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영월 모운동, 구름이 머물다 가는 마을

첩첩으로 뻗은 산마루 위로 구름과 안개가 머무는 아침. 암소는 풀을 뜯고 풀벌레도 사부작거리며 하루를 연다. 억새꽃과 온갖 단풍 활엽수가 어우러진 고산 마을에 약초를 머금은 바람이 불어온다. 하늘 아래 첫 동네 영월 모운동(募雲洞)의 가을날은 이렇게 평안하고 느리게 시작된다.

이곳은 만경대산(1088m) 자락의 해발 700m 중턱이다. 전망이 확 트였다. 구름이 자주 몰려와 모운동이라 했다. 제임스 힐튼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서 이상향으로 그려진 샹그릴라가 떠오르는 풍광이다. 문명에서 격리된 데에서 오는 아늑함과 고요, 웅장한 산세, 맑은 공기, 편안한 휴식과 명상! 조급함에 내몰린 현대인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런 휴식 여행이 아닐까?

모운동은 1960~1980년대에 호황기를 누린 탄광 때문에 생겼다. 그 유명한 별표 연탄이 이곳 옥동광업소에서 나왔다. 산골짝에 사람이 몰리자 거대 공동체가 형성되고 병원, 우체국, 정미소, 세탁소, 어물전, 쌀가게 등이 생겼다. 거기에 작부를 끼고 술을 마시는 ‘니나노집’과 영화극장, 홀쭉이와 뚱뚱이가 출연하는 공연단까지 가세했다. 하지만 호시절은 언젠가는 끝이 나기 마련이다. 1989년 석탄합리화 조치로 탄광이 폐쇄되고 사람들이 빠져나가 한때 1만 명이 북적이던 동네가 다시 적막감에 휩싸이고 말았다.

광부 중에서 살뜰히 저축한 사람은 도회지에서 살 기반을 마련한 반면 노름과 여자에 빠졌던 대다수의 광부들은 구멍가게의 외상값도 갚지 못하는 빈털터리가 되고 말았다.

현재 동네 인구는 30여 가구에 40여 명뿐. 대부분 60세 이상이다. 그들은 텃밭을 일궈 채소, 콩, 옥수수 따위를 길러 먹고 산다. 정부 보조금 30여만 원을 받아 오히려 저축하는 사람도 있다. 욕심 부리지 않으면 마냥 행복하다는 사람들이다.
하늘아래펜션(모운초등학교 자리) 위쪽에는 두세 사람이 나란히 걸을 수 있는 숲길이 있다. 낙엽이 수북이 깔려 있고, 석탄 찌꺼기를 흘려보냈던 아찔한 계곡이 보이는 멋진 산책로다. 커다랗게 입을 벌린 갱도와 인공 폭포, 석탄 운송용 케이블카와 광부 목욕탕 등의 흔적도 걷는 도중에 볼 수 있다. 모운동의 걷기 코스는 1시간, 2시간, 3시간 30분 등의 3코스가 있다. 아침마다 기상나팔 소리에 곡괭이를 들고 일터로 향했던 탄부들의 발걸음을 그려보며, 욕심 없이 자연에 감사하며 사는 폐광촌 주민들을 생각하며, 숲속을 천천히 걷다 보면 욕심이 사라지고 영혼이 맑아짐을 느낀다.

모운동에 가면 반드시 일찍 일어나 서로목장에서 일출을 보시라. 샹그릴라는 먼 데 있지 않고 자신이 발을 딛고 있는 현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글&사진 이두영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의 저자

<여행 쪽지> 위치는 강원도 영월군 김삿갓면 주문리 모운동(이장 김흥식 011-374-9549). 영월읍내에서 군내버스가 1일 4회 마을까지 운행하며 손수 운전하면 김삿갓 관광지 100m 못미처에서 주문교를 건너 우회전해 4km를 올라간다. 숙박과 식사, 걷기 코스 등은 김흥식 이장에게 문의. 저렴한 민박 숙박 체험 가능. 식사는 마을 구판장에서 하며 일반 영업집이 아니므로 예약은 필수. 폐교를 개조한 하늘아래펜션(033-374-8866) 숙박 8만~12만 원.

여행문의 alps22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