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TV <런닝맨> 딱지 대회, 그리고 경쟁 사회와 놀이

SBS 주말 예능 <런닝맨>이 마련한 전국 딱지 대회는 사실 꽤 오래전부터 기획된 아이템이다. <런닝맨> 제작진은 일반인들과 함께할 수 있는 아이템을 작년부터 고민해 왔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전국 딱지 대회. 오랜 고민의 결실인 듯 <런닝맨>의 전국 딱지 대회는 딱지 하나로도 충분히 재밌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것은 나아가 이 게임 버라이어티의 새로운 전기이자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기도 했다.

<런닝맨>의 가장 큰 고민은 아마도 이 재밌는 게임을 하는 당사자가 연예인들에 국한되고 있다는 것이었을 게다. 이것은 게임이 제아무리 기상천외하고 재미있다고 하더라도 저들끼리 웃고 즐기는 느낌을 만들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런닝맨>이라는 게임 버라이어티가 가진 특성도 한몫을 차지했다. 일반인과 함께 뛴다는 건 생각만큼 쉽지 않다. 또 그렇게 참여를 시킨다고 해도 누구와 함께 어떤 공간에서 할 것인가도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전국 딱지 대회는 이런 고민에 대한 괜찮은 해답을 보여주었다. 무작위로 뽑은 전국의 일반인들이 아니라 그 대상을 대학과 대학생으로 좁힌 것은 프로그램의 집중도를 높여주었다. 이미 <캠퍼스 영상가요> 같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그 가능성이 입증된 공간이 대학이다. 대학생들의 리액션과 끼, 에너지는 확실히 다르게 다가온다. 딱지를 치고는 넘어가지 않자, “시간을 거스르는 자!”를 반복적으로 외치며 계속 딱지를 쳐 하하를 포복절도하게 만든 대학생도 있었고, 마침 학원이 휴강이라 달려왔다는 유재석을 닮은(?) 입담 좋은 여학생도 있었다.

대학이라는 공간은 이들이 만들어내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프로그램에 담아낸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선택이었다. 게다가 우승자에게 장학금을 줄 수 있다는 것도 프로그램의 취지를 살려주기에 충분했다. 취업 전쟁으로 지쳐 있는 그들에게 잠시간의 숨 쉴 틈으로서의 놀이의 장을 마련해 준다는 것. 요즘처럼 경쟁에 내몰려 놀이와 멀어질 수밖에 없는 대학생들에게는 이 <런닝맨>이 마련한 전국 딱지 대회가 남다른 의미로 다가갔을 것이다.

이렇게 전국 대학에서 뽑힌 학생들이 모여 마치 이종격투기 경기를 벌이듯 딱지 대회를 하는 장면은 그 자체로 웃음을 주었다. 초대 가수로 에이핑크가 나오고 학생들이 열광하는 걸 보고 유재석이 “딱지치기가 이렇게 큰 규모로 진행될 줄 몰랐다”고 한 말은 이 아이템이 가진 웃음의 가능성과 가치를 새삼 느끼게 한 것이었다.

끝까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딱지치기 대회의 우승은 결국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지석진 팀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이 딱지치기 대회라는 아이템은 부지불식간에 <런닝맨>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 주었다. 그것은 저들끼리 노는 것보다 함께 놀 때 더 재미있다는 것이고, 우리가 우습게 봤던 딱지치기 같은 놀이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토록 재밌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경쟁 사회에서 점점 멀어져 가는 놀이 문화를 그저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어우러지며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이미 수년간 달려온 길을 통해 <런닝맨>과 출연자들은 놀이의 고수들이 되었다. 이제는 그 노하우를 일반 대중들에게 나누어주고 함께 노는 방법을 알려줘야 할 때다. 우리 사회에 놀이가 필요한 곳은 대학 이외에도 끝없이 많을 것이다. 생업 때문에 일 년에 한 번 허리 펴고 놀까말까 한 농어촌의 어르신들도 좋고, 매주 월요일마다 월요병을 토로하는 직장인들도 좋으며, 아이들 가르치느라 본인은 놀 겨를이 없는 선생님이나, 군 복무에 여념이 없는 군인들도 좋을 것이다. 어디든 놀이가 필요한 곳이면 나타나 그들과 함께 즐거움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슈퍼히어로, 놀이의 고수 <런닝맨>의 활약을 기대한다.

정덕현 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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