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놀처럼 맑은 빛으로 털을 단장한 겨울새입니다. 마가목 나무에 앉아 아침 햇살에 빛나는 빨간 열매를 쪼아댑니다. 꼭꼭 삼키면 목이 쉬지 않는다는 보약 같은 식량. 그래서 눈 덮인 겨울날의 새소리가 그토록 고운가 봅니다. 소설 ‘닥터 지바고’에도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새들과 나무 사이에는 어떤 친밀한 생명의 연줄이 있는 것 같았다. 마가목 나무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듯 오랫동안 새들의 무리를 바라보기만 하다가 결국 갓난아기에게 젖꼭지를 물리듯이 새들에게 열매를 먹여주고 있었다. 그래, 그래, 할 수 없지. 먹으렴, 실컷 먹으렴. 마가목 나무가 미소를 지으며 속삭이는 것 같았다. …’
겨울새의 희망, 빨간 마가목 열매처럼
글, 사진 김선규
눈 속에서 만난 맑은 눈
세상이 온통 하얗다. 공원 길에서 마주친 눈이 맑은 사슴 두 마리.
잠시 꿈이라도 꾸는 듯, 가슴속에 묻어둔 시인의 사슴을 떠올린다.
도심 한복판에서 만난 사슴의 두 눈에는 깊은 숲이 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