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TV ‘힐링캠프’ 닉 부이치치가 던진 커다란 화두

선천적 ‘해표지증’을 갖고 태어나 ‘사지 없는 인생’을 살고 있는 세계적인 강연자 ‘닉 부이치치’가 힐링캠프에 출연했습니다. 팔다리가 없는 그의 몸은 수영, 축구, 골프 등 각종 스포츠를 즐길 수 있을 만큼 강인하고, 조그만 두 개의 발가락은 타이핑과 악기 연주를 할 수 있을 만큼 유능합니다. 신을 믿고 기적을 믿는다는 그는 팔다리가 자라길 매일 기도하지만 지금도 충분히 행복하다 말합니다. 전 세계의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힘과 용기를 선물하고 싶어 하며, 그것이 바로 신이 자기에게 주신 위대한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운명처럼 다가온 여인 카나에와 결혼하여 현재 4개월 된 아들 키요시를 두고 있는데, 아들이 태어나기 전 혹시라도 자신처럼 팔다리 없는 아이가 태어나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자, 아내는 “당신처럼 좋은 롤모델이 있으니 아무 문제없다”며 “설령 팔다리 없는 아이가 5명 태어난다 해도 모두 훌륭하게 키워낼 수 있다”고 대답했다 합니다.

닉 부이치치의 삶을 보면, 반드시 팔다리가 자라는 것만이 기적은 아닌 듯합니다. 보통사람들도 해내지 못하는 일들을 해내고 있을 뿐 아니라, 요즘 같은 세상에 보기 드물게 편견 없고 용기 있는 여성과 결혼까지 했으니까요. 게다가 감사하게도 아들 키요시도 팔다리가 있는 건강한 몸으로 탄생했으니, 지금 닉은 그 누구보다 더 행복할 것입니다.

TV를 통해서지만 그의 모습을 보며 감동이라는 표현으로는 좀 부적절한,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충격과 의문의 여파가 마음에 끝없이 퍼져갔습니다.

나는 매사에 긍정적일 수 있는가? 나는 100전 101기의 자세로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는가? 나는 타인의 잘못에 너그러울 수 있는가?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가? 나는 도움이 꼭 필요할 때, 부끄러움 없이 당당히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가?

자신 있게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항목이 단 하나도 없더군요. 머릿속에는 해결되지 않는 물음표만 가득했습니다. “내가 그의 입장이라면 아침에 눈뜨는 순간마다 지옥 같은 고통일 텐데, 그는 어떻게 그처럼 활기차고 행복할 수 있는 것일까?” 천천히 ‘힐링캠프’를 다시 보았고, 어렴풋이나마 한 가지 답을 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자신을 좀 더 사랑하세요!” “당신은 있는 그대로 아름답습니다!”

닉 부이치치가 저에게 던진 커다란 화두는 ‘자신과의 화해’였습니다. 자신과 화해하고 자신을 사랑해야만, 타인과 세상도 사랑할 수 있었던 거죠. 세상을 사랑해야만 삶을 즐길 수 있고, 긍정적인 마음이 생겨나며,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 힘과 용기도 생겨납니다. 비뚤어진 자존심과 자기 연민, 자기 혐오가 엉망으로 뒤섞인 상태에서, 타인에게 당당히 도움을 요청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

‘자신과 화해하고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제게는 꽤나 익숙한 것이었지만 머리로 안다 해서 실천할 수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이상과 현실은 멀기만 했고, 여전히 자신과 화해하지 못한 저는 그 긴 여정을 감당해낼 힘도 용기도 없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닉은 해결의 실마리를 던져주었습니다. “내가 할 수 있으면, 당신도 할 수 있습니다!” 팔다리 없는 몸으로 풀썩 넘어졌던 그가 혼자 힘으로 벌떡 일어나서 이렇게 말하는데, 그 앞에서 “아니오. 나는 할 수 없습니다!”라고 대답할 사람이 있을까요?

유명해지기 전까지 그는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고스란히 받아야 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래도 닉은 자신의 모습을 진심으로 사랑했지요. 그러니 누가 반박하겠습니까?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하듯, 당신도 당신 자신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라는 닉의 메시지를 말입니다.

지현정 문화칼럼니스트 & 사진 제공 SB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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