성시켜 깊은 수면을 방해하므로 자제한다. 컴퓨터, TV 시청, 한밤중에 편의점에 가는 것을 자제하자.
③ 체내시계 고장형
· 일어나는 시간이 늘 다르고 지각을 자주 한다.
· 피곤한데도 새벽까지 잠이 오지 않는다.
· 차라리 야간 근무가 가능한 곳으로 이직하고 싶다.
· 잠자는 시간대가 점점 늦어지고 있다.
→ 잠들기 2시간 전부터 조명을 어둡게 해 빛이 눈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한다.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도록 하고, 일어나면 바로 커튼을 열어 아침 햇살을 듬뿍 받는 것이 좋다.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거나 점심시간에 산책을 하는 등 야외 활동을 늘리고 햇볕을 쬐어 생체시계가 재조정될 수 있도록 하자.
④ 스트레스 긴장형
· 잠들기 전 항상 고민이나 근심이 많다.
· 최근 직장이나 가정생활에 변화가 생겼다.
· 대인 관계가 원만하지 않다.
· 업무를 집에까지 가져오는 일이 많다.
→ 스트레스가 되는 요인을 제거하는 것이 우선이다. 아무리 피곤해도 바로 눕기보다는 느긋하게 목욕을 하거나 명상, 조용한 음악을 들으며 긴장을 푸는 시간을 갖자. 흥분된 신경이 가라앉고 휴식 모드로 전환되어 숙면을 취할 수 있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대관령으로 귀촌한 지 십 년이 흘렀다. 솔직히 1년 365일 중 야근하는 날보다는 직장 동료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다 늦게 귀가하는 날이 훨씬 많았다. 또 집에 가서 아무리 피곤해도 텔레비전을 켜놓고 애국가가 흘러나와야지만 잠을 청했던 것 같다.
늘 머리가 무겁고 잠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많았다. 그러다 직장을 그만두고 대관령에서 펜션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곳은 가로등도 없고, 차 소리도 나지 않는 고지 800미터의 시골이라 해만 지면 깜깜한 암흑이다.
그러다 보니 큰 노력을 하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일찍 잠들고, 아침 5시 30분이면 눈이 저절로 떠지는 아침형 인간으로 바뀌게 되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난 후 가장 큰 변화는 하루가 길어지고 여유가 생겼다는 점이다.
아침의 여유로운 시간 동안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나, 여러 가지 핑곗거리를 내려놓고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나에게 아침은 혼자 있기 가장 좋은 시간이다. 생각을 정리하거나 사진을 찍어 블로그, SNS로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새로운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다.
굳이 귀농이 아니더라도 24시간 중에서 단 1시간은 정말 하고 싶은 일에 최선을 다해 임할 수 있을 때 나의 인생 전체를 리드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것 같다. 한 달에 한 번쯤은 과감히 생활에서 떠나보았으면 좋겠다. 일 때문에 안 되고, 아이 때문에 안 되고 이런저런 이유들을 다 놓고 떠나보면 실제 아무 지장이 없구나를 느끼게 된다. 여유 있는 마음으로 어디에서든 자기를 돌아보고 계발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다.
습관성 올빼미에서 벗어나다
청소년기에는 뇌가 다른 어느 시기보다도 더 빠르게 발달하고 변화하고 정보를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에 다른 시기보다 더 많은 수면이 필요하다. 호르몬 변화로 인해 생체시계가 뒤로 밀리는 청소년기에는 특히 늦게 잠들게 되고 아침 일찍 일어나기도 어려워진다. 이러한 청소년들의 충분한 수면을 위해서 스위스와 미국, 덴마크 등 여러 나라에서는 ‘늦은 등교’ 운동이 추진되고 있다.
미국 미네소타대학은 최근 발표한 연구에서 학교를 늦게 시작할수록 학생들의 정신 건강과 교통사고율, 출석률, 성적 등이 크게 개선되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등교 시간을 1시간 이상 늦춘 5개 학군의 학생 9천 명의 수면 시간을 분석한 결과, 7시 30분 등교 시에는 30%의 학생들이 8시간을 잤지만 1시간 늦춘 이후에는 60% 이상이 8시간 이상 자는 것으로 나타났다.
