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팎의 귀신 쫓아주던 동지팥죽의 효과

어머니는 제가 아주 어릴 적부터 동짓날이면 잊지 않고 팥죽을 해주셨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찬 팥죽 한 그릇을 먹고 밖으로 놀러 나갔던 기억, 신나게 새알을 빚어서 팥죽에 넣어 먹었던 것도 재미난 추억입니다.

 
 
 
 
 
 
 
 

“우선 팥에 돌이 섞였을 수 있으니까 흐르는 물에 돌을 골라내는 작업을 꼭 해야 돼. 그리고 팥을 불려서 끓이는데 중불에다가 푹 삶은 다음 소쿠리에다가 짓이겨서 껍질을 걸러낸 후에 부드러운 앙금만 남겨. 거기다 불린 쌀을 섞어서 물을 좀 많이 잡아서 오래오래 끓이면 된다. 팥 앙금은 타기가 쉽기 때문에 계속 저어주고, 어느 정도 끓기 시작하면 찹쌀로 만든 새알을 넣어야지. 새알이 다 익으면 위로 뜨는데 그때 소금 간해서 먹으면 돼.”

예로부터 팥은 귀신을 쫓아준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사를 가면 팥을 뿌리기도 하고 시루떡을 해서 돌리기도 했지요. 그런 의미에서 동짓날이면 팥죽을 해먹었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악귀는 쫓아내고, 새해엔 좋은 기운만 가득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한의학적으로는 집 밖의 귀신만을 쫓는 건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람의 신장이 콩팥이라 불리는 이유는 콩처럼 또는 팥처럼 생겼기 때문이지요. 한의학에서는 음식이나 약을 먹으면 형색기미에 따라 오장육부로 가는 효능이 달라진다고 보는데요, 실제로 팥은 ‘적소두’라 불리며 신장으로 가서 이뇨작용을 돕는 역할을 합니다. 혈액 속에 있는 독, 즉 불필요한 수분(습사)을 원활히 배출시키기 때문에 잘 붓는 사람, 소변을 자주 보는 사람, 쉽게 피로해지는 사람에게 좋고, 각기병을 예방하기도 합니다.

이렇듯 우리 몸의 독소를 쫓아내주는 팥은 달리 말하면 내 안의 귀신을 쫓는 것과 다르지 않은 것입니다.

동짓날이면 좋은 팥을 고르고, 삶고, 짓이기는 수고로움을 마다 않고 팥죽을 먹으며 안팎으로 귀신들을 몰아내는 것은 우리 선조들만의 지혜라 아니할 수 없겠습니다.

 

한의사 서정복님은 현재 서울 강동구에 있는 동평한의원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한의학만큼이나 요리하는 것도 좋아하는 마음씨 따듯한 청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