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가 있는 풍경"

소박한 아름다움 잃지 않았던 어머니처럼

몸뻬 바지에 낡은 셔츠, 멋이랑 담을 쌓고 선머슴처럼 일만 하시던 어머니가 예기치 않게 학교에 찾아오셨습니다. 교실 창문 너머로 힐끔 보았던 한복을 입은 어머니 모습. 왜 그리 부끄럽던지 이내 외면했지만 파꽃처럼 수수하게 서 계시던 어머니의 그 모습이 오랫동안 마음속에서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들녘에서 매운 몸통에 피어난 파꽃을 보면 어려운 시절 살면서도 소박한 아름다움을 잃지 않던 어머니의… Continue reading

봄처녀처럼 활짝 웃어라, 친구야

마을 들녘에서 할머니 두 분이 봄을 캐고 계십니다. 이렇게 두 분이 봄을 함께 맞은 지가 50년이 넘었습니다. 서로 눈빛만 봐도 마음을 안다는 두 할머니는 어딜 가든 이렇게 꼭 붙어 다닙니다. 어린 나이에 시집와 참 서러운 것도 많았던 시절, 문만 열면 보이는 가까운 거리에 살면서 속마음 내비칠 수 있는 유일한 말벗이 되었습니다. 두 분 모두 남편을… Continue reading

타샤 튜더의 마음의 정원에서 봄을 맞는다

미국 북동부 뉴잉글랜드 버몬트주 30만 평에 자리한 비밀의 정원. 미국의 가장 사랑받는 동화 작가였으며 일러스트 화가로 백 권이 넘는 그림책을 펴냈던 타샤 튜더는 2008년 93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이곳에서 집을 짓고 정원을 가꾸고 옷을 지으며 19세기 생활 방식으로 살았다. 일년 내내 꽃이 지지 않아 비밀의 정원이라 불리는 이곳에서 낙천적이며 소박하게 살아온 그녀의 삶과 철학을 두… Continue reading

마음속에 깊은 바다를 품은 사람들

사진, 글 이용택 SBS-TV <최후의 툰드라> 촬영감독 모두 잠든 밤에 촬영한 오로라의 장관. 시베리아 북서쪽 야말반도. ‘야말’은 세상의 끝을 뜻한다. 툰드라의 유일한 순록 유목민 네네츠족은 겨울에는 남쪽으로, 여름에는 북쪽으로 7천여 마리의 순록과 3백여 대의 썰매를 끌고 1천㎞의 대장정에 나선다. 수천 년간 순록과 함께 살아온 툰드라 원주민의 순수한 삶은 SBS 특집 다큐 <최후의 툰드라>로 방영돼 잔잔한… Continue reading

어둠이 깊을수록 별은 빛나고

어둠이 내린 세상에는 적막과 고요만이 가득하다. 그 깊은 어둠 속에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별들만이 살아 숨을 쉰다. 저마다의 밝기와 저마다의 빛깔로 제각각 반짝이는 별들, 은하수가 흐르고 별똥별들이 떨어지는 그 밤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눈앞에 보이는 건 온통 드넓은 하늘에 수많은 별뿐이다. 이토록 많은 별이 있었던가. 우주는 얼마나 드넓은 것인가. 우리가 어찌 이 광활한 우주에 ‘오직… Continue reading

신년특집 | 사진가 신미식이 만난 케냐 지라니 합창단 아이들

‘하쿠나 마타타’는 스와힐리어로 ‘아무 문제없어’라는 뜻이다. 쓰레기 야적장 한가운데에 위치한 고로고초 마을은 상상 이상으로 빈곤했지만 그곳에서 들려오기 시작한 아이들의 노랫소리는 희망이었다. 지금도 지라니 합창단의 노래를 들었을 때의 그 환희를 잊지 못한다. 아프리카 음악 특유의 흥겨운 리듬과 간절한 울림은 노래 실력 이상의 특별한 힘이 있었다. 2006년에 만들어진 지라니 합창단은 이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지만 정작 고로고초 마을 사람들은… Continue reading

겨울새의 희망, 빨간 마가목 열매처럼

105 새벽 놀처럼 맑은 빛으로 털을 단장한 겨울새입니다. 마가목 나무에 앉아 아침 햇살에 빛나는 빨간 열매를 쪼아댑니다. 꼭꼭 삼키면 목이 쉬지 않는다는 보약 같은 식량. 그래서 눈 덮인 겨울날의 새소리가 그토록 고운가 봅니다. 소설 ‘닥터 지바고’에도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새들과 나무 사이에는 어떤 친밀한 생명의 연줄이 있는 것 같았다. 마가목 나무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듯… Continue re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