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은 어떻게 국민 음식이 되었을까?

짜장면의 시조는 작장면(炸醬麵)으로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작(炸)은 ‘불에 튀기다’, 장(醬)은 말 그대로 된장 등의 발효식품을 말하며, 면(麵)은 밀가루 국수를 뜻한다. 즉 중국식 된장을 기름에 볶아 국수 위에 얹어 먹는 음식이라는 뜻이다.

짜장면에 얽힌 행복한 추억 하나 없는 대한민국 국민이 있을까. 지금도 전국적으로 하루에 대략 600만 그릇을 넘게 먹는다는 짜장면을, 2006년 문화관광부(현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 100대 민족문화상징’의 하나로 선정했다. ‘중국에서 유래하였으나 그것과 다르게 우리나라에서 토착화한 음식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대표적인 외식 메뉴이며 세계화가 가능한 음식’이기 때문이다. 반세기 가까이 국민 음식으로 사랑받아온 짜장면의 이야기다. 정리 최창원

참조 도서 <짜장면뎐>(양세욱 | 프로네시스), <식탁 위의 한국사>(주영하 | 휴머니스트), <사물의 민낯>(김지룡, 갈릴레오 SNC | 애플북스), <한국음식문화 박물지>(황교익 | 따비), <처음 만나는 우리 문화>(이이화 | 김영사)

저는 짜장면이라고 합니다. 제가 이 한반도 땅에 살아온 지 어언 100년도 훨씬 넘었네요. 제가 언제 어디서 처음 만들어졌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는 않았어요. 다만 1882년 임오군란 당시 들어온 청나라 군인들을 따라 중국 상인들도 조선으로 들어왔고, 그 이후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합니다.

하지만 그때의 중국식 짜장면과 지금의 한국식 짜장면은 아예 맛이 다릅니다. 짜장면 맛을 결정하는 것은 우리가 춘장이라고 부르는 소스예요. 중국의 정식 이름은 면장이라고 하는데 중국 산동 지역이 원산지로, 원래 중국 짜장면은 짠맛이 강했죠.

그런데 1948년 중국 산동성 출신의 화교 왕송산이 ‘사자표 춘장’이라는 한국 최초의 면장을 생산했습니다. 그러다 1950년대 중반 캐러멜을 섞어 달달한 맛을 더했고, 이것이 보편화되면서 완전히 새로운 맛의 한국식 짜장면이 탄생했습니다. 특히 1960년대에 들어 한국 짜장면 맛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재료가 등장하였는데, 바로 양파였어요. 그러니까 지금의 짜장면은 1960년대 이후 개량된 것이라 보아야 할 거 같네요.

제가 국민 음식의 반열에 오르게 된 데는 정치, 경제, 사회적인 요인이 작용했습니다. 한국 전쟁 후 미국의 잉여 농산물이 원조로 제공됐는데, 밀이 70%를 차지하였어요. 그런데 밀 소비가 정부의 계획대로 확산되지 못하자 정부는 ‘혼, 분식 장려 운동’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리고, 당시 밀가루 대용식으로 짜장면이 언급되면서 중국 음식점에 가자는 운동이 일어났지요.

또 서민들은 하루하루 빠듯한 가계를 이어갔지만, 뭔가 특별한 날 외식을 즐기고 싶을 때 주로 찾은 곳이 바로 중국 음식점이었어요. 외식거리로 값이 저렴하면서 집에서 먹기 힘든 별식, 일탈의 음식으로 딱이었던 거죠. 그래서 졸업식 날이면 중국 식당은 꽃다발을 든 졸업생과 학부모들로 북적거렸고 생일, 운동회, 이삿날 등 특별한 날이면 어김없이 짜장면을 먹게 된 것입니다.

저는 1분 1초가 아까운 산업화 시대에 딱 맞는 음식이기도 했습니다. 재료가 준비된 상태에서 짜장면 한 그릇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3분, 먹는 데도 얼마 걸리지 않죠. 배달의 문화를 처음으로 만들어낸 것도 저였어요. 단 한 그릇이라도 주문하면 어디든 빠르게 배달됐지요. 중국 음식점이 늘어난 데는 화교들의 고단한 삶도 연관이 있습니다. 1950~60년대 중국 대륙의 공산화와 한반도의 남북 분단, 한국 정부의 ‘화교의 토지 소유 금지 정책’ 등으로 생계가 어려웠던 화교들이 호구지책으로 찾은 게 중국 음식점을 차리는 거였거든요. 통계에 의하면 1948년 332개소였던 중국 음식점이 1972년엔 2,454개로 늘었습니다. 그 수요를 보고 한국인들도 짜장면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유니짜장, 쟁반짜장, 삼선짜장…. 21세기 들어 더 다양해진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저의 종류도 다양해졌지요.

1990년대 후반에는 ‘블랙데이(4.14)’까지 생겨서 놀랐어요. 발렌타인데이(2.14)와 화이트데이(3.14) 때 초콜릿이나 사탕을 받지 못한 젊은이들이 서로를 위로하며 짜장면을 먹는 날이라나요.

“짜장면 시키신 분~” 하며 저를 넣고 어디든 같이 다녔던 철가방은 2009년 한국디자인문화재단이 선정한 ‘코리아 디자인 목록’ 52개 가운데 하나로도 꼽혔답니다. 우리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쳤을 뿐 아니라 ‘문화인류학적 소산이라 할 만큼 완전한 디자인’이라는 게 선정 이유였습니다.

고단했던 반세기를 한국 국민과 동고동락해오다 보니 저를 소재로 삼은 영화, 드라마, 연극, 동화, 노래, 소설, 시도 많이 등장했습니다. 이제 다양한 음식 문화들 속에서 외식의 왕자라는 절대 권좌의 자리는 내려놓게 되었지만, 그래도 언제나 저를 사랑해주시는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짜장면박물관. 짜장면의 역사를 만나볼 수 있는 박물관으로 인천시 중구 선린동 일대 차이나타운에 있다. 2012년 4월, 20세기 초 세워진 한국 중화요리사의 상징인 공화춘(근대문화재 제246호, 1983년에 폐업) 건물을 개조해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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