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 <황금의 나라, 신라> 전

세계 4대 미술관이자 관광 명소로 꼽히는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이하 ‘메트’). 고대부터 현대까지 세계의 모든 문화가 백과사전처럼 모여 있는 이곳에서 지난 11월 초부터 특별기획 전시 ‘황금의 나라, 신라’ 전이 열리고 있다. 메트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30년 만의 한국미술전이자, ‘신라’를 주제로 한 서양 최초 전시로 현재까지 16만 명의 관람객을 동원하며 현지 언론과 관람객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고 한다. 고대 국가 신라의 미술은 어떻게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메트의 유일한 한국인 큐레이터 이소영씨 이야기이다. 정리 문진정

신라 유물이 뉴욕에 오기까지

‘신라’전은 2008년 5월, 국립경주박물관 측에서 당시 강연차 방문한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중국미술 담당 큐레이터 드니스 라이디씨에게 제안하면서 시작되었다. 메트의 한국미술 담당 큐레이터로서 언젠가는 한국 고대 미술을 전시해봐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한국 측의 제의로 예상보다 조금 앞당겨진 셈이다. 그 후 여러 차례 서울과 경주를 오가며, 국립중앙박물관, 국립경주박물관과 전시 공간 선점부터 세부 사항에 이르기까지 5년의 치열한 준비 기간을 거쳤다. 전시가 열리는 1층 특별전시실은,메트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그리스 로마 전시실 바로 옆에 자리해 공간적으로, 또 시대적으로도 연결선상에 있게 했다.

정교한 황금빛 장신구, 기품 있는 금동 불상

초기 신라는 한반도 구석의 작은 나라였지만 왕권을 강화하고 불교 문화를 적극 수용하면서 삼국을 통일시킨 주역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지리적으로도 유라시아대륙의 동서양 문화 교류의 요충지로서 서양 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불교 미술을 발전시키는 등 전 시대에 걸쳐 다양한 예술을 꽃피웠다. 이러한 풍부한 문화를 보다 깊이 있게 조명하면서도 ‘신라’라는 생소한 나라를 쉽게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이번 전시의 과제였다.
전시의 전체 콘셉트는 황금 문화를 바탕으로 400~800년대를 통틀어 시대별 예술의 큰 흐름을 보여주는 것으로 잡았다. 화려한 금관을 비롯하여 현대적이면서 세련된 황금 장신구뿐만 아니라 신라 불교 미술의 전성기도 다루었다. 그 대표 작품이 한국의 모나리자라고 할 수 있는 금동미륵보살 반가사유상(국보 83호)이다.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아름다우며, 강력한 고요함을 풍기고 있다.(뉴욕타임즈)” “앉아 있지만 정적이지 않고 팽팽한 긴장감을 보여준다. 세상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은 모습이다.(월스트리트)” 등 현지 유명 언론들이 관심 있게 보도했고 관람객들 사이에서도 극찬을 받고 있다.

① 황남대총 북분 금관(국보 191호). 황금 장신구의 대표작이자 5세기 황금 문화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왕이 아니라 왕비가 썼다는 점이 재미있다.
② 보문합장분 귀걸이(국보 90호)
③ 금관총 금제 장식(국보 87호)
④ 철조여래좌상. 유명한 석굴암 본존불의 양식을 이어받은 조각이자, 당시 불교 미술 속의 ‘국제 양식’을 잘 반영하는 품위 있고 장엄한 작품이다
⑤ 토우장식뚜껑 굽다리접시

예술성 높은 유물과 최첨단 디지털 기술의 조합

이번 전시의 차별점은 고대 미술 전시에 최첨단 디지털 기술이 도입되었다는 점이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넓은 벽면 가득 경주 황남대총 영상을 접하게 되는데 마치 1,500년의 역사를 거슬러 고대 신라 서라벌의 고분 앞에 서 있는 듯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3D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석굴암 축조 과정이 85인치 삼성 UHD TV로 상영되어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다. 국보 90호 보문합장분 귀걸이의 정교함을 리움 디지털 돋보기로 360도로 회전, 확대해 볼 수도 있다. 그 외에 금속 장신구의 제작 과정을 보여주는 영상도 있다. 이런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활용해 전시품의 고고학적인 의미와 섬세한 예술적 가치, 이 두 가지 모두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

신라 특별전을 마무리하며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이라는 나라가 K-pop, 영화, 드라마 못지않게 매력 있는 전통문화, 특히 고대 미술의 역사가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된 것에 감사한다. 신라 고분에서 출토된 황금 유물을 접하고 감탄하던 사람들, 신라가 실크로드의 일부였다는 사실에 놀라워하는 관객들을 보면 큐레이터로서의 자부심을 느낀다. 또한 “메트에서 본 전시 중 가장 아름다운 전시 중 하나다”라는 현지 관람객들과 큐레이터들의 평가와, 미국에 오래 거주한 한국 교포분들이 “뉴욕에서 신라 미술을 보게 되니 감동이다”라고 했던 말씀들도 기억에 남는다. 존재조차 생소했던 ‘신라’라는 나라가 어느새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각인된 것 같아 더없이 뜻깊다. 세계 어느 시대, 어느 문화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풍부한 아름다움과 역사적 중요성을 갖춘 고대 신라 문화가 세계에 알려진 것이 기쁘고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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