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문 작가님은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한국화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그동안 6회의 개인전과 수십 차례의 단체전을 열었습니다. 현재 고향인 경북 풍기에서 작은 농사를 지으며 그림을 그리고 있는 님은, 늘 함께하는 풀과 벌레와 나무의 모습들, 그리고 삶의 일상을 따듯하게 담아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작가 이야기

아침부터 주황빛 태양이 볼살 위로 따갑게 내리쬔다. 새벽부터 이미 일을 시작하신 아버지는 땅콩과 검은 콩밭 김매기를 벌써 반쯤 마치신 것 같다. 팔순이 훨씬 넘은 아버지께서도 저렇게 일하시는데 이쯤 더위야 우습다고 나도 김매기를 시작했다.

올봄 과수원에 반쯤 남았던 사과나무를 모두 뽑아내었다. 고된 사과농사를 짓기엔 힘이 약해지신 아버지도 그렇고 아버지 얼굴에 새겨진 고동색 주름만큼 늙은 나무들도 알찬 사과를 생산하기엔 이제 너무 힘에 겨운 듯해서 과감히 정리하였다. 나무를 베는 날 무척이나 마음이 아팠다. 더 이상 힘든 사과농사 짓지 않아도 되니 기분이 좋을 줄 알았는데, 힘겹게 살아오신 부모님의 흔적들을 지워내는 것 같아 그냥 눈물이 주루룩 흘러내렸다.

 

다시 김을 매기 시작했다. 아버지처럼 조금씩 앞으로 나간다. 아버지의 반의반도 못 따라갈 실력이지만 곁눈질했던 아버지 호미질을 따라해 본다. 그리고 아버지께서 여전히 자식들을 위해 남겨 놓으신 오래된 사과나무 3그루에 가서 혼자 적과(열매솎기)를 시작했다.

아버지의 따뜻한 손과 땀으로 키워진 나무라 조심스럽게 매만진다. 여전히 나는 과수원집 아들이다.
7월쯤이면 채소들이 무성하게 자라날 것이다. 사과나무엔 연둣빛 동그란 사과가 주렁주렁 달릴 것이다. 스스로 씨를 구하고 농사를 지은 건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힘이 들다가도 신이 난다. 잘 키워서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나눠줄 생각을 하니 힘이 절로 난다. 아버지께서 하셨던 것처럼 말이다.

농사가 수행의 길이라고도 하지만 솔직히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세상모르고 아무 생각 없이 잔 다음 날 조용히 자라나 있는 채소와 과일을 보면 웃음이 난다. 고맙다. 이런 게 행복인가 보다.
– 2012. 5.21 풍기에서. 애플왕자 강석문

 

강석문 작. 93x65cm. 한지에 먹, 채색.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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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문 작. 76x72cm. 한지에 먹, 채색.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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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문 작. 50x68cm. 한지에 먹, 채색, 아크릴.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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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문 작. 63x72cm. 한지에 먹, 채색.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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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문 작. 33x98cm. 한지에 먹, 채색.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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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문 작. 68x50cm. 한지에 먹, 채색, 아크릴.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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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문 작. 93x31cm. 한지에 먹, 채색.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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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문 작. 93x31cm(x4ea) 한지에 먹, 채색.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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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문 작. 93x65cm. 한지에 먹, 채색.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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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문 작. 90x60cm. 한지에 먹, 채색. 2006.