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가 행복이다

요즘 KBS-2TV 프로그램 <개그콘서트> 중 ‘감사합니다’라는 코너가 인기입니다. “세상에는 감사할 일들이 참 많습니다”라고 시작되는 이 개그는 ‘교장 선생님 훈화 말씀 지루했는데, 비가 오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수능 시험 날, 아는 문제도 틀릴까봐 걱정했는데, 아는 문제가 하나도 없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라며 웃음을 주고, 덕분에 아이들 사이에서 ‘감사합니다’ 놀이가 유행이라니, 참으로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실제 학자들은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뇌가 감사한 이유를 찾아서, 정말로 감사하게 만들어준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가 언어 습관이 되면, 의식은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의 좋은 면이나 작은 행복에 초점을 맞추어 감사의 마음이 생기는 것이지요. 감사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모아보았습니다.

_ 편집자주

‘감사하는 마음’이

심장을 가장

편안히 만들어준다

감사하기 훈련의 과학적 효과는 신경심장학이라는 학문 분야를 통해 입증되었다고 합니다. <회복탄력성>(김주환/위즈덤하우스)에서는 그 연구 결과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신경질적이고 짜증을 많이 내는 사람은 심장이 약해서, 심장의 박동수가 불규칙하기 때문인 경우도 많다. 즉 화가 나서 심장박동수가 불규칙하다기보다 불규칙한 심장박동수가 그 사람을 불안하고 짜증 나게 만드는 것이다. 이처럼 심장박동과 감정의 관계에 주목한 학자들은 심장박동수를 가장 이상적으로 유지시켜주는 긍정적 정서가 무엇인지 찾기 시작했다. 그 결과, ‘감사하는 마음’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보통 성인의 심장박동수는 1분에 70번을 기준으로 미세하게 변화한다. 분노나 좌절감 등 부정적 감정을 느낄 때에는 매우 불규칙하게 변화하지만, 감사한 마음을 느낄 때 심장박동수는 매우 규칙적으로 변하게 된다. 편안한 휴식, 심지어 수면 상태에 있을 때보다도 감사할 때, 가장 편안한 심장 상태를 유지했다.’

출처_ McCraty & Childre(2004)(<회복탄력성>에서)

매일매일

‘감사할 일’ 찾기가

가져다준,

왕복 200분의 변화

2011년 ‘서울메트로 스토리텔링 공모전’에서 장려상을 받은 윤보라(23)씨의 체험담.

‘집에서 학교까지 전철로 100분. 지방대에 다니는 나는 전철이 점점 서울에서 멀어지고 차창 밖으로 드넓은 밭과 논이 나타나면, 그만큼 주류에서 떨어져 있다는 불안함과 자격지심, 열등감으로 무기력해졌다. 왕복 200분의 통학, 그것은 200분의 자학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께서 나에게 노트 한 권을 건네시며 말씀하셨다.

“꽃다운 청춘이 왜 그렇게 기운이 없어? 뭐든 생각하기 나름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해야지. 지하철에서 멍하니 있지만 말고 오늘부터 감사일기를 한번 써봐.”

느닷없이 감사일기라니. 도대체 감사할 만한 게 뭐가 있다는 건지. 처음에는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아주 사소한 것을 대충 끄적거리기 시작했다.

‘오늘은 전철에서 운 좋게 앉아 갈 수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오늘은 날씨도 정말 좋고, 저녁노을이 정말 예뻤어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정말 이상하게도 ‘감사합니다’란 단어를 쓸 때마다 진짜로 감사한 마음이 생기는 것 아닌가. 신기한 일이었다. 기분이 좋아지고 점점 쓸거리가 많아졌다. 무탈했던 하루, 계절의 아름다움, 내 친구들 등등 나를 둘러싼 소소한 것 하나하나에도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다. 왕복 200분의 긴 통학, 나의 현실은 여전히 그대로다. 그러나 나는 더 이상 전철 안에서 자학하지 않는다. 오히려 학교 성적과 교우 관계 등 학교생활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제는 전철의 진동마저 작지만 끊임없이 뛰고 있는 내 심장처럼 천천히 그러나 힘 있게 나를 응원해주고 있는 것 같다.

