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는 대학, 시골 어르신들의 푸근한 인생 강좌

취재 문진정

2011년 봄, 젊은이들이 도시로 떠난 후 평균 연령이 높아진 강화도 온수리에 20대의 용감한 자매가 발을 디뎠다. ‘OO은 대학’ 프로젝트의 하나로 강화 ‘온수리대학’을 만든 우민정, 우민희 자매다. ‘답 없는 고민들만 가득한 도시의 청년들이여, 농촌 마을을 돌아보면서 한 템포 쉬어가자’는 취지로 시작한 강화 온수리대학에는 현재 우민희, 신일진, 조성현, 세 명의 술래(‘OO은 대학’에 참여하는 청년들을 부르는 호칭)가 있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시골에 무작정 들어가 지역 공동체를 만든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공통 관심사를 찾기 힘든 어르신들을 일일이 만나 대화를 이어가야 했고, 혹여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은 아닌지 곱지 않은 시선도 견뎌야 했다. 하지만 이들은 할머니들 옆에 ‘퍼질러 앉아’ 수다를 떨면서 마음의 벽을 낮추어갔다.

우리나라 변천사가 인생에 고스란히 녹아 있는 순무 김치 할머니, 100년 전통 막걸리 만드는 법을 전수해주신 양조장 아저씨, ‘유행은 돌고 돈다’는 철학으로 강화도에 3명의 미용사를 키워내신 은하미장원 할머니 등 훌륭한 교수님들도 발굴했다. 그리고 이제 말투는 조금 투박하지만 마음만은 누구보다 따듯한 어르신들의 진짜 속마음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도시의 청년들은 ‘마을출장대학’을 통해 이곳에서 배움을 얻어가고, 어르신들은 자신의 인생 노하우를 가르쳐주며 기쁨을 나누는 대학. 한 걸음 느리게 서로에게 귀 기울여줄 수 있고 언제든 다시 오고 싶은 행복한 공간을 만들어가는 것이 이들의 꿈이다.

‘강화는 대학’의 베이스캠프인 ‘모두의 별장’. 소셜펀딩을 통해 마련한 보증금으로 지난 6월 문을 열었다. 11월의 마을 축제, 청소년 방학 캠프 등이 이곳에서 진행된다
술래 유자(신일진) 이야기
처음에는 이렇게 조용한 시골에서 무슨 재미로 지낼까 했는데 어르신들의 오랜 지혜를 배우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자연스럽게 동화되는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순무 김치 담는 법을 가르쳐주시면 저희는 홍보 전단지를 만들어드리기도 하고요. ‘이 나이에 무슨 교수냐’ 쑥스러워하시다가도 저희가 만든 교수 위촉장을 받으실 때는 경건함, 기대와 설렘, 뿌듯함이 다 느껴져요. 그래서 더 보람이 느껴지고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술래 하루(우민희) 이야기

도시의 삶은 늘 바쁘고 복잡했던 것 같아요. 지하철 환승은 너무 어렵고 마트 계산대에서는 다음 손님 때문에 쫓겨나고요. 그러다가 여기 강화도에 왔는데 길가에 핀 꽃 한 송이도 모두가 여유롭게 볼 수 있는 유유자적한 분위기가 너무 좋았어요. 이런 소통 방식, 서로 들어주고 지켜봐줄 수 있는 시간들을 많은 청년들과 나누고 싶었어요.

 

마을을 돌아다니다 보면 ‘이제 죽을 텐데 내가 뭘 해’ 하시는 할머니들이 계세요. 그런 얘기를 들으면 참 속상하죠. 그런 어르신들과 작은 것이라도 함께하고 싶어서 더 다가가려고 해요. 3년째 되니까 이제 어르신들도 청년들 온다고 ‘사탕 하나 사놔야겠네’ 하세요. 도시에서나 농촌에서나 서로 다가가고 믿음을 쌓아나가는 게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은 지 100년이 넘었다는
강화도 온수리 양조장에 학생들이 만든
간판이 걸렸다.
‘강화는 대학’ 교수님들이 청춘에게 고함
모이세 붕어빵집의 김형섭 교수님
인내심을 갖고 하는 것이 붕어빵 맛의 비결이다. 나는 항상 손님들에게 얘기를 듣고 맛있게 만들려고 노력한다. 여러분들도 무슨 일을 선택하든 꾸준히 끝까지 끌고나가다 보면 걱정할 게 없다.
귀금속점 광명당의 유환규 교수님
청춘이여! 노력에는 나이가 없다. 내가 중학교도 중퇴한 사람이지만 세상 속에서 살면서 공부했기에 알파벳도 한자도 알고 외국 간판도 신문도 볼 줄 안다. 모든 건 나에게 달려 있는 문제이다. 돈이나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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