잠을 덜 잔 학생들은 우울증과 카페인·알콜 섭취와 마약 사용률 등이 잠을 많이 잔 학생보다 높았던 반면에, 수업 시간을 7시 30분에서 8시 50분으로 늦춘 와이오밍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한 해 학생들이 일으키는 교통사고가 23건에서 7건으로 크게 줄었다.
생체시간 밀린 청소년기,
아침에 못 일어나는 것 당연
스위스, 미국, 덴마크
‘늦은 등교’ 운동 추진
한때 ‘아침형 인간’ 신드롬이 일면서 우리나라 직장인의 70%가 아침형 인간이 되길 원한다는 설문 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유명 인사 가운데는 나폴레옹,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빌게이츠가 아침형 인간으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올빼미형 인간의 장점도 속속 연구로 밝혀지고 있다. 스페인 마드리드 대학의 연구진은 10대 청소년 1,000여 명을 조사한 결과 올빼미형 인간이 아침 종달새형 인간보다 문제해결 능력, 귀납적 추론 능력, 개혁적인 사고 능력 면에서 더 우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 공군 지원자들에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창의적 상상력을 발휘해 문제를 해결하는 수평적 사고 능력에서 올빼미형 인간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저녁형에는 예술가나 외향적 사업가 등 창조적인 직업군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찰스 다윈, 윈스턴 처칠, 엘비스 프레슬리 등이 꼽힌다.
올빼미형은
창조적 예술가 타입
나의 소원은 늘 아침형 인간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생각일 뿐이었다. 아침잠이 많은 나는 학창 시절부터 늘 지각하는 게 일상이었다. 마음을 졸이며 헐레벌떡 뛰어가서 겨우 하루를 시작하고 나면, 늘 후회가 밀려오곤 했다. 5분만 일찍 일어나면 됐을 텐데…, 밤에 일찍 잘 걸…. 하지만 일찍 잔다고 해도 일어나는 시간은 엇비슷했고, 그러다 보니 늘 밤까지 해야 할 일들을 다 해놓고 자는 버릇은 이어졌다.
다행히 그런 습관을 가진 나였지만, 밤에 열심히 해서인지 남들이 알아주는 좋은 대학에 들어갔고, 대학원에도 갔다. 그리고 정말 정말 다행히 야행성 인간인 나에게 딱 맞는, 출퇴근이 비교적 자유로운 직장에 취직도 했다. 나는 직장에서도 비교적 밤 시간에 일하는 게 훨씬 잘되어서 야행성 패턴은 계속되었다.
그렇게 20년 넘게 야행성으로 살아왔음에도 내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아침형 인간에 대한 부러움이 있었다. 고쳐보려고도 했지만 여전히 똑같아지는 이 패턴이여.
그런 어느 날 내 마음을 솔직히 들여다보다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나는 아침 시간을 잘 활용하지 못한다, 나는 잘 못 살고 있다… 그런 관념들이 나를 묶고 있다는 것이었다.
어쩌면 그렇게 동경해 마지않았던 아침형 인간이 됐어도, 나는 또 밤 시간을 잠으로 보낸 나를 한탄했을지 모르겠다. 왜 그래야 하지? 그게 나한테 잘 맞는 생활 방식인데 왜 나는 항상 문제 있다고만 생각했지? 그다음부터는 마음을 바꿔먹기로 했다.
나는 뜨는 해는 보지 못해도, 휘영청 중천에 뜬 달은 본다.ㅋ 남들이 잠든 사이 훨씬 더 효율적으로 일을 한다. 더 성과도 많이 낸다. 그렇게 마음을 바꿔먹자 나 자신에 대해서 훨씬 더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더 당당해졌다. 뭐 또 상황이 바뀌면 생활 패턴이 바뀔지도 모르겠다. 어떤 이유에서 어떤 패턴으로 살아가든, 잘못됐다, 못하고 있다는 생각은 빼고 내 조건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싶다. 오늘 밤에 떠 있는 달은 얼마나 예쁠까.
나는 아침형 인간이
부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