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렇게 펜을 들게 된 것은, 고마운 한의사 한 분을 소개해드리고 싶어서입니다. 그 한의사를 만난 건 논산에 있는 마음수련 메인센터에 명상을 하러 가서입니다. 2년 전, 상처를 하고 홀로 된 제가 안쓰러웠던지 딸이 권해서 마음수련을 하고 있었습니다. 마음 비우니 좋고, 공기 좋고, 풍경 좋은 곳이었지만, 허리와 왼쪽 엉덩이, 다리까지 저리고 아파서 앉아 있어도 서 있어도 불편하고… Continue reading
"꽃보다 당신"
우리 학교 최고의 안전 요원, ‘배움터 지킴이’ 선생님
우리 학교에는 자랑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할 정도로 훌륭한 인품을 지닌 ‘배움터 지킴이’ 선생님이 계시다. ‘배움터 지킴이’는 2006년 학교 폭력의 예방을 위해 처음 생겨난 제도로, 현재 많은 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는데, 주로 공직 생활을 오랫동안 하고 정년 퇴임을 하신 분들이 하고 있다. 모든 직책이 마찬가지지만, 특히 사회봉사 개념을 곁들인 ‘배움터 지킴이’는 하는 분에 따라서 역할이나 기능이 천차만별이다…. Continue reading
내 친구 뚱땡이
따르릉 따르릉~ 아침이면 휴대 전화가 울린다. 안부를 묻는 내 친구 뚱땡이의 전화다. 꼭 하루도 빠짐없이 하고 있다. 나에게 전화를 해야 하루가 돌아간다고 한다. 그 친구는 얼마나 뚱뚱한지 별명이 뚱땡이다. 뚱땡이는 마음이 바다처럼 넓고 깊다. 시골에서 살기 때문에 풍족하지는 못해도 남에게 베풀면서 살아간다. 봄이면 산에 올라가서 고사리, 취나물 뜯어서 이웃들과 나누어 먹는다. 고사리 꺾으면서 손도 얼굴도… Continue reading
학교를 탈바꿈시킨 진정한 스승, 청소 도우미 선생님
내가 근무하는 학교엔 청소를 담당하시는 초로의 아주머니 한 분이 계신다. 학생들은 이분을 봉사 담당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복도나 화장실에서 마주칠 때마다 환한 미소로 인사를 하신다. 이 학교에 처음 왔을 때가 생각난다. 새로 지어진 이전 학교에 비해 대도시 근교에 자리 잡은 이 학교는 어두컴컴한 복도에 출입문조차 덜컹거렸다. 복도 곳곳엔 학생들이 뱉어 놓은 침이 얼룩져 있었고 버려놓은 휴지는… Continue reading
중환자실에서 만난 잊지 못할 보호자
재작년 9월, 서울의 한 병원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할 때였다. 당시 중환자실 8명의 환자를 2명의 보호사가 돌보았다. 첫날, 저녁쯤 한 환자분의 딸이 엄마를 보러왔다. 40대 후반의 직장 여성이었는데, 회사 일을 마치자마자 달려온 것이다. 첫인상은 좀 차갑다 할까, 말도 별로 없고 되게 까다로운 분이겠거니 했다. 다음 날도 비슷한 시간쯤 딸이 찾아왔다. 그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딸은 어김없이 병원… Continue reading
‘여보, 앞으로 잘할게’ 아내에게 바치는 편지
여보, 그동안 나 때문에 많이 힘들었지? 처음 만날 때부터 나의 상상을 초월하는 기인(?) 습성 때문에 당황하던 당신 모습은 지금 생각해도 너무 재미있구먼. 헐렁헐렁한 청바지에 꽉 끼는 빨간 티셔츠를 입고 빗질도 하지 않은 채 당신을 처음 만났지. 당신을 처음 만나자마자 차 한 잔을 꿀꺽 들이마시고는 다짜고짜 커피숍은 답답하니까 스릴 있는 좋은 장소가 있다며 나가자고 했지. “야호!”… Continue reading
정춘수 어른의 가르침
‘어른 말씀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말이 있다. 50이 넘어 보니 그 말이 실감이 난다. 나보다 어른들이라면 대개는 60대에서 70대 이상의 분들이다. 그들은 욕심과 거리를 두고 안쓰러운 것들에 눈길을 보낸다. 자신의 젊은 시절을 돌아보며, 그게 누가 되었든 노력하는 젊은이를 위해 손을 걷어붙이고 도움을 주기도 한다. 자신들이 겪었던 어려움, 그 미로에서 헤매는 젊고, 용감하고, 가여운… Continue reading
거친 눈보라에도 꺾이지 않는 들풀을 닮은 내 친구
하늘도 청명했던 지난 봄, 출근길에 전화기를 꺼내 들었다. 따스한 봄 햇살과 시원한 공기가 필요할 것 같은 친구의 소식이 궁금해서다. “어, 나야. 웬일이냐 형한테 전화를 다 하고….” 수신음이 한참 전달된 후 막 끊으려는 순간 친구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눌함이 느껴지지만 목소리에 힘도 있고 무엇보다도 전화를 건 사람이 누구인지를 확실히 알고 있는 반응이어서 반가웠다. “아침은 먹었냐? 날 좋은데… Continue reading
이 땅의 진정한 농사꾼, 나의 남편
서울에서 이곳 낯설고 물설은 섬, 무의도로 남편이 좋아 32살에 시집을 왔습니다. 그때만 해도 무의도는 연안부두에서 2시간 배를 타야 올 수 있는 곳이었지요. 농사가 무엇인지도 모르던 저는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쯤 농사꾼 남편을 따라 들일을 시작했습니다. 바늘에 실이 따라가듯 매일 함께한 시간이 벌써 26년이네요. “땅은 정직하다. 심은 대로 거둔다.” 처음 남편을 만났을 때 늘 남편이 하던… Continue reading
포항 신도여관 주인 할머니의 러브스토리
2010년 7월, 드디어 오랫동안 벼르던 국내 일주를 시작했다. 부에서 출발해 김해 봉하, 경남 창원…. 그 여행길에서 만난 한 분을 소개한다. 9월 초, 나는 경북 포항으로 향했다. 이름난 명소인 간절곶을 보고 나오는 길, 구룡포 마을 앞에서 왠지 모르게 발길이 멈췄다. 그리고는 무려 한 주를 머물렀다. 내가 묵었던 곳은 구룡포의 ‘신도여관’. 오랫동안 그곳에서 여관을 운영해온 할머니는 푸근하게… Continue re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