 

감사의 분량이 행복의 분량이다. – 마하트마 간디

제가 아는 한 사장님은 직원이 실수를 하여 회사에 큰 손해를 입히면 질책을 하는 대신에 ‘이번 일로 무엇을 배워 감사한지’를 정리해서 제출하라고 합니다. 잘못한 것이야 당연히 본인도 느끼고 있을 테니, 그 실패를 회사의 자산으로 끌어안고자 하는 사장님의 지혜인 것이지요.  – 북코치 권윤구

둥근 지구의 꼭대기에 앉아 더 높은 곳만 쳐다본다. 눈앞의 즐거움은 안 보이고 자꾸 남의 떡만 크게 보인다. 몸은 여기에 있는데 생각은 저기에 가 논다. 내 손에 쥔 것, 지금 누리고 있는 것에 대한 감사를 잊은 지가 참 오래되었다. 더 가지고 다 가지기 위해 아등바등하다가 가진 것을 다 잃는다. 기쁨은 먼 데 딴 데 있지 않다. 즐거움은 코앞 발밑에 있다. 그것을 찾아라.  – 다산 정약용 <다산어록청상>(정민|푸르메)에서

감사할 줄 아는 사람에게는 두 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 두려움을 모른다. 감사하는 마음은 빛이 어둠을 뒤덮어 버리듯 두려움을 뒤덮을 수 있다. 둘째, 거만해지지 않도록 막아준다. 감사의 마음은 조용하고 겸손한 인간을 만든다. 삶이 선사한 조그만 선물에도 기뻐하게 만든다.  – <여자는 경제적 자유를 꿈꾼다>(보도 섀퍼|21세기 북스) 중에서

감사를 더 잘 이해하게 될수록 분노와 우울, 그리고 절망의 피해를 덜 받는다. 감사하는 마음은 소유하고 지배하기를 원하는 아상의 딱딱한 껍데기를 점차 녹여주는 약과 같은 구실을 하여, 우리를 관대한 존재로 바꾸어줄 것이다. 감사하는 마음은 영혼의 연금술로 우리를 도량이 넓고 고결한 사람으로 성장하게 한다.  – 샘 킨. 철학자

범칙금과

아이스크림

양경만 46세. 제주도 제주시 연동

어느 날 운전을 하다 신호 위반을 하게 되었다. 경찰차 한 대가 따라붙었고, 경찰관에게 면허증을 보여줬는데, 경찰관이 면허증과 내 얼굴을 수차례 번갈아 보는 게 아닌가.

“혹시 양경만 선생님 아니십니까?” 물었다. “윽! 맞는데요. 저를 아세요?” “알다마다요! 제가 어찌 잊습니까. 일단 차를 저쪽으로 움직이십시오.” “혹시 95년도에 OO 경찰서 정문의 의경, 기억 안 나십니까?”

순간 어렴풋이 뇌리를 스쳐가는 얼굴이 있었다. 벌써 15년 전의 일이다. 당시 친구의 사무실 일을 도와주었는데, 그 근처 경찰서 정문에서 매일같이 보초를 서던 의경이 있었다. 뜨거운 여름날 늘 벌겋게 상기된 얼굴, 게다가 아스팔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에도 부동자세로 가만히 서 있으니 보기에도 정말 힘들어 보였다. 친구와 나는 점심을 먹으면 식당 옆에 있는 슈퍼에서 아이스크림을 사곤 했는데, 순간 더운데 고생하는 의경이 생각났다. 처음 아이스크림을 건넸을 땐 한사코 마다했지만, “고생하는 것을 보고 시민이 사주는 것인데 무슨 문제가 있냐”고 설득한 끝에야 어렵게 받아주었다. 그 일은 한 달 동안 계속되었다.

15년이 지난 지금 내 눈앞에 서 있는 경찰관이 바로 그때의 그 의경이었다. 아는 사람도 하나 없는 머나먼 타향에서 군 생활을 하던 때 낯모르는 사람에게서 건네받은 아이스크림 한 개에 눈물을 왈칵 쏟아냈던 당시를 도저히 잊을 수가 없다고 했다. 그 일은 힘들었던 군 생활에 너무나도 힘이 되었고, 친형보다도 더 애틋했던 정을 잊을 수 없어 제대를 하고서도 다시 이곳을 찾아 정착하게 됐다고 한다.

“범칙금 딱지 안 끊느냐?”는 말에 그 돈으로 조카들 아이스크림 사주라고 하는 경찰관. 설마 이런 사연으로 경찰관이 직무 유기라고 문제 삼지는 않겠죠?^^

살아 있음에 감사할 때 기분이 최고로 좋아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감정은 모든 것에 감사할 때 생겨난다.

–  루이스 스미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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