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왈종 화백은 1945년 생으로, 30대부터 인기작가 반열에 올랐던 그는 1971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서울, 뉴욕, 파리, 도쿄 등에서 25여 차례의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추계예술대학교 교수로 활동하다 1991년 제주도로 훌쩍 떠난 그는 이후 수묵 위주에서 밝고 화사한 색채의 사용, 목조, 판각, 한지부조, 설치 등 더욱 확장된 작품 세계를 보여줍니다. 좋은 작품은 평상심에서 나온다고 하는 작가는 항상 ‘욕심을 버리고 집착을 끊자, 중도의 길을 걷자’고 늘 생각한다 합니다.

 

 

작가 이야기

 

제주 생활의 중도(中道)라는 단일명제로 작업해온 지도 어느덧 20년이 흘렀다.

시간의 힘으로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듯하다.

검은 머리가 백발로 눈썹도 또한 새하얗게 변했다.

그동안 뜰에 핀 동백꽃, 수선화, 매화, 밀감꽃, 엉겅퀴,

그리고 이름 모를 들꽃들에 취했고

비둘기, 동박새, 참새, 꿩, 까치, 직바구리, 비취새들이 마당에 날아와

목을 축이고 첨벙대며 목욕하는 모습을 보면서 즐거웠던 시간들.

새들과 풀벌레들의 노랫소리 듣고 있노라면

‘이곳이 천국이다’ 느꼈고 늘 몽환적인 꿈속에서 사는 듯했다.

내 마음의 평화와 진정한 자유란 어디서 오는가

생각하는 동안 삶의 무상함을 실감했다.

이미 늙은 몸은 허약하고 말랐으나 온갖 꽃들과 새를 벗 삼아

살아가는 나는 마음만은 풍요롭다.

마당의 동백나무에서 뚝뚝 떨어진 동백꽃을 보며 지나간 시간을 뒤돌아보니

서귀포의 친한 친구들도 동백꽃처럼 뚝뚝 떨어져 갔음을 회상한다.

‘존재하는 것은 꿈이요 환상이요 물거품이며 또한 그림자와 같다’는 법문이 실감난다.

몸과 마음속에서 악취 나는 것을 씻어내는 마음공부를 하면서

모든 존재는 연기(緣起)에서 이뤄지고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평등하다는 것을

하얀 종이 위에 담는다.

– 이왈종, 작가 노트

 

이왈종 작. 60.5×73cm. 장지 위에 혼합.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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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왈종 작. 125×170cm. 장지 위에 혼합.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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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왈종 작. 72.5×60.5cm. 장지 위에 혼합.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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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왈종 작. 46×38cm. 장지 위에 혼합.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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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왈종 작. 60×72cm. 장지 위에 혼합.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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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왈종 작. 41×32cm. 장지 위에 혼합.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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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왈종 작. 48×33cm. 한지 부조 위에 혼합.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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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왈종 작. 53.5×45.5cm. 장지 위에 혼합.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