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고버섯덧밥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저희 집에 오실 때면 어머니께서 꼭 만들어 드렸던 요리가 바로 표고버섯덮밥입니다. 버섯 향과 소고기가 어우러진 담백한 맛으로, 마치 일본식 ‘돈부리’ 같은 음식이지요. 할머니 할아버지께서는 일제 강점기를 거치셔서인지 특히 즐겨 드셨고 덩달아 제 입맛에도 딱 맞아서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만드는 법도 간단해서 아무리 바쁜 와중에도 한 끼 식사로 금세 만들어 먹을 수 있다고 어머니는 늘 강조하신답니다.

“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소고기가 살살 익도록 볶고, 그다음에 당근을 버섯 길이로 얇게 총총 썰어서 달달 볶아.
거기다 물을 넉넉하게 넣어서 끓이고 양파랑 버섯도 두툼하게 썰어 넣고 팔팔팔~ 끓이면 국물이 뽀얗게 올라오면서 맛이 날 거야.
간은 양조간장이랑 소금 후추로 하고 거품 같은 건 걷어내고. 다 익었다 싶으면 다진 파랑 계란을 섞어서 국물 위에다가
살살 부어서 덮은 다음 불을 끄고 먹으면 되지.”

버섯은 소고기와 궁합이 잘 맞아 잡채나 불고기에 빠지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버섯의 성질 때문인데요, 음지에서 자라는 포자식물인 버섯은 차가운 성질을 가지고 있어, 따뜻한 육류인 소고기와 아주 잘 어울리는 조합이지요. 또한 몸 구석구석 노폐물을 배출해 피를 맑게 합니다. 표고버섯덮밥처럼 파, 당근, 계란, 양파 등의 다양한 재료와 함께 요리하면 청적황백흑 오색의 영양이 위장, 폐, 심장 등 오장에 고루 에너지를 전달해줍니다. 한 그릇의 간단한 음식이지만 영양과 균형, 남녀노소 입맛까지 만족시켜주는 오감 만족 요리라 할 수 있습니다.

마른 표고버섯을 우려낸 물을 그대로 사용하면 맛과 향이 더욱 좋습니다.

한의사 서정복님은 현재 서울 강동구에 있는 동평한의원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한의학만큼이나 요리하는 것도 좋아하는 마음씨 따듯한 청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