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항상 입을 옷이 없을까?

외출하기 전, 옷장 앞에 서 있는 시간이 늘어만 갑니다. 꽉 찬 옷장을 빤히 보고서도 ‘아, 입을 게 없어’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지요. 그만큼 옷 잘 입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옷은 남에게 보이는 제2의 자아라고 할 만큼 우리의 의식, 바람, 내면의 변화가 그대로 반영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무작정 유행을 따라 하기보다는 나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 옷장 문을 열고 옷과 대화를 나눠보세요.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색깔이 어울리는지, 또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가끔은 과감한 스타일에 도전하면서 그 마음을 떨쳐버리는 것도 좋습니다. 그런 시도를 통해 나만의 스타일, 만족한 하루하루를 만들어갈 수 있을 테니까요. – 편집자 주

옷걸이 총량제와 옷 입기 실험 나에겐 왜 입을 옷이 없을까? 누구나 겪는 이 문제에 대해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얻은 결론은 내겐 입을 옷이 없는 것이 아니라 ‘너무 많다!’는 것이다.
딱 몇 벌의 옷만 단정히 걸려 있는 가게와 수많은 옷들이 모여 있는 쇼핑센터. 어디서 옷 고르기가 더 쉬울까? 실제로 옷이 적게 걸린 가게에서 마음에 드는 옷을 찾을 확률이 더 높다. 옷이 너무 많이 걸려 있으면 오히려 옷 입기에 방해가 된다. 따라서 제일 먼저 시작한 일은 옷 버리기였다. 규칙은 다음과 같았다.

① 2년간 한 번도 입지 않은 옷은 버려라.
② 사이즈가 안 맞는 옷은 과감히 정리하라.
③ 수선이 필요한 옷은 수선하거나 정리하라.

옷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이제는 옷을 더 이상 늘리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옷을 안 살 수도 없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옷걸이 총량제’다. 일단 가지고 있는 옷을 계절에 상관없이 전부 옷걸이에 건다. 티셔츠 한 장까지도. 전체 옷걸이의 개수를 정해두고 새로운 옷을 사고 싶으면 옷장을 보며 버릴 옷을 고른다. 그다음 옷걸이를 비우고 거기다 새 옷을 거는 것이다. 버릴 만한 옷이 없으면 새 옷도 사지 못하니 이래저래 정리에 도움이 된다. 최근엔 ‘옷 입기 실험’이란 걸 시작했다. 일단 있는 옷들로 매일 다른 코디를 만들어 며칠이나 견딜 수 있을까 실험해 보기로 했다. 규칙은 간단하다.

① 매일 다른 코디로 입을 것.
② 단, 외투, 신발, 가방은 같은 걸 들어도 상관없다.
③ 같은 바지에 윗도리만 바꾼 것도 다른 코디로 인정한다.

과연 몇 가지 조합이 나오게 될까? 의외로 수많은 조합이 등장하는 것을 알게 되면 옷을 덜 사도 괜찮다고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싶었다.
다행히 이제는 옷 입기가 예전처럼 힘들지도 않고 가끔은 옷장 앞에 서서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도 든다. 이 실험을 통해 나는 내 옷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될 것이다. 올가을, 새 계절을 맞아 새 옷을 사는 것보다 내 옷을 새롭게 바라보는 것, 그것이 옷 입기가 힘든 우리에겐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 봄날 님(블로거)

옷장을 비우면 스타일이 보인다 1.옷장 비우기
나의 이상적인 이미지를 전달해줄 수 있는 옷을 찾기 위해서는 자신이 즐겨 입고 자신감이 생기 는 옷을 제외 한 나머지들은 모두 버려야 한다. 우선 4개의 박스를 만들어 분류해 보자.
① 애착이 가는 옷 박스: 가슴이 설레고 행복해지는 옷.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을 넣는다.
② 수선 옷 박스: 수선을 미뤘던 옷을 담아 5일 안에 반드시 수선한다.
③ 폐기 옷 박스: 보풀이 일거나 손상된 옷, 입기에 곤란한 옷을 넣는다.
④ 기부 옷 박스: 몸에 안 맞는 옷, 맞지만 핏이 만족스럽지 않은 옷, 다이어트를 위해 산 작은 옷, 입었다 걸었다를 반복하면서 입지 않게 되는 옷들도 넣는다. 너무 비싸 버리기에는 자책감이 드는 옷도 넣는다. 그런 옷은 바라볼 때마다 돈을 낭비했다는 생각 때문에 마음이 더 괴로울 것이다. 행복한 추억이 서린 옷, 어릴 적 꿈이 담긴 옷도 넣는다. 행복했던 순간들과 감격은 옷이 없어진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2.옷장에 남은 옷 분석하기
옷장에 남아 있는 옷들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 찾아보자. 회색 계열인가? 실루엣에 공통점 이 있는가? 헐렁한 옷들로 가득하다면 아마 살찐 것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부끄러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구입 당시의 심리를 떠올리며 옷장에 걸린 옷을 하나씩 살펴보라. 자신만의 스타일을 버린 것은 언제였는지, 언제부터 결점을 감추려고 짙은 색 옷만 샀는지 옷을 통해 내면의 감정 변화를 파악해 보자. 과거를 대면하면서 억눌렸던 미련, 후회, 절망감과 맞닥 뜨려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감정을 발산함으로써 스타일 변화는 물론 긍정적인 삶의 변화까지 이끌어 낼 수 있다.

