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봄의 햇빛이 인심 좋게 쏟아져 내리는 요즘, 베란다에 앉아 햇빛 샤워를 즐기고 있노라면 몸이 건강해지고 마음도 가벼워지는 느낌입니다. 초록이들도 신이 나서 여기저기 꽃망울을 터뜨리고 어느 때보다도 더욱 선명한 잎의 색깔을 드러내고 있어요.
혹시, ‘햇빛을 싫어하는 식물은 없다’는 말 아세요? 잎에 무늬가 있거나 꽃을 피우는 화초일수록 밝은 햇빛을 필요로 합니다. 햇빛이 모자라면 잎의 무늬가 흐려지고 꽃의 색깔은 약해지거나 아예 꽃이 피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또 아무리 음지식물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의 햇빛은 있어야만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고 보기에도 예쁘게 자란답니다.
빛이 들어오지 않는 화장실이나 현관 같은 곳에 화초를 두면 시간이 가면서 줄기가 점점 가늘고 길어지며 모양이 흐트러지는데 이는 빛이 부족하기 때문에 화초가 햇빛을 찾아 목을 길게 빼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대부분의 화초가 좋아하는 장소는 양지나 반음지랍니다. 실내의 유리창 가까운 곳이 화초 키우기에 가장 좋은 장소이고, 아파트라면 집 안의 가장 밝은 곳인 베란다 창가가 되겠지요. 화초를 화장실이나 현관, 또는 거실과 같은 음지에서 잘 키우는 방법이 있긴 있습니다. 좀 귀찮은 일이지만 화초를 베란다로 옮겨서 하루 3, 4시간 정도 햇빛을 쪼여주고 다시 원래 위치에 가져다 놓는 것이에요.
저 햇빛 속에는 도대체 어떤 비밀스러운 힘이 숨어 있기에 세상의 모든 생명체를 살찌게 하는 것일까요? 조건 없이 베푸는 자연의 위력이란 게 바로 이런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듭니다. 나이 들면서 점점 더 분명해지는 게 있다면 햇빛처럼 늘 내 곁에 있지만 미처 모르고 지내온 것들, 지금의 나를 지탱해주고 있는 내 삶의 햇빛 같은 존재들에 대한 고마움입니다. 결국 나란 사람, 보이지 않는 그들의 수고와 관심이 얽히고설킨 네트워크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에 감사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