3.내 몸에 대한 자신감을 갖자
미디어에서 보이는 날씬한 이미지가 성형 수술과 포토샵으로 가공된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우리는 그런 모습을 미의 기준으로 설정하고 자신을 맞추려고 애쓴다. 그리고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자신을 가치 없다고 느낀다. 그래서 막상 쇼핑을 하러 가도, 아무리 예쁜 옷도 잘 어울리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대중 매체에서 만들어진 이미지와 자신을 분리시키자. 그리고 ‘이런 옷은 내게 안 어울려, 난 못생겼고, 내게 어울리는 건 아무것도 없어’라는 부정적인 생각도 버리자. 이런 감정을 이기고 객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보면 정말 어울리는 옷과 안 어울리는 옷을 구분할 수 있다.

참조 도서 <옷장 심리학>(제니퍼 바움가르트너 | 명진출판)과
<팀 건의 우먼 스타일북(팀 건, 케이트 몰로니 | 웅진리빙하우스)

세계적인 패션컨설턴트 팀 건이 제안하는
옷장 속 기본 아이템 10가지

제대로 된 기본 아이템만 있어도 다양한 장소와 상황에 맞게 활용할 수 있어서 옷 가짓수가 더 풍성하게 느껴진다. 기본 아이템은 한 번 살 때 몸에 잘 맞고 제대로 된 것으로 장만하는 것이, 오래 입을 수 있어 결과적으로 봤을 때 경제적이다.
1 트렌치코트 2 운동복 스타일의 캐주얼 3 기본 검은 드레스 4 잘 맞는 전천후 재킷
5 캐주얼 원피스 6 정장 바지 7 청바지 8 스커트 9 흰 셔츠 10 캐시미어 스웨터

정리된 옷은 기부하는 센스 ● 스토리스토어 옷을 기부받아서 판매한 수익금으로 절단장애 아동에게 기능성 의류를 지원한다. www.storystore.or.kr
● 열린옷장 자주 입지 않는 정장을 기부받아 청년 구직자에게 저렴하게 대여해준다. 서울 시민이라면, 홈페이지에서 옷장 정리를 신청하면 전문가가 방문하여 옷장을 정리해주고, 옷도 기증할 수 있는 ‘서울시민 열린옷장’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www.theopencloset.net
● 옷캔 헌옷을 기부받아 재활용하고, 수익금으로 제3세계 빈곤층 아이들의 교육 활동을 지원한다. www.otcan.org

곧은 자세가 패션을 돋보이게 한다 매력적인 스타일을 살려주는 것은 명품이 아니라 곧은 자세이다. 특히 프랑스 여성들은 화려하거나 좋은 옷을 입지 않아도 도도해 보이는 인상을 강하게 남기는데, 전체적으로 곧은 자세가 주는 느낌 때문이다. 엉덩이를 바싹 당기고 배꼽을 척추 쪽으로 끌어당겨보자. 이런 상태로 골반을 조이면 배도 쏙 들어가고 날씬해지고 키가 커 보이며 허리에도 힘이 생긴다.

만화가 천계영의 리얼 변신 프로젝트 <드레스 코드> 나에게 패션이란, 갤러리의 그림처럼 멀리서 바라만보는 동경의 대상이었습니다. 하지만 <드레스 코드>를 준비하면서 깨달 았어요. 패션이란 멋진 화보 속의 의상도, 9등신의 모델이나 패셔니스타의 전유물도, 유명 디자이너들의 작품도 아닌 바로 나의 일상이라는 사실을요. 저는 ‘패션은 마음이다’라는 주제를 정하고 거기에서 출발했어요. 옷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발견하고 그걸 드러내어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패션이라고 믿고 있거든요.
하지만 옷으로 마음을 드러내려면 우선 옷을 입는 기술이 필요하겠죠. 제가 생각하는 가장 기본적인 기술은 ‘옷을 입음으로써 내 몸을 훨씬 아름답고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다’는 것입니다. 유명한 패셔니스타의 스타일을 무작정 따라 하기 전에, 우선 내 몸을 중심에 딱! 놓고, 어떤 옷들이 어울리는지 그 원리를 근본적으로 배우는 것, 그것이 바로 <드레스 코드>가 목표하는 옷 입기 기술의 출발입니다.
세상 어떤 뛰어난 스타일리스트도 나보다 나를 더 잘 알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최선의 방법은 우리 스스로가 스타일리스 트가 되는 거예요. 그리고 자신을 모델로 옷을 입혀보는 것이지요.
저 또한 매번 맞닥뜨리는 새로운 상황들 앞에서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난처해하며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고, 정말 기억하고 싶지 않은 ‘흑역사’를 만들기도 하면서, 그렇게 조금씩 발전하며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어느덧 자료 조사를 시작한 때로부터 7년 가까이 흘렀습니다. 그때와 지금 저의 가장 달라진 모습은? 물론 옷차림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변화는 제 삶의 경험치입니다. 옷을 잘 입기 위해 노력한다는 건, 어쩌면 생각보다 훨씬 더 어마어마한 일은 아닐까요?
천계영, 만화가 <드레스 코드>(예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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